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키에 깔끔한 피부와 잘 정돈된 헤어스타일..
여자보다 더 크고 예쁜눈에 갸름한 턱선이 마치 순정만화속 남자주인공을 보는듯 했다.
참 잘생긴 놈일세.. 아니 참 이쁘게 생긴놈일세~하고 감탄하는 사이
그 꽃미남은 두명의 기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길거리에서 이게 무슨 짓들입니까? 우리가 잘못한것이니 사과하고 얼른 가죠.."
척 보기에도 부잣집 도련님같은데 기품있는 말투와 온몸에서 흐르는 품위가
빨강대갈녀석하고는 엄청나게 대조적이었다.
그 꽃미남의 기사로 보이는 아저씨가 빨강대갈놈의 기사아저씨께 사과를 하는 모습이 이내 비춰진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주의하도록 하죠.. 도련님 다시 오르시죠."
그러자 그 꽃미남역시 빨강대갈기사아저씨게 살짝 목례를 하고 차를 타더니 이내
그 차는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졌다.
빨강대갈녀석의 기사아저씨는 다소 황당한 표정으로 다시 차로 돌아왔다.
기사아저씨는 다시한번 빨강대갈놈의 안부를 묻는다.
"도련님 어디 다치진 않으셨습니까?"
"됐어..그나저나 뭐야 저작자들은?"
"기사를 보고는 잘 몰랐는데 차안에서 내리신분을 보아하니
차형주 국무총리의 아드님 같아보였습니다만.."
헐;; 구..국무총리 아들이랜다 ㅠ0ㅠ 국무총리라함은 대통령바로 밑의.. 그..그...그... 컥;
빨강대갈놈도 대단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아까 그 꽃미남이 한수 위네..
조금 놀란 마음에 빨강대갈놈의 눈치를 보는 사이 빨강대갈놈은
국무총리 아들이란 말에 흥분한거 같았다.
"뭐라? 차형주아저씨 아들이라고?? 그럴리가 없어!! 절대!!"
"제가 잘못본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분명히..."
"아니야! 차형주 아저씨밑에서 그런 꽃미남이 나올리가 없잖아! 우씨!!"
ㅡㅡ;;; 이놈이 생각하는 사고수준이란....
어쨌거나 등교하는 길도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우여곡절끝에 겨우 학교에 도착했다.
역시나 거만한 표정으로 익숙하게 차에서 내리는 빨강대갈놈의 배려속에
나까지 스타가된냥 뻘쭘하게 학교안으로 들어가야했다.
수많은 학생들이 이녀석과 내 눈치를 보면서 슬슬 피해다니고 소근거리기도 했다.
별로 신경쓰지 않고 녀석을 떼어낸후 교실로 입성하자 모두들 시선집중...
따가운 시선속에 자리에 앉았다.
어색하게 교과서를 펼치며 친구들의 시선을 외면하는 시간이 왜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건지..
잠시후 그 뻘쭘함을 구제해줄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아침조회가 시작된것이다.
출석을 부르시던 선생님께서 내옆자리가 빈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로희는.. 차로희! 로희 안왔나?"
그렇다.. 로희의 책가방이 없다. 결석을 하려는 건가? 반장이란 놈이 책임감 없이...
언젠가 날잡아서 이놈 교육좀 단단히 시켜야겠어! 남자가 되가지고 강한놈이어야지!!
특별한 당부없이 아침조회가 끝나고 바로 1교시가 시작되었다.
로희마저 없는 학교가 정말로 나를 왕따로 만들고 있었다.
정말로 애들이 날 싫어하는건지 빨강대갈놈 때매 접근을 못하는건지 알수없지만
중요한건 이 점심시간조차 같이 먹을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ㅠㅠ
외롭게 식판에 음식을 담아 빈테이블에 가서 자리를 잡자 조금 반갑게 시리 빨강대갈놈이 마주 앉는다.
"마누라! 밥먹으러 왔냐?"
"보면 모르냐..."
"뭐야.. 넌 친구도 없냐? 왜 따같이 혼자 먹냐?"
"이봐.. 난 어제 복학했어. 게다가 친구없는게 누구탓인데!"
"흠.. 내탓이라 이거지? 좋아.. 내가 같이 밥을 먹어줄게~"
그러더니 금새 자신의 식판을 가지고 와서 꾸여꾸여 밥을 먹고 있었다. 황당한놈...
사실 쪼오금 반갑긴 했다.
