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다. 현민이 결혼시키고 신혼 여행갔다온 성인이 된 이들과 일가 식구들 다들 모여 잔치 한번 하고 이바지 보내고 현민이네서 집들이 한번 하고 오늘이다.
아침 일찍 윤서방이 자기가 쓰던 노트북을 준다고 해서 가지러 갔다가 아침 챙겨주고 현민이 출근시키고 윤서방 공항버스 태워주고 집에 와서 내 짐 챙겨서 나왔다.
교회 들러 보고 열쇠 맡기고 캐나다 동생이 금요일에 떠남으로 친정식구들하고 환송 점심을 먹었다. 롯데호텔에서 점심부페를 친정어머니가 쏘겠다고 해서 호텔 부페를 몇 년만에 먹어봤다. 레이디스 데이라고 해서 5만원짜리 부페가 25000원이란다. 크게 쏘셨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마닐라가는 비행기가 저녁9시20분 비행기라서 점심먹고 나와서 동대문에 가서 그릇 바꾸는 작업을 좀 하고 캐나다 동생이 인사동을 지나치기만 하고 거닐어 보지 못했다고 해서 인사동을 산책했다. 사진도 찍고 쌈지거리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실타래과자도 사먹고 옛날 국화방도 ? 禿咀린?/font>….드디어 헤어져야할 시간이 되었다. 6시에 출발해서 공항으로 갔다.
현선이가 배웅을 해 줬다. 내 욕심껏 짐을 쌌는데 손선교사님 사모님이 손선교사님에게 김치를 보낸다고 아이스박스에 꽁꽁묶어서 가져 오셨다. 이 짐까지 있으니 가관이다. 9.11때문에 검문검색과 무게를 정확하게 철저하게 챙긴다. 많이 부족해서 옆 사람들에게 부탁했는데 드디어 사람을 찾았는데 그렇게 헤집고 다니니까 경비원이 보고 절대 안 된다고 해서 포기하고 쇼케이스의 짐을 빼서 헝겁가방에 넣고 짐을 많이 줄였고 현선이편에 도로 가져가게 했다. 이번에는 혼자 가는 것이라서 많이 가지고 가지는 못 하지만 신집사님이 준 어린이용 비디오가 많이 들었고 ㅇ유아용 자동차가 하나 큼직하게 자리를 잡아 들어갔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어깨에 짊어진 짐이 10Kg이 훨씬 넘고 노트북까지 들었지만 무게만큼 기쁨이 함께 가는 것 같아서 기분좋다.
티켓팅을 하고 들억다서 한 시간 정도 남아서 가까운 분들에게 전화를 하고 오르나가 몽골목사님들 명함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26명의 명단을 가지고 왔는데 미처 은문사에 연결을 못해서 김정섭잡사님에게 부탁하는 전화를 하고 교회 정리하는 일을 구천서박사님께 부탁하고 나니 이젠 서울을 떠나는 비행기에 타란다.
비행기안에서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이 된 지난 몇 달이 그림처럼 스쳐가며 감사와 찬양을 하나님께 드렸다.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그러지지는 않고 일을 잘 치뤘다.
손사락의 힘줄이 어긋나서 반기부스를 하고 있어야 하질 않았나, 고속도로에서 타임벨트가 나가서 차가 서질 않았나, 안 나오던 매연이 펑펑 쌔까맣게 나오질 않나, 매일매일이 안녕한가 인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몰아서 일어나니 정말 현민이 결혼을 시샘해서 욥의 시험을 사단이 하나님께 부탁을 했는가 싶게 일이 많았지만 일들은 착오없이 잘 진행이 되고 기쁨과 평안이 가득 넘쳐났다.
