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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광주광역시장 장현C를 위하여
긴 얘기의 시작
안철수의 ‘새정치’는 빛고을 광주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6.4 지방선거에서 새로
울 것 하나 없는 전략공천이라는 전술 하나로 무명 시민운동가를 인구 150만 대
도시 시정무대의 주인공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군의관 시절을 제외하고 광주를
떠난 적이 없음을 무엇보다 큰 자랑으로 삼는 토박이에서 한국정치의 신데렐라
로 등장한 윤장현 시장. 그는 장현C로 불리기를 원한다. 서울 원순C처럼 되고 싶
은 모양이다.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일까? 당선 직후 장현C가 발표한 중요 시정계획
은 지극히 파괴적인 것이었다. 새롭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참신한 아이
디어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민선5기에 수립된 굵직굵직한 시정계획을 원점에
서 재검토 하겠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 광주도시철도2호선(이하 2호선으
로 표기)은 사업비가 2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 무려 13년에 걸친 각고 끝
에 간신히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고 국비지원이 시작된 사업이다.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 한다고? 원점 재검토는 기실 취소를 의미할진대, 도대체 무슨 연유로?
장현C가 제시한 재검토 이유
2호선 건설계획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는 2호선 설립 타당성의 기초가 된
인구 추정치에 명백한 오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장현C와 그 측근들의 해명.
즉, 2012년 기준 광주 인구 추정치는 220만인데 실제 인구는 147만에 불과하
니, 2호선 설립 타당성분석결과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식이다. 이 해명은 일
견 타당해보이지만 실은 전혀 아니다. 2호선 타당성분석에 적용된 광주 인구 최
대추정치는 153만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220만이라는 숫자는 2
호선과 무관하다. 따라서 장현C가 내세운 이유는 사뭇 가소롭다.
지금쯤 장현C도 자신이 제시한 재검토 사유가 적절하지 않은 것임을 인지하고
있을 터. 왜 그런 엉뚱한 이유를 댔는지 대답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 이렇게 대답
할 것 같다. “과거에 1호선을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220만과 같은 지극히
과장된 예측치를 적용했듯이, 2호선 추진과정에서도 의도적인 과장?축소가 이루
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20만이라는 추정치는 진정 불순한 의도로 조작한 수치인지 한 번 따
져볼까? 1호선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로 표기)를 행하던 시점에 이용할 수
있었던 실제 인구 데이터는 1985년도 인구센서스 자료까지였을 것으로 짐작된
다. 1985년도 이전의 기간별 연평균 광주인구 증가율을 계산해보면 1960~85
년 사이에는 3.8%, 1970~85년간 3.5%, 1975~85년간 3.5%, 1980~85년간
4.0%로 나타난다. 개중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 3.5%를 1985년도 실제인구수
(약 104만)에 적용하여 산정한 2012년도 인구수는 263만이 넘는 수준이다. 당
시에 입수할 수 있었던 제한된 시계열자료를 토대로 추정한다면 누가 해도 이렇
듯 크게 빗나간 예측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다. 장현C가 언죽번죽 인용한 220만
혹은 230만이라는 추정치는 예측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단순한 오차일 뿐, 의
도적으로 조작한 결과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장
현C의 재검토 이유는 어느 모로 보나 타당하지 않다. 오직 생뚱맞을 뿐.
장현C와 그 측근들의 지나친 의구심
2호선에 대한 장현C의 부정적 시각은 그의 측근들에 의해 형성되었을 것이 분
명한 일. 장현C 측근들로 구성된 ‘희망광주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로 표기)가
작성한 ?제6기 민선시장식 수행을 위한 보고서?에 담긴 2호선 관련 내용은 겨
우 A4용지 4쪽 분량. 건설비만 2조원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뒤엎을 심산으
로 내놓은 보고자료 치고는 참으로 부실하다. 어쨌든, 준비위는 이 보고자료에 2
호선계획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강한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예타 보고서에 제
시된 2023년 기준 운영수지는 9억원 흑자임에 반해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이
하 건설본부로 표기) 보고서에 제시된 운영수지는 232억 적자로 크게 다르니 도
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알량한 보고자료 중에서 그나마 머리를 쓴 분
석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은 이것뿐이다. 나머지는 언론에 이미 여러 차
례 보도된 상식적인 내용들을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
2호선 관련 보고내용이 부실한 것은 시간제약 때문이었다 치자. 그러면 준비위
의 의구심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 미안한 말씀이지만, 아니다. 예타 보고서는 2
호선 계획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에 고려했던 지상고가방식을 대상으로, 건
설본부 보고서는 최종 확정된 저심도지하철방식을 대상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일 뿐, 준비위의 표현대로 ‘미래예측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할 이
유는 없다. 도리어 차이가 나지 않으면 비정상이라 보아야 올바른 시각이다. 2호
선 문제를 ‘특별히’ 논의하기 위해 준비위 내에 별도로 구성한 ‘특별 T/F팀’의 명
색에 걸맞은 특별한 의심일 뿐, 결코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은 아니라
는 말이다.