녀석 밥을 허겁지겁 먹다말고 쓸데없는 질문을 시작했다.
"야! 너 옆에 달고 다니던 그 범생이는 어디갔냐?"
"몰라.. 아픈가봐 오늘 학교 안나왔어.."
"비실비실 한게 약골같이 생겼더라~ 그런놈이랑 친구하지마~ 그러면 더 왕따당해."
"너나 잘해.. 그리고 음식좀 다 넘기고 말해. 드러워.."
"괜찮아 급하게 넘기면 채한단 말이야.."
"-_-+ 잘났다."
어쨌거나 녀석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밥을 먹을수 있었다.
밥을 금새 한그릇 다 비우고는 배가 부른지 배를 탕탕 두들기며 녀석 또 말문을 연다.
"마누라~ 내일 토요일인데 뭐할거야?"
"몰라.."
"데이트할까?"
"데이트?"
"그래 데이트~~"
"그런거 해본적 없어."
"뭐? 설마 너 그나이에 남자를 사겨본적 없다고는 말 안하겠지.."
"내나이가 뭐! 그리고 사겨본적 없는게 뭐가 어때서!"
"야야~ 그얼굴에 진짜 남자한번 꼬인적 없냐?"
"그래서 니가 꼬였잖아 임마!"
"어허! 그러신가? 그럼 이 강월님을 만나려고 여지껏 솔로에 정조를 지켜왔다?"
"정조같은소리하고 앉아있네. 다먹었으면 얼른 가! 나도 교실갈거야.."
"좋아! 내일 학교마치고 오피스텔에서 기다려~ 2시까지 데릴러 갈테니까..ㅋ"
"오디말디.."
애써 녀석을 무시하고 교실로 향하는 길이다. 오늘 점심시간은 나른하게 보내는가 싶더니 역시나...
"어머어머~~~ 이게 누구야?? 신이아니니?"
코에 물집어넣은 소리를 내며 다가온건 다름아닌 장미였다.
당연히 장미는 그의 패거리들과 함께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던 참인가보다.
전혀 반갑진 않았지만 이들과 적대관계를 성립하고 싶지 않았기에 인사라도 건내주기로 했다.
"어.. 안녕."
"밥먹고 오는길이니?"
"어."
"그래? 식후땡하러 가야지 그럼.."
"식후 뭐??"
내가 황당해 하는사이 벌써 장미와 그의 패거리들은 내 팔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도착한 곳은 학교뒷쪽 허름한 창고앞이였다.
그들은 망설임없이 각자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장미는 내게 담배 한개비를 건내주었다.
"자~ 신이도 한대펴~ 1학년은 원래 피다 걸리면 죽지만 넌 나랑 나이도 같고
절친한 친구잖아~"
-_-; 누가 니 친구라는거냐..
"난 담배안펴."
"어머 정말? 그럼 이기회에 배우는것도 좋아~"
"아니.. 담배피면 폐활량이 줄어들어 일하는데 불편해."
"일??"
"아니 뭐.. 나중에 커서 이런저런 일을 할때 불편해진다~ 그런말이지..."
"ㅎㅎㅎ 신이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철저한가 부다~~"
"아니 뭐.. 그렇지만도 않아."
장미파의 담배연기속에 인상을 구기며 빨리 교실로 들어가고픈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능숙하게 담배를 피던 장미가 갑자기 싸늘한 표정으로 타고있는 담배를 내앞으로 드리밀더니...
"이봐 신이.. 월이가 부탁해서 너랑 친구가 된척 했지만 사실 난 니가 맘에 들지 않거든?"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장미의 말에 그녀의 패거리들도 피씩 비웃기 시작했다.
나를 둘러싼 그녀들은 오만한 표정으로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장미의 음성이 가소롭게 느껴졌지만 그냥 참아주기로 했다.
"학교에서야 월이가 보호를 해주겠지만 학교를 벗어나면 조심해야할거야..
언제 어디서 누가 널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ㅋ"
내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장미의 인상이 더욱 험악하게 굳더니 내 어깨를 살짝 밀친다.
'탁!'
"야! 뭐라고 말좀 해봐! 벌써 쫄아서 멍해진거야? 그럼 재미없는데~~"
거들먹 거리는 장미의 입을 빨리 다물게 하고픈 마음에 대꾸를 했다.
"그래서 원하는게 뭐야?"
"오오~ 당돌한데? ㅋ 그래.. 강월 맘에 든 여자면 그정도는 되야지..
우리가 원하는거? 그거야 인류평화지..."
