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을 품고 있는 휴화산 왜 한동훈인가?(2)/눈앞에서 불의라고 판단한 문제를 두고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릴킹(회원)
길이라는 게 처음부터 생기는 건 아니다. 함께 가다 보면 생기는 것이다. 한동훈은 주변에서 자신이 정치 경험 없음을 지적한다고 기자가 이야기하자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권주자로 키워준 게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무리한 공격이었다면 오늘의 한동훈을 키워준 것은 무엇일까. 한동훈이 여의도에 올 때마다 파상 공세를 폈던 민주당 의원들? 기자들과 주고받은 노상방담? 물론 이런 계기가 한동훈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요인이기는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동훈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었을 것이다. 공평무사와 평형감각이 그의 삶을 지배한 법 감정이라면, 한동훈은 눈앞에서 불의라고 판단한 문제를 두고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법을 공부했고 지금은 법무장관이라는 이유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이들도 있다. 법(法)이란 게 무엇인가. 물 흐르듯 하는 게 법이 아닌가. 한동훈은 강산이 두 차례나 바뀌는 동안 아주 가까이서 흐르는 물 속을 바라보며,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그른가를 여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이번 21대 국회처럼 과반 이상을 차지한 정당이 무소불위로 입법권을 남용한 예를 우리 헌정사, 정당사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해야 하는 중차대한 법률안조차 다수결 하나로 밀어붙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자연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오늘 국민의힘 원로들도 한 자리에 모여 한동훈의 거취를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한동훈의 등판을 시기상조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반면 지금이 적기이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시각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한동훈은 마치 용암을 품고 있는 휴화산 같은 존재이다. 그는 이제 불혹이 지나 지천명에 이르렀다.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는 나이인 것이다. 한동훈은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준 조국 대한민국이 지금 어떤 위험에 처해 있고,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가를 절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으로 우뚝 서는 날,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너무도 분명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