더구나 2호선 1단계 개통시점인 2015년에서 3단계 개통시점인 2023년 사이
에 수요예측치가 무려 1.9배로 증가한다며 의구심을 내비친 준비위 보고서 내용
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왜냐고? 우선 그 수치는 2
호선 1단계 개통시기를 2015년으로 설정한 예전의 계획에서 나온 것이므로 애
초에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순환선의 반쪽만 개통되
는 1단계에서, 나머지 반쪽이 개통되어 순환고리를 완성하는 2단계를 거쳐, 인
구밀집지역들을 통과하는 순환고리에다 별도의 인구밀집지역으로 이어지는 꼬
리까지 다는 3단계가 완료된 후에는, 반쪽짜리 1단계 개통시점의 1.9배 수준으
로 승객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가 봐도 논리에 맞다. 그런데도 의구심
을 제기하니, 장현C 측근들의 의구심, 지나치다고 할 수 밖에.
드러난 장현C의 속내
현재 설계가 진행되고 있는 2호선은 저심도 지하철 방식이다. 이에 반해 장현
C 당선자 시절에 2호선 문제 등 현안을 다루기 위해 별도로 구성했다는 ‘특별
T/F팀’은 노면전차(tram; 이하 트램으로 표기)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도되었
다. 명확하게 밝힌 적은 없지만 장현C의 의중이 드러난 셈이다.
트램을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트램 건설비가 저심도 지하철 건설비보다 적게
들기 때문이란다. 장현C처럼 예산제약 문제에 집착하다 보면 당연히 건설비용
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트램을 합리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또
한 단견. 다른 조건이 동일(other things being equal)하면서 건설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야 뉘라서 트램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트램을 선호하는 측은 저렴한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유럽의 유명도시 대부분이
트램을 운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현C와 그 측근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
런데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으니, 인구 1백만이 넘는 유럽
도시 중 트램을 운영하면서 지하철을 운영하지 않는 도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 물론 유럽의 트램은 고풍스러운 거리풍경과 어울려 멋지고 낭만적이다. 그
래서 걱정이다. 혹시 트램을 주장하는 장현C 측근들이 유럽에 갔다가 도로 위를
여유롭게 달리는 낭만적인 트램에 반해 도로 밑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지하철
은 미처 못보고 돌아온 것은 아닌지.
트램 방식의 한계
“1960년대 도로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자취를 감추었던 노면전차가 다
시 등장하게 된 것이 도시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이라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사용을 줄이
기 위해서 개별 승용차 이용객을 대중교통수단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사실에
는 다수가 동의하지만 많은 도시들에서 여전히 승용차 분담률은 높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들이 사용하던 도로의 일부를 전용하는 트램을 도입한다
면 사업 시행 과정 및 건설 타당성 확보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위 인용문은 2012년에 발간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총서 ?신노면 대중교통 시
스템 도입에 관한 연구-트램을 중심으로? 서론에서 발췌한 것으로, 트램이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채택될 수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연하자면, 성공적인 트램 운영을 위해서는 도시교통정책의 패
러다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용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트램을 채택하는 것은 무망한 노릇이 될 가능성
이 클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도로에 트램을 설치하는 방식은 차량 흐름을 방
해하기 때문에 타당성조사에서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는 말이다.