지들이 무슨 독수리 5형제야? 지구와 인류역사를 걱정하게...
"간단히 말해.."
"ㅋㅋ 니가 사라지는게 우리 인류평화를 위한 길이야..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때 니 발로 학교를 나가는게 좋을거야. 물론 강월과도
관계를 확실히 끝내줘야겠지.."
"결국은.. 그거였군..."
"그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네? 호호.. 그럼 얘기가 쉽네~
알아들었으면 하루빨리 꺼지는게 좋을거야! 다치기전에.. ㅎㅎㅎㅎ"
장미가 비웃자 주변의 패거리들도 같이 비웃기 시작했다.
상당히 거슬리는 웃음들이라 당장이라도 아작을 내고 내앞에 무릎꿇리고 싶었지만
철없는것들을 상대로 폭력을 쓴다는건 암살자가 할짓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조금더 현명한 방법을 쓰기위해 입을열었다.
"학교밖에서는 조심해서 다니도록 하지.. 그럼 이만.."
"야!! 학교를 계속 다니겠다는거야??"
"물론... 학교밖에서만 조심하면 된다며~ 그런데 내가 학교를 그만둘필요 없잖아?"
"이년이!!"
"학교밖에서 얼마든지 날 위협해도 좋아.. 그럼 난 이만 간다.
담배 많이 펴서 폐암걸려 뒈져버리길 기도하마.."
그렇게 난 유유히 장미파를 두고 교실로 돌아왔다.
앙칼진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던 장미와 그의 패거리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런 애송이들쯤은 한트럭으로 덤벼도 두렵지 않다.
그날도 그렇게 수업이 파하고 하교길이다.
오늘은 로희녀석도 없어서 그나마 같이 나가던 길도 혼자 나가게 생겼다.
꿀꿀한 마음으로 교문을 통과하려는데
오늘 아침 타고온 녀석의 고급 승용차에 빨강대갈놈이 타는게 보였다.
중요한 일이 있다더니 정말로 서둘러 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이다.
귀찮은 녀석마저 사라지고 유유히 교문을 빠져나가는데 역시나 여학생들의 비명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반야!!! ^-^"
오늘도 반야는 나를 위해 기다려준것..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를 보는듯한 느낌일까?
반야는 항상 내걱정을 하고 있는 듯했다.
"방금 강월 그놈 차타고 사라지던데..."
"아~ 냅둬 제멋대로인 그놈.. 뭐 중요한 일이 있대나 뭐래나.."
반야의 애마에 올라타 허리를 꼭 감싸안자 반야는 말없이 애마를 출발시켰다.
따가운 시선따위는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이미 알아서 상상하리라 믿는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온 오피스텔에 반야와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내가 먼저 반야에게 말문을 열었다.
"반야.. 오늘은 사건 없어?"
"있어."
"그래? 어제 강태만이 의뢰했다던 사건 잘처리했어?"
"어..별문제없었어."
"오늘 사건은 누가 의뢰한거야?"
"의뢰인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어..."
"그래? 그런일이야 종종 있으니까.. 목표는?"
"국무총리의 아들.."
"뭐??? 차형주의 아들??"
국무총리의 아들이라면 오늘 아침에 본 그 꽃미남??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꽃미남 하나가 사라지고 마는구나...
우리 어쎄신에 있어서 실수란 없기때문에 더군다나 반야가 처리하는 일인데
절대 실패할 확률이란 없다.
명복을 빌어줘야겠군 꽃미남....
하지만 오늘따라 반야의 표정이 어둡다. 그런 반야의 표정을 살피며 내가 다시 질문했다.
"반야.. 왜그래? 오늘은 표정이 더 어두워.."
"아니야 아무것도..."
"에이~ 내가 반야랑 하루이틀 알고지내? 무슨일인데? 나한테 말해봐..."
"이번의뢰는... 거절할까 생각중이야."
"뭐?? 어째서?"
"차형주의 아들에게 개인적으로 빚을 진적이 있어."
"반야가... 그런사람에게 빚을 지다니?"
"몇해전에 어떤사건하나를 처리하고 마무리하던 도중 그에게 걸렸던 적이 있어..
입만 뻥긋하면 내가 잡힐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그냥 미소를 짓고 날 보내줬었어.. 이유가 어찌됐든 내 생명의 은인이야..."
"반야가... 잡힐뻔 한적이 있다고?"
"그땐 아직 나도 초보단계를 거치고 있을때라 마무리가 좀 서툴렀어..."
