부산의 대표 번화가 서면. 여러분들은 서면에서 친구, 직장 동료를 만날 때 주로 어디에서 만나십니까?
조금 뜬금없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일단 보기를 드리겠습니다.
①쥬디스태화 앞
②롯데백화점 후문 쪽
③영광도서 앞
①을 택한 분은 십중팔구 10, 20대일 겁니다. ②를 택한 분은 30, 40대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③을 택한 분은 40~60대 이상일 가능성이 거짓말 좀 보태면 90% 이상 입니다.
서면교차로 발달로 단절되면서
구역별 유동인구 연령 고착화
쥬디스태화 앞 프렌차이즈 즐비
롯데백화점 뒤는 직장인 해방구
영광도서 앞 단란주점 압도적
부산진구청도 특화거리 육성 중
뻔하디뻔할 질문과 답일지 몰라도 여러분은 자신의 연령대와 보기의 답이 묘하게 연결되는 걸 보고 무릎을 '탁'하고 칠 겁니다. 약속과 만남에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일까요?
■연령대별 '핫 플레이스'가 있다 부산에서 약속과 만남이 가장 많은 곳은 단연 서면입니다. 당연지사이지만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만남의 중심지' 서면의 위용(?)이 드러납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7월 부산시민 500명과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서면의 방문 목적은 만남, 약속이 44.6%로 다른 부산의 번화가에 비해 약속, 만남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최근 1년간 방문 횟수는 10.6%가 거의 매일 서면을 찾는다고 답했고, 주 3~4회가 8.8%, 주 1~2회가 16%, 2주에 1회가 15%나 됐습니다. 응답자들은 편리한 교통여건과 높은 접근성, 다양한 상업시설 때문에 서면에서 약속을 많이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글머리에도 언급했듯이 서면에는 연령대별 약속, 만남의 장소가 있습니다.
먼저 10, 20대는 쥬디스태화와 옛 동보서적 앞에서 대부분 약속하고 만납니다. 이곳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중앙대로변 건물 뒤편에 들어선 음식점과 커피숍, 주점으로 향합니다. 최근에는 전포동 공구상가 일대에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카페, 음식점 창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면교차로 쪽 철물상가에도 젊은 주점과 음식점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직장인 송광열(48) 씨는 친구와 이곳 술집을 찾았다가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 열없어서 곧장 돌아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쥬디스태화 뒤쪽과 부전도서관 인근, 철물상가와 공구상가를 권역으로 묶고, 그 권역 안에 있는 상점을 분석해 달라고 부산진구청에 요청했습니다.
분석 결과 이 권역에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주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음식점이 460여 개나 있었습니다.
롯데백화점 후문 쪽은 30, 40대가 자주 찾는 곳입니다. 백화점 뒤편에 있는 포장마차와 음식점은 30, 40대 직장인들의 해방구입니다.
이 일대에는 음식점과 주점 등이 250여 개나 됐습니다. 곱창집과 고깃집, 호프집 등이 혼재돼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서면복개로변~서면시장~서면1번가에 20대도 많습니다. 백화점의 젊은 이용객과 쥬디스태화 쪽에서 중앙대로를 건너온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단연 영광도서 일대를 선호합니다. 이 일대를 걷다보면 젊은 층을 찾아보기 힘들죠. 상점들의 주 고객도 중장년층입니다.
횟집과 고깃집이 즐비합니다. 가볍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실비집, 선술집도 많습니다.
이 일대에는 음식점, 주점이 260여 개나 모여 있습니다. 유흥·단란주점도 다른 곳(쥬디스태화 인근 15곳, 롯데백화점 뒤편 14곳)보다 많은 100여 곳이나 됐습니다. 최근 20대 고객을 겨냥한 듯한 세련된 커피숍도 들어섰는데 주요 고객이 중장년층입니다.
■그들만의 '핫 존'이 된 이유
부산진구청도 이 같은 연령대별 특징을 간파하고, 특화거리 조성 사업을 벌였습니다. 쥬디스태화 주변 4개 거리를 정비해 '젊음의 거리'라 이름 붙이고, 젊음과 약속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했습니다.
영광도서 일대는 '문화의 거리'로 명명하고, 이곳을 찾는 중장년층에게 예술과 공연을 통해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뒤쪽은 30, 40대가 많은 곳이지만, 서면복개로와 서면1번가 일대에 젊은 층이 많이 모이면서 연령대별 특화거리 조성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렇게 연령대별로 상권이 형성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권이 사람을 유인한 건지, 사람이 모여 상권이 그에 맞게 형성됐는지 문젭니다.
서면의 역사와 문화, 상권을 연구한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선임연구위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처럼 연령대별 상권이 형성돼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50대 중반의 나이인 그가 10, 20대일 때도 쥬디스태화 앞에서 늘 만났다고 합니다.
또 영광도서 인근은 예부터 철학관, 다방, 예식장, 서점이 많아 중장년층이 많이 모여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길'의 특성에 따라 연령대별 약속과 만남의 지도를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쥬디스태화 인근은 주요 간선도로에서 상가 밀집지역으로 길이 직선으로 쭉쭉 뻗어 있어 트인 공간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곳이었다면, 영광도서 인근은 좁은 골목길이 많아 중장년층에 맞는 상권이 발달했다"며 "각 상권은 서면교차로가 이동의 단절 역할을 하면서 고착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첫댓글 예전에는 서태지, 서태후 였는데..ㅎㅎ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