트램이 지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 도시철도 건설 목적
은 ‘자동차 급증과 도로시설 공급 한계로 계속 심화되고 있는 대도시 교통난을
완화하고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고, 이 목적은 기본적으로 승용차 이용자
다수를 도시철도로 유치할 수 있어야 달성될 수 있다. 그런데 지하철의 표정속도
가 35~40km/hr임에 반해 트램은 10~15km/hr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램
이 시내버스보다 더 느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느린 트램으로 다수의 승용
차 이용자를 유인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광고카피를 흉내 내서 에둘
러 말해보자.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기마민족!”
기존 계획 변경의 심각한 위험성
광주광역시는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기술자문 T/F팀’(이하 기술자문 T/F팀
으로 표기)을 구성하여 8월13일부터 “최대 현안인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과
재무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내 전문가 토론과
검토를 거쳐 ‘100인 시민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란다. 만일 이 논의의 최종결
론이 트램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기존 2호선 계획은 이미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설계를 하는 단계에
놓여 있는데, 만일 건설방식을 변경하면 무려 6년이 넘는 세월을 허비해야 다시
현재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1차적으로 철도망 구축계획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KDI 예타를 통과해야 하며, 예타 통과 후에는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재차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에 성공하면 기
재부로부터 총사업비 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행정절차 중 단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2호선 계획은 무산될 공산이 크다. 후보시절에 대전
도시철도2호선을 기존 지상고가방식에서 트램으로 변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
던 권선택 대전시장이 ‘만일 KDI 예타를 다시 거쳐야 한다면 변경계획을 철회하
고 기존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의사표명을 한 것도 이런 위험을 고려하
기 때문이다.
그간 장현C는 끊임없이 ‘2호선을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그러
나 일단 계획을 변경하고 나면 이렇듯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
구나 그 다양한 행정절차를 성공적으로 통과한다 해도 최소한 6년이 지난 후에
나 현재 상태로 원위치 할 수 있다니, 전라도 사투리로 “요것이 말이여 막걸리
여?”하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수밖에.
백보 양보하여 모든 행정절차를 다 통과하고 국비를 확보하여 트램을 건설했
다 치자. 그런데 느린 속도 때문에 다수 승용차 이용자들을 트램으로 유치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트램의 운영적자 규모가 저심도 지하철의 예상 적자규모보다
훨씬 크다면? 더구나 트램이 점령한 궤도노선 때문에 교통혼잡 및 대기오염 문
제까지 더욱 심각해진다면? 이 질문들에 답해야할 자들, 대답해보시라.
경제성분석과 재무성분석
이번에는 장현C측이 우려하는 2호선 운영적자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
자. 예상되는 운영적자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우려는 장현C측이 2호선 타당성
분석결과 중 재무성분석(financial analysis) 결과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
리라. 민간기업의 입장이라면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은 애초에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런데 2호선은 공공사업(public project)이지 않은가. 공공사업
의 타당성 여부는 경제성분석(economic analysis) 결과를 토대로 판단해야 마땅
한 일이니, 먼저 경제성분석 결과부터 검토해보자.
대규모 공공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담하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
센터(이하 KDI로 표기)는 예비타당성조사의 목적을 “대규모 재정사업의 타당성
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통해 재정사업의 신규투자를 우선순위에
입각하여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
영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함”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KDI
가 2010년에 수행한 2호선 건설사업 예타 결과는 편익/비용 비율(B/C:
Benefit/Cost ratio)= 0.997, 순현재가치(NPV: Net Present Value)= ?43억원,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 5.47%이다. 결론적으로 경제적 타당
성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판정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결과도 해석하기 나름이
다. 민감도분석에서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타당성을 지닌 것으로 판정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할인율을 5.47% 대신 5.45%로 적용하기만 해도
2호선계획은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장현C와 2호선계획에 반대하는 그 측근들에게 묻겠다. 이상의 KDI 예
타 결과에도 의구심을 갖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보기 바란다. 재임 당시 쥐라는 애칭(?)으로 불리었던 대통령 이명박이 4
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온갖 꼼수를 부려가며 KDI 예타를 피하려고 애썼던 이유
가 무엇인가를. 현직 대통령의 역점사업이라 할지라도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는 국책연구기관이 KDI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2호선 건설계획의 편익/비용 비율이 1.0 이하로 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
토교통부와 기재부의 승인을 받은 것은 민선5기 집행부의 막대한 공로이다. 국
가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타당성이 다소 부족할지라도, 광주광역시는 2호
선사업을 통해 1조원 이상의 국비를 확보하는 셈이므로 그렇다는 말이다. 장현C
와 그 측근 인사들, 이 말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가? 진정 그렇다면 제발 열심
히 공부하여 깨닫기 바란다.
