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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곳은 이제 동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울산 전체 등록 외국인 2만4천151명 가운데 동구가 7천714명을 기록해 10년 넘게 1위를 차지했던 울주군의 7천700명을 넘어섰다.
동구의 외국인 수는 주력산업인 조선업의 사정에 따라 달라져왔다.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2014년 6천91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2천953명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이후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2022년 4천91명 2023년 7천377명 등 외국인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호황에도 국내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기 여려워지자 정부가 전문 인력 취업 비자(E-7) 규제를 완화하는 등 외국인 인력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도 외국인 노동자가 추가 투입된다는 소식이 있어 동구의 외국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가장 큰 부작용은 주민들의 불안감이다. 같은 정체성과 공동체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단일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연하게 가지는 감정이다.
실제 외국인이 증가한 이후 동구에 치안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고, 의원들에게도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외국인들로 인해 불안하다며 골목길 등에 가로등 및 CCTV를 설치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 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넘는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인 안산시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도 선도적으로 외국인 관련 정책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 조사에서 안산시 주민 67%가 외국인 증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민 50%는 외국인이 증가에 따른 범죄를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불안감을 이유로 동구에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이미 이민자를 받아온 선진국의 다양한 연구에서 외국인 증가와 범죄 증가의 연계성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죄가 증가한다는 연구를 살펴보면 노동시장 내 열악한 조건, 같은 국가 출신간 인적교류 및 높은 신뢰수준을 형성할 수 있는 배경, 현지 국가의 문화 대한 낮은 수용성 및 법률에 대한 무지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와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범죄 실행에 필요한 정보 접근성이 내국인보다 낮은 점, 검거 시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 등 제재를 받는 점 등을 이유로 범죄에 가담할 요인이 적다고 분석했고, 인종차별이나 제노포비아(Xenophobia) 등으로 인해 오히려 외국인이 범죄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은 내기도 했다.
외국인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안은 관리체계의 개선이다. 지난 2021년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지자체의 인구수에 외국인이 포함돼 외국인도 사회 구성원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를 위해 동반되어야 할 외국인 관리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고용노동부, 법무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등 다원화된 관리체계 속에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가 생활하는 지자체에는 그들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다.
때문에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언어교육과 의료지원, 문화소통사업 등 외국인들을 위한 기본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책 마련에 그치고 있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름에도 그에 맞는 특색에 맞는 정책이 실행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인구감소로 인한 외국인 노동인력 도입은 불가피하다지만 실제 이들과 같은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수용과 이해를 바라는 게 아닌 외국인과 기존 주민들이 서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맞춤형 외국인 관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확대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