"흠... 그런 빚이 있었군.. 그럼 의뢰를 거절해~"
"하지만 우리 어쎄신이 거절한 의뢰는 단한번도..."
"괜찮아 반야~^^ 우린 비록 어두운 세계에 몸담은 사람이지만 의리라는 건
기본으로 가진 사람들이잖아.
진빚은 갚아야지....그사람 죽이고 평생을 가슴치고 사는것 보단 낫잖아.
게다가 그 의뢰인은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도 않았다며..
그런 명목으로 거절하면 우리 어쎄신의 명예도 더럽혀지지 않고 괜찮을거야.
실패한것도 아니고 의뢰거절인데 뭐~"
"..알았어."
그제야 반야의 어두운 표정은 조금이나마 풀리고 있었다.
그때 신우가 학교를 마치고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누나~~ 신우왔어!"
"그래~ 학교 잘다녀왔어?"
"웅~ 누나두 잘... 어?? 반야형!!! >ㅁ< 형~~~!!"
신우녀석 반야를 굉장히 좋아한다.
카리스마 넘치는게 엄청 멋있대나 어쨌대나...
하긴... 반야가 멋있긴 하지 ㅎㅎㅎ
반야옆에 딱 붙어 뭔가 열심히 질문하는 신우...
내 동생이라서 그런지 반야도 적대감을 갖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그사이 나는 사랑하는 동생과 영원한 내동료 반야를 위해 밥을 차리고 있다.
신우와 반야의 대화소리가 내 귓가에 스며든다.
"반야형! 형 우리누나 애인이야?"
0//0 앗.. 저..저눔이...
당황하는 나와는 달리 역시나 무표정한 모습으로 반야는 대꾸했다.
"아니.. 친구.."
"후웅... 반야형은 여자친구 없어?"
"없어"
"왜? 형은 엄청 잘생겼잖아. 게다가 싸움도 엄청 잘한다며~"
"신우는 여자친구없어?"
"응.. 없어 없어~ 나 좋다 쫓아다니는 애들은 다 별루라서.."
"그래? 난 씬이좋아.."
0//0 바..반야...
애써 못들은척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 신우녀석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씬?? 우리 누나를 말하는거야?"
"응..."
"형 진짜야? 우리누나 좋아해?"
"응.."
"그럼 사겨~"
"아니.."
"왜? 우리누나에 비하면 형이 엄청 아깝긴하지만.."
-_-+ 저걸 구워 삶어? 저것도 동생이라고...
"아니.. 씬은 여자로써가 아니라 친구로써.."
"에이~~ 그러면 재미없잖아.."
더이상 녀석들의 대화가 거슬려 듣고 있을수 없어 내가 나섰다.
"신우 너 쓸데없이 반야괴롭히지 말고 얼른 씻어~ 그래야 밥을 먹지.."
"쳇! 알았어~~"
괜시리 반야를 보는게 뻘쭘해서 허둥지둥 거리며 반야에게 말했다.
"바..반야~ ㅎㅎ 저놈이 원래 좀 철이 없어서 허튼소리를 잘해.. 니가 이해해~"
"괜찮아... 나 이만 갈게.."
"어? 반야~~ 밥 다 됐는데 밥 먹고가~"
"아니야.. 다른 사건이 있어서 지금 가봐야해.."
"그래? 다음엔 꼭 저녁 먹구가~"
"어.. 갈게.."
"오늘도 데릴러와줘서 고마워.. 잘가^-^"
반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신우녀석 씻는동안 반야가 가버렸다며 한참을 투정하고 그걸 들어주느라 고생깨나 했다.
밥도 다먹고 배가 부르자 시원한 바깥공기가 마시고 싶어 산책을 하러 나선다.
"누나 어디가게?"
"그냥 산책좀 하고 올게.. 집잘보고 있어."
"알았어 조심해서 갔다와.."
"그래 나말고 나건드리는 사람들이 조심해야지..."
"뭐?"
"아..아무것도 아니야.. 하여튼 나 갔다올게~"
"응.."
그렇게 신우에게 당부를 하고 오피스텔을 나섰다.
보통은 아무리 배가불러도 산책따윈 하고 싶지도 않더니 굳이 산책이 하고 싶은이유는 뭘까?
분명 무슨 사건하나 터질려고 그러는거겠지? 이런나의 예감은 고맙게도 적중하고야 말았다.
암살자의 습관때문에 어둡고 좁은 골목을 산책터로 택한 나는 우연치않게
여자들의 패싸움을 목격하고 말았다.