한 가정을 잉태시킨다는 것이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듬직한 사위를 얻었으니 이 또한 어찌 덩싱덩실 춤을 추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모든 일들을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이제는 앞을 바라보며 나아간다. 필리핀이 기다리고 있다. 과감하게 시도하는 일인데 잘 되어야지. 성공해야지하는 생각은 없다. 실패할 것을 생각하고 간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니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평화를 이루고 이들 안에서 반목하고 있던 친척들과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일을 통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던 식구들이 하나되고 함께 더불어 어울어져서 사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나라끼리도 평화를 이룰 수 있고 종교간에도 대화를 할 수 있으리라.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항상 기쁨으로 호응을 해 주는 교회 식구들이 있어 고맙고 소중한 동행자들로 언제나 함께 하기를 야무지게 바란다. 비행기에서 내다보는 하늘은 더없이 희망에 찬 미소를 짓는 것 같다.
10월17일 화요일
마닐라에 내려 국내선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새벽12시5분 에 도착해서 국내선 공항으로 옮기니 1시반 정도 됐다. 이제 5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마침 한국인 학생을 만나 말동무를 했다. 초행인데 3개월 연수하고 캐나다 뱅쿠버로 가서 연수하려고 한단다. 그 덕에 짐을 수월하게 부쳤다. 나는 큰 가방을 어깨에 매고 찔찔거렸지만 요? 鳧?더 내지 않고서 올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여지없이 필리핀을 알리는 닭움음소리! 새삼 필리핀에 와 있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공항 안에서 꼬끼오~~~ 연발하며 닭이 자기를 기억해 달라고 소리 지른다.
다바오에 도착할 즈음에 밖을 내다보니 해돋이가 장관을 이루었다. 이제껏 다바오를 오고갔어도 그런 아름다운 해돋이는 처음이다. 정말 비행기에서 내다보는 해맞이는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음악 배경 깔았으면 웅장하고 장엄하고 놀라운 영광을 드러내었을 것이다. 음악은 내 가슴속에 흐르고 있었다.
다바오에 도착하니 하늘은 맑고 공기는 쾌청하고 산뜻함 그대로였다. 청년은 연수학원차가 마중나와서 갔고 나는 택시를 타고 메디칼 스쿨에 와서 방 배정받고 일주일치 계산하고 방에 올라와 짐풀고 샤워하고 잠시 명상기도로 들어갔다.
아침에 메디칼 스쿨에서 손선교사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시길래 12시가 넘어서 혼자서 바까까로 갔다. 바나나 농장 사이사이로 있는 올망졸망한 집들과 빼꼼이 내다보는 아이들, 마당에 딩굴면서 우는 아이, 학교갔다 오다가 때국물이 흘르는 손으로 구멍가게 들러 과자를 사먹는 아이들, 이곳도 규모가 문제이지 나름대로 향수와 꿈과 즐거움을 나누며 사는 곳이다.
사이사이를 둘러보면서 이 땅을 밟는 곳마다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기를 기도했다.
랄프와 디바인을 만났는데 랄프는 아프단다. 감기로 고생한다. 그래도 약을 안 먹고 기도로만 나으려고 하는 믿음을 가졌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향수가 되어 밀려온다.
농사지을 땅과 창고를 지어놓은 곳을 둘러봤다. 그러는 중에 선교사님과 연락이 되어 만났다. 메디칼 스쿨에 우리가 늘상 있던 곳에 안 와 계시고 들어오는 입구에 경비가 서 있는 건물에서 계속 기다리셨단다. 우째?? 나이는 어쩔 수가 없는가?? 랄프부부와 함께 숙소로 돌아와서 앞으로의 일정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라마단기간이라서 24일부터 일하기로 했다. 그동안 다른 농장 견학하고 기구를 편성하고 목표를 세우고 사람들을 확실하게 결성하는 관계형성기간을 갖기로 했다.
라마단이 23일에 끝나는데 24일은 섬에 가서 축제와 제사와 세례의식을 갖는단다. 돈이 많은 지역은 소를 잡아 제사를 드리는데 이들은 닭을 잡아서 제사를 드리고 그것으로 잔치를 한단다. 이때 각 집에 쌀을 3Kg씩 나눠주면 2끼니를 먹을 수 있어서 고맙겠단다. 120가정에 돌아가도록 준비를 해달란다. 그래야 10만원 정도이니 해 주어야겠다. 그것으로 이들이 서로 신앙이 돈독해지고 기쁨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니 무척 기쁘다.