다음은 KDI 예타 재무성분석 결과. 이는 민간기업이 2호선을 운영한다고 가정
하고 분석한 결과인데, 총건설비의 50%와 용지보상비 전액을 정부가 보조한다
는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산정한 재무적순현재가치(FNPV: financial net present
value)가 ?4,600억원이다. 한마디로 4,600억 적자가 날 사업이라는 의미다. 민
간기업이 2호선사업을 감당하겠다고 나설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
나 광주광역시는 민간기업이 아니므로 굳이 재무성분석 결과에 크게 신경 쓸 이
유가 없다. 그런데도 기술자문 T/F팀까지 구성해가며 애써 “재무적 타당성에 대
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까닭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에는 건설본부가 2014년 1월에 발간한 2호선 기본계획 변경 보고서를 검
토해보자. 이 보고서와 KDI 보고서의 근본적 차이점은 기본계획 변경에서 비롯
된 것이다. 주요 변경내용은 건설방식(지상고가→저심도 지하철), 연장거리
(41.7km→41.9km), 사업기간(2012~22→2013~24), 사업비(1,659억 증액) 등
이다. 기본계획 변경 이후 경제성분석 결과는 B/C=1.25, NPV=4,582억원,
IRR=7.91%이다.
위 결과에 의하면 2호선 건설계획은 충분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고, 따라서 당
연히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결과는 도시철도 건설사업과 관련된
중앙정부 모든 부처가 다함께 수긍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결코 믿을 수
없다니, 장현C와 그 측근들, 의심암귀에 빠진듯하다.
장현C측이 제기한 의구심이 합리적 의심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 타당성
분석에 적용한 방법론 혹은 분석결과에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논리적으로 입증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면밀한 분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
다. 그런데 그것이 100일 사이에 가능한 일인가? 더구나, 저심도 지하철방식 철
회를 주장하는 논리적 근거랍시고 장현C 측근들이 제시한 그럴듯한 증거는 1호
선 사례 단 하나뿐, 그나마 과거에 그랬으니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단세
포적 예측에 불과하니, 이건 적응적 기대도 아니고, 합리적 기대는 더더구나 아
니고, 도대체 뭔가? 부채도사 장두석 방식인가?
면밀한 분석을 통해 2호선계획이 경제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다면 당장 2호선계획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 실패한 사업의 전형처
럼 언급되는 1호선의 경우에도, 현재시점까지 투입된 재정부담액을 매몰비용으
로 간주한 상태에서 경제성 분석을 다시 시행하고, 만일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즉시 운행을 중단하고 노선을 폐쇄하는 것이 올바른 의사결정
이다. 그런데도 우리 장현C,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식의 자신 없는 말씀만
반복하고 계시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알아두면 유익할 경제성분석의 이면
반복하거니와, 공공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여부는 결국 그 사업이 제공할 경제
적 가치(편익)와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비교하여 판정한다. 이 판정의 기준이
되는 B/C는 편익흐름의 현재가치(B)를 비용흐름의 현재가치(C)로 나누어 산정
한 비율이고, NPV=B-C다. 현재가치는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편익 혹
은 비용을 사회적 할인율(social discount rate)로 할인하여 산정한다. 그런데 도
시철도와 같은 공공사업에서 대규모 비용은 사업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반
면에, 편익은 사업 결과물이 폐기될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한
다. 따라서 편익의 명목가치(nominal value)는 비용의 명목가치에 비해 과소평가
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2023년 기준 2호선 운영수지 예상치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KDI 예상치는 9억원 흑자, 건설본부 예상치는 232억원 적자이다. 서로 다른 이
두 가지 수치를 대비시킨 것이 준비위 보고서에 제시된 유일한 분석이라고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중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232억 적자가 더 현실적이라 치자.
