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정부보상안, 4개면 주민 3,476명중 2,962명 반대
반대위원회, “한전 15개 마을합의 날조...공사강행은 주민과의 선전포고”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입력 2013-09-26 13:57:05 수정 2013-09-26 15:45:46
기자회견에 참석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위원회와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경남도당, 시민단체 대표들이 밀양송전탑 공사재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구자환
경찰력을 동원한 밀양송전탑 공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밀양 4개면 주민 3,476명 가운데 2,962명이 정부 보상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의사를 밝힌 주민 가운데 경과지에 거주하지 않는 자녀 등 상속대상자 753명을 제외하더라도 2,209명이 정부 보상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나 최소 전체 주민의 63%가 정부 보상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서명은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주민들이 개별 세대를 직접 방문해 받은 것으로, 앞서 한국전력의 밀양 5개면 30개 마을 중 15개 마을이 송전탑 건설에 합의했다는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결과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이 송전탑 공사에 합의한 마을과 관련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내어놓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반대대책위는 지난 2012년 9월 4개면 주민 1,584명에게 송전탑 공사를 반대한다는 서명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서명은 공권력을 동원한 공사를 앞둔 시점에서 다시 진행된 것으로 앞의 서명보다 더 많은 주민이 반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위원회’는 2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력의 15개 마을 합의 주장은 날조된 사실”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상부에 전달해 유례없는 대규모 공권력 투입까지 한 한전과 정부 실무 관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들의 회유와 위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밀양문제를 보상으로 풀 수 없다는 사실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진실”이라며 △정부와 한전 관계자 파면 △정부의 진상조사단 파견 △한전과의 공개 TV 토론회 등을 요구했다. 이어 “공사강행은 주민들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지금 주민 정서가 격앙된 상황에서 공권력 투입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공사강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4개면 주민들로 받은 정부보상안 반대 서명 결과를 밝히고 있다.ⓒ구자환
주민들 “죽은 땅과 비양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어...목숨 내놓을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반대주민대책위와 격분한 주민들의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김준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자꾸 정부가 주민이 바라지 않는 돈으로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전 재산을 잃는 상태에서 개별보상금 400만 원을 준다고 하면 도시에서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이 모인 정부 쪽이 대안을 한 번도 내놓은 적이 없고, 오히려 비전문가인 주민들이 내놓은 대안에 대해 한 발 물러서고 있다가 이제는 전력 대란을 이야기하고 공권력을 앞세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기획재정부까지 올라간 밀양에 몇십 억 투입되는 복지회관 사업도 중단됐다”며 “인구 11만의 밀양시에 8천억 원에서 1조 원을 투입해 나노 산단 조성을 하겠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400만 원의 개별보상을 하겠다는 정부안도 법적 근거가 없다”며 “행정에서 위법을 공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부북면 주민대책위원 이남우 씨는 “경찰 3,000이 아니라 3만이 와도 목숨을 내놓은 이상 무서울 게 없다”며 “후세에게 죽은 땅과 비양심을 물려주기 싫고, 후세를 위한 길에 목숨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아까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상동면 주민 김영자 씨는 “왜곡된 언론으로 돈에 미친 주민들로 비치는 현실이 너무도 싫다”며 “산을 피해서 돈으로 들어가는 정부의 송전탑 정책 때문에 우리는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장면 주민 송루시아 씨는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같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양심이 없다. 우리는 국회의원처럼 배우지 못했지만 양심을 가지고 산다”고 꼬집었다.
이계삼 밀양765kv 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이 4개면 주민 2,962명으로 받은 정부보상안 반대 서명지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구자환
반대대책위가 밝힌 한전 15개 마을 합의 실상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대주민대책위는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에 합의했다는 마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합의된 마을은 단장면 바드리마을 뿐으로 다른 마을들은 일체의 마을 전체 회의나 개발위원회에서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주민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단장면 삼거마을의 경우 현 이장조차 모르는 사실이라는 증언이 나왔고, 연경 마을의 경우 마을 전체회의나 등에서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장마을의 경우도 한전과의 합의와 관련해 회의한 적이 없고 주민조차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외면의 괴곡 마을의 경우 송전탑 피해가 큰 골안마을의 주민들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은 양리마을 주민대표가 연명부를 위조해 한전과 10억 5천만 원에 합의하고 입금된 7억 5천만 원으로 토지를 사들여 마을 전체가 분란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우 다수의 마을 주민들은 합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고 주민대표가 아닌 소수 일부 주민이 한전과의 보상을 이야기하며 합의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들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