자세하게 일정을 짜고 내일은 동네이장쯤 되는 대표인 로저와 함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랄프와 디바인 손선교사와 함께 감격의 찬양과 기도로 마쳤다.
랄프부부는 자기들의 기도응답이라며 아주 의미심장하게 각오를 하는 것 같으나 현실이 우리를 도와줄지 걱정이다.
이번에 가지고온 비디오테이프를 전달해주니 너무 기뻐한다. 손선교사님에게 마침 비디오플레이어가 있다고 해서 기증하라고 했더니 가져다 준다고 했다. 손발이 척척 맞으니 신이 난다. 이야기 테이프가 30개가 넘으니 매일 하나씩 틀어주면 좋아할 것이다. 노래소리나는 자동차도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면 으그으그~~~즐겁다.
어깨쭉지 문드러지는 줄 알았는데 약간 줄자국이 난 정도이고 다행히 무사하다.
랄프부부를 보내고 나니 손선교사님이 지금 시즌이 두리안 축제란다. 두리안은 고단백 열매로 과일의 황제라고 하는데 정말 맛을 아는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두리안 가게를 찾아갔는데 산더미처럼 싸여 있고 테이블에서 하나를 짜게 달라서 콜라하고 먹는데 이곳 풍습인 것 같다. 둘 셋씩 앉아서 그렇게 먹는다. 사실 아침도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장시간 이야기하고 나니 배고팠던가보다. 허겁지겁 먹었더니 어느새 배가 터질듯이 불러온다. 하나를 사서 둘이 다 먹었다. 하나가 크고 잘 익었는데 1500원정도한다. 너무 많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 더 싸졌단다. 은진이 생각이 난다. 은진이가 두리안 킬러거든!
두리안을 먹고 과일가게로 가서 망고스틴과 자몽을 사 가지고 왔다. 손선교사님은 5시에 돌아가시고 나만 남았다. 내일 아침은 과일로 식사를 한다. 5000원정도의 과일을 샀지만 혼자 먹기에는 푸짐하다.
윤서방이 준 노트북으로 신나게 정리를 해대는 내가 자못 대견하다. 책도 읽고 홍 정수 목사님 사도신경 CD를 옮겨적는 일을 간간히 하려고 가져왔는데 조용해서 너무 좋다. 홍정수 목사님이 내년에 환갑이신데 기념으로 사도신경을 풀어서 책으로 내시겠다고 하신다. 그 일을 제게 부탁을 해서 영광스럽게 맡았다. 이번 기간중에 이 일에도 전념을 할 것이다.
창문을 다 열어놓고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나를 인식한다는 것은 여간 즐겁지가 않다. 아주 자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여간 행복한 것이 아니다.
하루만에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옮겨져서 생활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남편하고 같이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그의 잔소리가 없는 내가 전적으로 시간관리하며 지내는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번에 1달을 계획하고 현민이의 결혼식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일들을 다 마쳤을 때 남편에게 필리핀 간다고 이야기했는데 역시 자기를 떠나간다는 것이 싫은 것인지 짜증과 잔소리와 염려를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내가 “내가 왜 자기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라고 하니까 더 이상 말을 안 한다. 참 기적같다. 그후로도 그냥 가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남편이 이렇게 쉽게 순순히 넘어가는 것이 이상하리 만치 신기하다. 지금 여기와서 앉아 생각하는데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 남편이 고맙기도 하지만 힘이 빠진 듯 해서 안 되 보인다. 그동안 나에게 많이 단련이 되어서 쉽게 마음을 다지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떠날 때까지 똑 같은 말들을 반복해서 주저리주저리 쏟아놓았을텐데 평화로운 준비를 하면서 떠나왔다는 것이 기적같다는 이야기이다.
트래픽의 요란한 오토바이소리와 닭울음소리가 고향의 소리처럼 느껴진다.