적자의 내역은 [운영수입 489억(운임수입 382억+운임외수입 107억) - 운영비
용 721억(운영비 393억+감가상각비 288억+이자비용 41억)]이다. 어쨌든 이 운
영수지 적자는 경제성분석 결과가 아니라 재무성분석 결과이다. 민간기업의 관
점에서 보아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수치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공공의 관점에서
는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건설본부가 2023년도에 2호선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편익의 경제적 가
치는 무려 2,134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아니지만 2호선
운용을 통해 승용차운영비/통행시간/교통사고비용/주차비용/환경오염피해 등
을 절감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의 평가액이 2,134억원에 달한다
는 의미다. 따라서 공공의 관점에서는 편익에서 운영수지 적자를 차감한 1,902
억원(=2,134억-232억)만큼의 순편익(net benefit)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참고로, KDI 예타에서는 2023년도 편익을 1,801억원, 운영수지를 9억원
흑자로 산정하였음을 밝힌다.)
이번에는 공공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편익의 명목가치가 비용의 명목가치에 비
해 얼마나 과소평가 되는지 살펴보자. 건설본부 타당성분석결과에 의하면 분석
대상기간 최종연도인 2064년까지 발생할 총편익 및 총비용의 명목가치는 각각
9조 1,055억과 4조 5,745억이다. 따라서 경상가격(current price)으로 평가한 2
호선사업의 경제적 순가치는 무려 4조 5,310억원에 달한다. 1년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운영적자를 감수하면서 서울시가 도시철도를 계속 확장하는 이유 역시
도시철도가 이처럼 막대한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2호선이 트램이 아니라 지하철로 결정된다면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 수가 줄어
들게 되어 항상 자가용 승용차만 이용하는 부유층에게도 혼잡비용감소 편익이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편익의 대부분은 자가용 승용차 대신에 도시철도
를 이용할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승용차 운행을 버거워했던 서민들이 주된 교통
수단을 지하철로 교체함으로써 절감할 수 있는 비용, 즉 운행비용절감액이 전체
편익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교통비는 필수적인 지출항목이니만큼, 빠듯하게 가계를 운영하는 서민들이 교
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면 그 절감액을 다른 용도에 지출하게 될 것인데, 그 용처
는 주로 지역경제/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집중될 것이다. 예컨대, 차
량연료를 구입하면서 지출한 돈은 재벌그룹 산하 정유회사의 수입으로 귀속되
는 반면에, 지하철 이용으로 절감한 차량연료 구입비를 자녀 학원비 혹은 동네
식당 외식비 형태로 지출한다면 결국 지역경제/서민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
이고, 이는 더 나아가 시대의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에 부합하는 형태의 소비전환
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상의 논지는 대학에서 3학점짜리 경제학 교과목 3~4개 정도만 제대로 수강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내용이다. 그런데도 대학교수 및 시민
운동가 중심으로 구성된 장현C 측근그룹의 대다수가 이 정도의 논지도 전혀 이
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로 안타깝다.
장현C의 소통방식
소통을 유난히 강조하는 장현C의 실제 소통방식, 실로 가관이다. 당선자 시절
의 준비위는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설치하고 그 안에 ‘장현C에게 바란다’라는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 사이트에 많은 시민들이 각자의 절실한 바램을 담은 글
을 올린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여러 날이 지나도 준비위의 반응이 전혀 없자,
한 시민이 장현C측의 무성의를 질타하는 글을 올린다. 그러자 준비위는 시민들
이 올린 모든 글 밑에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시민들과 늘 소통하는 시정을 펼
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한꺼번에 댓글을 단다. 그렇듯 천편일률적인 댓글
에 마음상한 다른 시민이 ‘이렇게 천편일률적이고 무성의한 반응이라면 사양하
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준비위는 바로 그 글부터 이 사이트를 폐지할 때까
지 올라온 모든 글에 무반응으로 일관한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2호선 관련 글은 꽤 많았고(총 153개 중 34개), 그 대부분
(최소한 30개 이상)이 2호선을 원안대로 시행하라는 건의를 담고 있다. 개중에
는 도시철도 관련 전문지식이 돋보이는 글도 적지 않다. 최소한 그 글들만 유심
히 읽었어도 2호선 계획을 인지하고 있는 시민의 대다수가 지하철형태의 2호선
을 원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의견
