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그렇게나 가지고 가고 싶어 했던 우산...
그러나 끝내 가지고 갈 수 없었던, 우산.
허리가 꾸부정한 50대 중반의 아저씨였다.
꾸부정하지만 노가다에서 잡부일을 하는듯
허름한 복장의 시골서 막 올라온듯한 때묻지 않은
순박한 얼굴의 작은 몸집이었다.
그가 탄곳은 4호선 인덕원 역이다. 내가 어떻게
그가 탄곳을 알았을까? 같이 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옆자리 앉았기 때문이다.
비가 장대같이 내리는 퇴근 시간대, 사람들은 손에
손에 젖은 우산을 들고 있었으며 그나마 서울을 벗어난
4호선은 한가하기에 서서 가지 않고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산본역에서 지하철 우측문이 열렸다.
하루 동안의 일이 피곤했는지 내 옆자리에서 졸고 있던
그 꾸부정한 아저씨는 산본이 내릴 역이였나 보다.
그러나 내려야할 타임을 놓쳐 버리고 후다닥,
닫힐려고 하는 지하철의 문으로 몸을 날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지하철 문틈으로 꼽았다.
보통은 지하철 문틈에 그리 뭔가가 꼽힐땐 지하철이
출발하지 않고 다시 문이 열리는 것이 정상인데, 그가
꼽았던 우산이 너무 작은 것이어서 문은 열리지 않고
지하철은 출발 하였다.
우산은 문의 가운데에 끼어 허공중에 떠있었다.
아저씨는 "이를 어쩌나"를 연발하며 우산을 뽑아
내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우산은 뽑히지 않았다.
모두 피곤하게 앉아 있던 심심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눈길은
문 옆에 서서 그것도 문틈에 꼽힌 우산의 손잡이를
붙잡고 씨름하는 꾸부정한 아저씨의 행동으로 옮겨졌다.
아무리 뽑을려고 해도 안뽑히는 상황을 보면서
옆에 있던 아즘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아저씨 다음 정거장에서 우측문이 열릴지 모르니
그때, 문이 열릴때 우산을 빼시면 될것 같은데요"라고
일리 있는 말이다.
문이 열릴때 빼면 될것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수긍하는 눈치다.
우산 손잡이를 잡고 있던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문 옆 자리에 가서 앉았다. 비는 내리고...
기대하던 다음정거장 평촌역에 가까이 가자 아저씨는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우산의 손잡이를 잡았다.
우측문이 열리면서 우산이 아차, 잘못 떨어져 선로(바퀴가
구르는곳)로 떨어질까봐 미리 잡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평촌역에서 지하철은 우측문이 열리지
않고 좌측문이 열렸다.
우측문이 열릴 거라던 아즘은 좀 쑥스러웠는지
아마 다음 정거장에서는 꼭 우측문이 열릴거라 했다.
그러나 다음 정거장도 다음 다음 정거장도
아저씨가 우산 손잡이를 잡고 버티는 그 정성에도 불구하고
우측문은 열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관심은
마치 내리는 비처럼 굵어져 가고...
이 사건을 통해 나는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4호선 오이도행 열차는, 인덕원역 이후의 지하철 문은
산본을 제외한 모든 역에서 좌측문만 열린다는 것을...
ㅋㅋㅋㅋ, 비는 억수같이 내리고...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그 아저씨 반월까지 갔다. 4정거장이나 그 우산때문에
더 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우산포기했다. 반월역 좌측
문으로 내리면서 아저씨는 우측문에 꼽혀있는 우산을
한번 길게 처다보더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등을
보이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 안산역까지 타고 왔다.
그때까지 꼽혀 있었다. 산본에서 9정거장이나 가도
우측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꼽혀 있는 우산을 보며 난 그 아저씨가 반월에서 우산을
포기한 것이 현명한 판단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그저 허공 중에 꼽혀 있는 우산을 보며 웃을
뿐이였다.
꾸부정한 아저씨의 안타까움. 그 아저씨 아무래도
집에 가면서 우산 사서 쓰고 갔기 보다는 그냥 비맞으면서
씨블 씨블을 연발하며 그냥 갔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안산역 이후 종착역 오이도역까지 두 정거장을
남겨놓은 상태에서의 그 우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부디 좋은 주인 만나서 극락왕생하기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의 그 아저씨는 그런 마음이였을 것이다.
지루한 일상을 허공중으로 띄워 주었던 그 우산...훗!
피에쑤 : 안산역에서 지가 무슨 바위에 꼽힌 칼을 뽑았다는 아더왕의
전설처럼
문틈에 꼽힌 우산을 뽑아서 내릴려고 했던 아즘도 있었다.
그러나, 끝내 그 우산은 뽑히지 않았다......*^^*
첫댓글 .... 그 우산은 뽑히지 않았다......*^^* (ㅋ..압권이다. 상상도 안된다)..사호선은 어디서 또 바람을 피고 이스까
아~~ 그 사호선이요, 집나간 탕아...! 이 넘의 시인촌 집구석이 엉망이다 보니 아마 귀가 안할것 같토요..훗!
돌아와요 시인촌에... 그리운 사호선님 !
사호선 얘기가 여서 나왔구만... 내 그럴줄 알았어!
네 죄를 사하노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