10월18일 수요일
어제 밤 12시 가 조금 지났는데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듯한 천둥이 쾅! 내리쳤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짐시후 대단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밤새 내린 것 같다. 눈을 떴을 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기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하루 종일 오려나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8시쯤 되니까 멈추었다. 아! 우기라도 밤에만 온다는 말이 맞구나 싶었고 안심이 됐다. 이런 우기에 농사를 지어도 될까 의이했는데 가능성이 있다 싶었다.
방을 옮겨 달라고 해서 일찍부터 옮겼다. 베드가 5개 있는 방이다. 어제는 2면이 창문인 방이라서 아주 경치가 좋았는데 지금은 창문이 하나있는데 밖으로 내다 보이는 경치는 우중충한 낡은 건물이 다다. 바로 가까이에 있어서 커튼을 내려야만 하는 방이다. 경치고 뭐고 노트북하고만 씨름을 하면 되겠다. 어제 방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넓어서 좋다. 1인실이라고 들어왔는데 이렇게 큼지막한 방에서 넓게 생활하니 이 또한 감사하다.
이모님 생각이 난다. 현민이랑 새산랑을 데리고 집안 어르신네들 방문했을 때 이모님이 말씀 하시는 도중에 손뼉을 사뿐사뿐 치시면서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합시다!” 절로절로 찬양과 감사를 흘러 내 보내셨다. 이유인즉 주일학교 교장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예산을 더 올려 달라고 데모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모님은 위에서 주시는 대로 거기에 맞춰서 어린이들에게 간식도 주고 거기에 맞춰서 쓰자고 우기니까 좀 돌았다고 사람들은 펄펄 뛰지만 그래도 다 잘 지내왔다며 십일조도 못 내고 살아온 죄인이지만 그저 감사하면서 찬양하면서 지내니까 다 잘 되더라고 ! 신이 나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작년에 남편을 먼저 하늘로 보내시고 처음으로 두 날개 달고 훨훨 다니신다고 좋아하셨다. 큰딸이 같이 살자고 가평 예술인 마을에 화랑이 딸린 집을 지었는데 안 가신단다. 80평생을 인천 화평동 한곳에서 사셨는데 떠나려고 하니 막상 못 떠나시겠더라고. 옆집은 주일학교 학생이던 사람이 결혼해서 냉면집을 내서 50여년 같이 살았고 앞뒷집이 다 함께 동거동락하던 이웃들인데 이들과 함께 지내야 되는 것 같다고 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이웃들에 둘러싸여서 사신다. 정말로 이모님은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헤쳐 나가시며 감사와 찬송과 기도가 끊이지 않은 분이시고 새신랑각시한테 항상 감사하고 찬양하면서 살자고 당부하셨다. 그러면 위에 계신 분이 다 알아서 좋은 일들을 순적하게 만나게 해 주신다고.
이번 필리핀에서의 일들을 매일 감사하며 어떠한 처지를 만나든지 잘 적응하고 감사하며 지내자는 마음이 든다. 방을 다시 정리했다. 이 방은 TV가 놓여있는 책상이 있어서 내가 작업하기 좋다. TV를 내려놓고 노트북과 독서할 책을 얼려 놓으니 분위기가 잡혔다.
아침 9시 에 랄프와 마을 리더인 로저 그리고 손선교사님이 왔다. 로저는 키가 크고 웃을 때 쑥스러운지 큼지막하고 꺼칠한 손으로 소리가 새나오지 않도록 입을 꼭 가리고 웃는다. 수줍어하는 모습이 순진하게 느껴진다. 랄프는 키가 작고 동그랗고 새까만 눈을 가졌고 로저의 막내 동생 같은 귀여운 느낌이 든다. 과일을 내 놓으니 이야기하는 중에 야금야금 다 먹었다.