한쪽은 4명 한쪽은 7명.. 숫자적으로 불리해보이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내 신경쓰지 않고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익숙한 음성에 다시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나 장미를 얕보지 마랏!! 이야!!!"
'퍽!!'
"윽.."
"죽고싶어 환장을 했군!! 죽여주마!!"
역시나 앙칼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장미였다.
고소하게 생각하고 말고 할틈도 없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는 장미파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벽에 기대 팔짱을 끼고 비스듬히 그들을 지켜보다 저대로 두면
정말로 장미파가 죽고 말것같단 생각에 나서기로 했다.
"이거.. 여자들이 이런골목에서 패싸움질이나 하고 있다니... 쯧쯧. 세상이 어찌되려고.."
내음성에 패싸움을 하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어둠에 가려 내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는지 상대편 리더로 보이는 파마머리 여자애가 질문을 던져왔다.
"거기 왠년이냐?"
내가 그들앞으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자 피범벅이 된 장미파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피가 터진 입술을 움직이며 장미가 말을 했다.
"너...너는..."
"아아~ 그런 엉망이된 얼굴로 쳐다보지 말라고.. 역겨우니까.."
"니가 여길 어떻게... 여기서 시체가 되고 싶지 않거든 어서 달아나는게 좋을거야!"
"꼴에 내걱정하는건가? 이거 감동해서라도 도와줘야겠는걸?"
이미 일어설 힘조차 없어 보이는 장미파는 나를 보며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거들먹거리며 파마머리가 다시 나선다.
"오호.. 이년들하고 아는 사이인가 부지?"
"글쎄.. 뭐 조금.."
"죽기싫으면 지금 도망가는게 좋을거야.. 기회를 놓치는건 미련한 짓이지..
지금이 기회야. 썩 꺼져!"
"내가 하고싶은 말이군.. 그쯤 팼으면 스트레스도 풀렸을것 같은데
도망칠 기회줄때 꺼지는게 좋을거다."
어이가 없다는듯 그들은 콧방귀를 끼며 서서히 내쪽으로 다가온다.
"이게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아아.. 죽고싶어 환장한 사람이 어딨겠어? 아주 쪼금 아는사이라
그냥 지나치기 모해서 들린건데..
난 폭력을 쓰고 싶지 않으니까 좋은 말로 할때 가라.."
나의 경고를 무시하며 그들중 한명이 내게 달려들었다.
"웃긴 계집애!! 입다물게 해주마!!"
가냘픈 주먹에 꽤나 힘이 실려 내 얼굴쪽을 향했다.
가볍게 그 주먹을 낚아채서 팔을 뒤로 꺾으니 짧게 비명을 지른다.
"아악!! 이..이 계집애가!!"
장미파는 쓰러진채 깜짝 놀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런 고사리 같은 주먹으로 쥐새끼 한마리 잡겠어? 마지막으로 경고하지..
지금 꺼지지 않으면 니들도 피를 보게 될거야.. 당장...꺼져라.."
어쎄신에서 사건을 해결할때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살인적인 눈빛...
살기 등등한 눈빛으로 그들에게 경고를 하자 그들은 내 눈을 보고는
슬금 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뭐...뭐야 저년은... "
"어떻게 계집애가 저..저런 눈빛을 가질수가 있지?"
마치 야수를 보는 듯한 내 눈빛에 잠시 주춤하던 그들 무리는 서로 눈치를 보더니
이내 후다닥 사라져 버린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고 장미파만 초라하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자신을 일으켜줄줄 알았는지 장미는 자존심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뗀다.
"가까이 오지마! 너같은 애한테 도움받은거 만으로도 충분히 자존심상하니까..."
"가고싶은 마음없었다. 쪽팔리게 나보고 학교밖에서 조심하라더니 지들이 당하냐? 우습군.."
"대체.. 대체 넌 누구야!! 어떻게 그런 솜씨를.. 게다가 그런 살인적인 눈빛은 대체.."
"적어도 고딩일진따위가 알만한 사람은 아니지... 거기서 하루종일 엎어져 있든,
다른사람한테 발견되서 병원으로 옮겨가든 알아서 하라구.. 난 산책중이여서 말이지..."
그렇게 말을 하고 난 장미파를 두고 그 골목을 빠져나왔다.
저것들 도와주라고 산책이 하고 싶었던건가? 그럴리가...
이내 신경 끄고 다시 산책에 몰입하는 나였다.