을 수렴하겠다던 준비위 산하 ‘특별 T/F팀’은, 기어이 다수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
하고, 2호선은 무리하게 추진되었으니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장현
C에게 제시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장현C 취임 후 2호선 문제를 재차 심도 있게 논의할 목적
으로 기술자문 T/F팀(27인 위원회)을 구성하였음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이
T/F팀의 1차회의에서 구성원 대다수가 2호선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을 제시하자, 장현C 측근인 광주대학 교수 이명규라는 자가 독단적으로 원안에
반대하는 인사들 5명을 T/F팀에 추가시킨다. 장현C의 지원이 없는 이런 독단은
불가능한 일. 이렇듯 꼴사납게 확대 개편된 T/F팀의 32인 위원 중 무려 12인이
이명규 혼자서 추천한 인사들이라니, 장현C의 소통방식, 참으로 민주적(?)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명규는 당초부터 2호선 건설에 반대해왔고,
준비위 시절 특별 T/F팀장을 맡았으니, 앞에서 언급한 문제의 4쪽짜리 보고자
료 작성의 주역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기술자문 T/F팀 내에 새롭게 구성
한 4개 분과(working group) 중, 하필이면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분과의 책임을
맡겼단다. 독단적인 성향과 편견을 지닌 인사가 다수의 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
사를 시행하면 조사자 편의(interviewer bias)가 개입될 것은 너무도 뻔한 일. 장
현C와 그 측근들,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는가? 무모해도 너무 무모하지 않은가?
장현C를 위하여 - 장현C에게 바란다
7월 재보선에서 또다시 무모한 전략공천을 시도한 탓에 ‘새정치’는 그 빛을 온
전히 잃었다. 그 뿐이었다면 다행이련만, 애국진영을 자처하는 자들에 의해 종북
좌파로 매도당하는 선량한 시민들은, ‘새정치’의 진면목이 드러난 재보선 결과
를 접하고 나서, 잠을 설치고 할 말을 잃었다. 광주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6월의
시장선거는 누구를 뽑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였다
고. 그런 선거에서 선출된 시장인지라 장현C의 지지기반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다. 다른 무엇보다 진정한 소통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까닭은. 장현C가
빗나간 소통을 반복하다가는 심각한 정통성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최
소한 혼란스러운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다루는 동안만이라도,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자들과 소통을 지속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긴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상황이 크게 변해도 생각을 바꿀 줄 모르는 완명한 일부 시민운동가들도 멀
리해야 할 대상임을 깨닫기 바란다. ‘100인 시민위원회’나 ‘시민 쓴소리 위원회’
라는 것도 자칫하면 지역 명망가들의 집합소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진정한 소통은 증폭장치에 대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없는 보통시민들과의 소
통이다. 비록 벼슬은 높지 않더라도 성실하고 진지하게 업무에 임하는 실무자급
시청직원들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이 먼저 방향을 정해놓고
소통하겠다고 나서면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시장 혼자서 판단하기 어
려운 현안이 생기면 백지상태에서 실무자의 의견부터 묻는 것을 상책으로 삼아
야 한다. 2호선 문제도 그렇게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
다.
전세낸듯 광주정신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되도록 삼갔으면 좋겠다. 1980년 5
월에 금남로 혹은 도청의 주인공이었던 분들, 아직도 많다. 그 때 그 곳에 있지
는 않았더라도, 그해 5월을 생각하면 목이 메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지라, 남
앞에서는 5월이라는 말도 차마 꺼내지 못하는 광주사람들도 적지 않다. 광주정
신의 주인자리는 그분들, 그리고 소수 명망가가 아닌 일반시민들께 돌려주기 바
란다.
장현C가 그렇게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진정으로 시민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장직을 수행하고, 정치신인다운 참신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더할나
위없이 강고한 지지기반이 형성될 것이며, 더 나아가 이 순정한 도시 광주가 ‘당
신들의 천국’이 아닌 참으로 ‘더불어 사는 광주’가 되고, ‘더불어 행복한 시민’의
삶터가 될 것 아니겠는가.
첫댓글 이 글은 김석현 교수가 광주시청에 올린 글이 아니고,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지난 8월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네 맞습니다..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