손선교사님은 이번 일이 자기 생애에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대로 양계장을 짓고 배운대로 시도를 해 보려고 하신다. 자연 효소를 만드는데 쓰는 항아리를 주문 제작하느라고 멀리까지 가서 주문해서 만들어 봤는데 새어 버려서 자시 제작해서 만들면서 그들과 책임지고 잘 만들어 주는 것을 조건으로 당부해 놨는데 다음 주에나 완성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손선교사님은 자료와 양계장 설계도면과 프린트물들을 잔뜩 가지고 와서 이들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랄프가 Facilitator로 총책임을 맡고 그에게 1달에 3500p 로저가 그들의 리더로 감독을 하므로 일당 350p 나머지 10명의 일꾼들은 일당 160p 를 주급으로 토요일마다 정산해 주기로 했다. 지금 내 생각이지만 토요일에 일당을 계산해서 줄 때 일요일분을 하루 더 쳐서 보너스로 주어야겠다. 이것이 성경적이지 않을까? 일용직 사람들이 하루를 쉬는데 쉬는 비용이 있어야 쉬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겠다. 번득 생각난 것이지만 그래야겠다. 그들이 즐거워할 것을 생각하니 기쁘다. 내일은 이들을 데리고 농장견학을 하고 자연농업방식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이들이 교육받느라고 ! 시간을 내는 것도 일당의 얼마라도 주어야겠다. 페소에 20을 곱하면 우리돈이 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각자 계산해 보길.
오전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저는 이 일이 자기 생애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는 모터사이클을 샀는데 할부급을 갚지 못해서 오늘 낼 넘어가게 생겼다고 미리 환불을 해 달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고 그러니까 친인척들이 근래에 많이 소천하셔서 부조돈이 많이 나가는 바람에 할부금을 내지 못하고 밀렸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미리 내 주기로 했다. 거의 그의 2주간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다. 지금 주겠다고 하니 너무너무 고마워서 악수를 청하고 그 큰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연발 감사하다며 즐거워한다. 모든 걱정이 확 풀렸으리라. 그가 오토바이가 있으면 오토바이는 죽은 언어인 것 같다. 모! 터사이클이 있으니 기동성이 있어서 훨씬 일하기가 수월하리라. 오후에는 랄프와 로저 둘이서 미나리를 사오게 했다. 큰 웅덩이를 팠는데 그곳에 미나리를 갔다가 키워서 자연효소를 만드는데 사용한단다.
저녁에는 병원 식당에 가서 밥만 사다가 집에서 가져온 명란젓과 창란젖으로 밥을 먹었다. 단무지도 겻들여서. 무진장 맛있는거여~~ 밥을 먹고 오늘은 한번도 밖을 안 나갔기에 산책을 할까하고 생각하다가 빅토리아몰에 갔다. 8시에 문을 닫으니 15분 남겨놓은 시간이라서 바삐 가서 모기스프레이를 사고 일회용컵과 내일 아침에 먹을 망고 한 개와 이상한 과일 한 개를 사 가지고 왔다. atis라는 이름을 가진 과일인데 조막만한게 4개에 14p이다. 먹을 것은 별로 없고까만 씨가 가득하다. 벌써 모기로 인해! 10군데는 넘게 빠알간 마크가 생겼다. 그런데 마라크림을 바르면 가려운 것이 쉽게 가라앉아서 긁지 않게 되므로 가려울 때마다 살짝 마라크림을 바른다. 내가 몰의 거의 마지막 손님이 되었다. 빨리 빨리 둘러보면서 나왔다. 몰 앞에서 옥수수 장사가 꾸벅꾸벅 졸고 있길래 지나치다가 다시 가서 한 개에 5p에 사줬다. 그런데 배가 부른데도 맛있게 먹었다. 잘 산 것 같다.