좁은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커다란 건물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여긴... 블루호텔 뒷문이잖아?"
마지막으로 사건을 처리한 그 호텔... 어쩐지 감회가 새로웠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은 호텔 후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후문을 살짝 열자 비상계단에 누군가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안녕?"
자세히 보니 그사람은 다름아닌 오늘 아침에 본 그 절세 꽃미남!!
반야가 사건을 처리하려다가 빚을 진게 있어 취소한 그.. 차형주국무총리의 아들?
가까이서 보니 그의 외모는 더욱 눈부셨다.
깨끗한 피부와 어울리지 않게 그는 담배연기를 가득 내뿜고는 이내 발로 부비적 끄더니...
내게 인사를 건낸것이었다.
원래 낯선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이내 무시하고 뒷모습을 보이자
그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인사를 했으면 받아줘야 예의인데.."
내가 잠시 멈칫하자 어느새 그는 내 앞에 와있었다.
깔끔한 정장차림과 너무나 잘어울리는 귀족풍 이미지가 부드러운 미소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여기는 후문이야.. 앞문은 반대쪽이라구.. 후문으로 왔다갔다 거릴만한 아가씨가 아닌거 같은데..."
"상관마.."
"^-^ 도도한 아가씬데?"
"그러는 그쪽도 처음보는 사람한테 다짜고짜 반말하는걸 보니 그다지 예의가 갖춰진 사람같진 않은데?"
그러자 그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기분나빴어요? 그렇다면 제가 사과하죠..."
존댓말하는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이남자.. 가까이서 보니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는 나를 보며 다시 부드럽게 미소를 띄고 있었다.
"여긴 무슨일로 왔죠?"
"그냥 지나다 들렸어요!"
나도 모르게 같이 존댓말을 하게 되는 압도적인 귀족풍 분위기...
"지나가다 호텔 후문을 들렸다고요? ㅎㅎ 취미가 좀 특이한데요?"
"호텔같은덴 앞문으로 들어가본적이 없어서 그냥 들어와 본거에요.."
"그래요? 그럼 지금 같이 들어가보지 않을래요? 괜찮다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됐어요. 제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하고 밥을 같이 먹죠? 그리고 전 밥 먹어서 배불러요.
산책중이었다구요.."
"아쉽군요. 저 그렇게 나쁜사람 아니에요."
"국무총리 아드님이 이렇게 여자를 꼬시는법이 뻔해서야 원..."
그러자 그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아니 그걸 어떻게..."
"그쪽같은 유명인사를 모르는게 이상한거 아닌가요?"
사실 나도 오늘 알았다 -_-;;
"그쪽같은 미인이 절 알아주시니 영광스럽군요.
하지만 나쁜의도로 그런건 아니었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그의 미소는 정말이지 천만불 짜리인듯 했다.
부드러운 미소가 정말 수많은 여자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더이상 이남자와 같이 있다간 왠지 불길한 일이 벌어질것만 같아 서둘러 돌아가기로 했다.
"오해든 뭐든 상관없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분명히 그를 뒤로하고 몸을 돌렸는데 내 바로 앞에 또다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마누라.. 여기서 뭐해?"
헉... 이놈은 다름아닌 빨.강.대.갈.강.월!?
"뭐..뭐야 너! 너는 여기 왜..."
"말했잖아 오늘 중요한일 있다고.. 거기 모임장소가 여기 블루호텔이야.."
"그러냐?"
"저 놈팽이랑 무슨 얘길 한거야?"
이놈이 말한 놈팽이란 저 꽃미남을 말하는 듯 했다.
"놈팽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별말 안했으니까 신경끄셔! 중요한일 있으면
중요한 일이나 할것이지 넌 또 왜 기어나왔냐?"
"담배한대 피러나왔다가 본거다 왜!"
꽃미남과 단둘이 있는게 질투가 났던건지 부쩍 신경질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강월녀석...
"시끄러.. 왜 소리를 질러! 나 집에 갈거니까 비켜!"
"여기까지 왔는데 호텔음식 구경이라도 하고가!"
"내가 무슨 거지냐! 호텔왔다고 구경하고 가게!"
"거지는 호텔근처도 안와~"
"-_-+ 이자식이.."
얼떨결에 강월놈 손에 이끌려 호텔안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꽃미남은 뒤에서
여전히 옅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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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소설1
〔절세검도미녀〕
oOvV양의 탈을쓰다!!VvOo [5편]
지누ㅡ_ㅡ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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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2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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