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봄이나 가을이 더 좋다. 산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탑과 같은 3층의 대웅전과 돌담 너머 아담한 요사채, 그리고 철감선사 승탑 가는 길의 우수수 흔들리는 대나무소리와 은은한 차 향기, 쌍봉사는 그런 곳이다.
쌍봉사에 관하여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쌍봉사는 중조산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고려시대의 문신 김극기는 쌍봉사에 와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단청한 집이 붉고 푸른 숲 사이에 서로 비치니,
지경의 한가한 것 속된 눈으로 일찍이 보지 못하던 것이었네.
학은 푸른 고궁에 날아서 지둔(남북조 시대의 승려)을 하직하고,
물고기는 금빛 못에 놀면서 혜관에게 감사하네.
어지러운 봉우리는 옥잠같이 난간에 이르러 빼어났고,
여울은 구슬 패물처럼 뜰에 떨어지는 소리로세.
말하다가 조계 물을 보니,
1만 길 하늘에 연해 노여운 물결 일어나네.
쌍봉사는 신라 경문왕 때 철감선사 도윤이 이곳의 산수가 수려함을 보고 창건하였다고 한다. 여러 기록으로 보아 이 절은 철감선사가 주석하던 시기에 사세가 크게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쌍봉사에는 신라의 문화재 중에서도 매우 빼어난 유물의 하나인 철감선사 승탑(국보 제57호)와 여러 점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독실한 신심이 아니라면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승탑 옆에는 보물 제170호로 지정된 철감선사 탑비가 비신이 없어진 채로 서 있다. 그 밖에 법주사 팔상전과 함께 우리나라 목탑의 원형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목조 건물인 대웅전(당시 보물 제163호)이 있었는데, 1984년 4월 초에 화재로 소실되어 새로 지은 것이라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