10월19일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비가오고 있던지 그쳐서 땅이 축축해 있는 것을 본다. 매일 비가 오는데 씨를 뿌려놓으면 쓸려 내려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침 8시 에 지푸니를 타고 바까까로 가서 일꾼들을 데리고 1시간쯤 떨어져 있는 농장으로 견학을 갔다. 첫 만남인데 차를 대기 시키고 한 20분만에 다들 모인 것 같다. 필리핀 스타일이란다. 코리안 타임인 것이다. 한국의 60년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리라. 우리도 약속을 하면 시간 개념들이 없어어 항상 늦기도 하고 안 지키기도 하고 엉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일을 시작해서는 출근도장을 찍고 늦으면 늦은 대로 수당에서 제외된다는 규칙을 정하자고 했다. 프로패셔날한 정신을 심어주어야겠다. 일을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놀고 절도가 있어야겠다. 자연농업으로 경영을 하는 농장을 들렀는데 일단 오전중에 강의를 먼저 했다. 손선교사가 생각을 바꾸자는 이야기와 랄프가 자연농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농장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농장이 크고 아름답기는 했지만 실상 교육이 될만한 것들은 별로 없었다. 돼지도 조금 키우고 닭도 조금 키우고 염소도 키우고 있지만 별로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자연농업기술로 만든 효소를 보여달라고 하니 창고로 가서 보여주는데 2통에 조금 있는 것을 보여준다. 손선교사에게 물어보니 주인이 지금은 각처로 교육만하러 다니고 농장일에 주력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꾼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다. 독사진도 찍었다. 점심은 각자 밥을 싸오라고 했고 반찬은 가는 도중에 시장에 들러 사기로 했는데 시장에 가서 산 것은 반찬을 해 놓은 것을 산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싱싱한 생선이었다. 그리고 차콜 (코코낫 숯)을 샀다. 강의하는 중에 벌써 구어다 놨다. 간장에 레몬과 생강을 넣어서 찍어 먹었다. ㅣㄹ라니라는 생선이 싱싱하니 맛있었다.
밥을 먹고 돌아왔다. 손선교사는 너무너무 바뻐서 그냥 해 치우려는 기색이 역역하다. 시게를 짬짬이 보면서 평상시에도 성격이 급한 양반이 안절부절을 못한다. 서두르더니 도착해서는 나만 뎅그러니 떨어뜨리고 이따가 5시쯤 오겠다고 해서 그냥 내일 오라고 했더니 내일 오후 3시 에 온단다. 일좀 봐야겠다고 해서 그러시라고 하고 헤어졌다. 나는 일꾼들하고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차차 사귀어 가야겠다. 어쩌겠나.
숙소로 올라와서 컴터로 가서 사도신경 작업에 매달려 저녁먹으러 가기 전까지 1장을 마무리했다. 홍목사님 말투가 얼마나 빠른지 몰라 정신이 없다. 따라가는 일들이 지루했지만 오늘은 완성을 해야겠다 싶어서 붙잡고 앉았는데 그래도 6시에 끝났다. 한식당을 찾아가서 냉면을 먹었다. 냉면 국물도 많이 마셨다. 배가 두둑하니 기분이 좋다. 한국인이 한국 것을 배부르게 먹었다는 포만감인가? 든든하니 좋다. 빅토리아몰에 가서 인터넷을 찾았다. 한글 자판은 안 보여도 한글이 되긴 되는데 얼마나 느린지 한번 치고 기다리고 ! 한번 치고는 기다리고 옆 꼬마가 게임하는 것 구경하다가 치고…일단 간단한 메일 답장만 간신히 했다. 노트북을 가져가서 연결해서 쓰려고 하니 안 된다고 했다. 사진과 일기를 올리려고 했는데 맘대로 안 된다. 다음에 손선교사님댁에 한번 가야되겠다. 몇 자 안 적었는데 벌써 몰 닫을 시간이 되었다. 나만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옥수수 하나를 또 샀다. 내일 아침에 먹어야겠다.
10월20일 금요일
어느새 아침이 밝아온다. 새들이 지저귀고 햇살이 눈부시다. 여명의 붉은 하늘이 아침마다 장관을 이룬다. 비온 뒤라 구름들이 많이 더 장관이다. 앞 건물에서는 사람들이 한 둘 오고간다. 앞 건물은 빗물을 받아서 사용한다. 바케츠를 처마 밑에 갔다놓고 받아진 물을 안으로 들여간다. 어떤 이는 그 물로 바닥청소를 한다. 필리핀은 낮에 쉬므로 일찍 일을 시작한다. 지금 6시도 안 되었는데 청소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첫댓글 조심히 다녀오세요~
목사님 잘 도착 하셔서 계획하신데로 잘되는것 같아 기쁘구요 ,그래도 항상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thank you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