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한여름이면 휴가를 간다.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고 새로운 충전을 위하여 사람들은 직장에서 짬을 내어 시원한 바닷가나 계곡에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간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카피처럼 고생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떠나는 것이다.
오랜만에 회사에서 추첨으로 배정되는 콘도가 당첨되어 금년 휴가는 계획부터 마음을 들뜨게 한다.
숙박이 결정되면 어떻게 보낼 것인가만 결정하면 되니까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약속을 하고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好事多魔(호사다마)라고 하든가 갑자기 동행할 친구가 다쳐 혼자 내동댕이 처진 모습으로 남았다.
아이들과 함께 했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그냥 아내와 둘이서 여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어떤 테마여행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차에 둘이서 가는 긴 거리의 여행이 애처로워 보였는지 딸아이가 함께 가겠다고 나서 손자녀석이랑 넷이서 여행을 떠난다.
먹을거리여행이다.
강원도 일성설악콘도가 목적지다.
실은 그곳에는 몇 번 가본 기억이 있지만 성수기에 추첨에 당첨되어 간다는 것이 왠지 선택받은 느낌이 들어 설레고 6시간 반을 운전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기분이 좋다.
남편과 아버지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은 쫀쫀하게 굴지 말 것이며 함께 동행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여행을 무사히 마치는 것으로 마음속에 다짐을 하고 차가 출발하는 순간,
“이번 여행의 경비는 내가 다 내겠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스럼없이 말하고 돈이 많이 들 건데 하는 식의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무엇을 먹을 것인지 또 어디에서 먹을 것인지 곰곰 생각해보고 차근차근 얘기해주면 불편하지 않도록 차로 잘 모시고 맛있는 음식도 충분히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하고 일괄한다.
박수소리가 차안에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내가 한 모양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감동이라는 단어일지 모를 일이다.
“횡성 한우를 저녁에 먹을까 하는데 생각은?”
“비쌀 텐데!” 하고 아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내가 말했잖소. 돈 걱정을 하지 말라고.”
“우린 좋아요” 하고 손자 녀석을 안고 다소곳이 있던 딸이 즉시 동의한다.
“한우는 음식점에 가서 먹는 것은 아니고 콘도에서 구워 먹을 겁니다.
횡성 휴게소에 한우 직판장이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사서 저녁에 구워먹으면서 간단한 소주파티도 할까 하는데 어떠신지요?”
“좋습니다.” 하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먼저 먹을 점심은 무엇으로 할까요?”
“강원도 하면 순천 막국수가 유명하잖아요. 간단하게 그걸 먹으면 좋겠어요.”하고 딸이 제안을 한다.
“당신 생각은?”
“나도 좋아요.”
맛있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그곳으로 가기로 하고 차는 거침없이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며 자연이 만들고 인간이 가꾼 산하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다.
횡성휴게소에는 쇠고기 직판장이 있다.
이틀 전에 개업을 했으니 광고를 위해서도 품질이 우수한 고기를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고 그곳에서 저녁에 먹을 만큼 충분한 고기를 사고, 동해막국수를 선택하여 북강릉톨게이트를 빠져 나가 곧바로 달려갔다.
그것은 개인집에서 음식장사를 하다 알려진 곳 인듯 작은 규모지만 손님은 이미 대만원인 것을 보면 깨나 소문이 난 집임에는 틀림이 없다.
주문하여 나온 음식은 정갈하고 맛이 좋다.
아마 몰라도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지 뒷맛이 고소하고 맛나다.
첫 번째 음식의 선택이 탁월한 것 보면 이번 여행 동안 먹을거리 테마음식은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맛있다는 생각을 안고 달려 온 일성설악콘도는 3시부터 방을 배정한다고 한다.
예약상황을 체크하고 휴게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냉방시설이 좋아 편안하게 앉아 기다리다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고 간단하게 사워를 하고 일정을 챙겼다.
우선 속초 시내를 관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속초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고 인터넷을 검색한 딸이 “아바이 순대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것을 먹으면 안 될까요?” 하고 묻는다.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럼 아바이 순대를 먹으러 나갑시다.” 말하며 서둘러 방을 나선다.
방송에 나오는 온도와 설악콘도에서 느끼는 온도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햇살은 따갑고 바라보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아바이 순대는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승헌과 송해교가 인연을 맺는 갯배를 타고 건너야 있다.
갯배는 와이어를 양쪽에 묵어놓고 그것을 땜목 중간과 연결하여 사람들이 와이어를 잡아 당기면 움직이는 전혀 현대적인 아닌 원시적인 형태의 운송수단이다.
아바이순대집이 밀집한 곳을 가려면 반드시 이용해야하는 교통의 요새같은 느낌과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한번 이용하는 요금이 200원이라 부담없이 타고 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갯배를 타고 건너면 많은 집들이 각자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광고를 하고 있지만 음식 맛이야 그기에 거기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어 아무 집에 들러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순대를 주문해 먹었다.
순대 맛이야 다 같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시장에서 파는 순대와는 맛이 다르고 나의 먹성과 일치해서 맛있다는 느낌이다.
예전에 먹어본 오징어순대지만 먼 곳에 여행 와서 이곳의 대표 먹을거리 장소에서 직접 먹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맛이 좋다.
특이한 것은 아바이 순대나 병천 순대의 맛이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느낌이 있어 순대 만드는 방식이 지방마다 특별할 것 같지만 같은 방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문다.
어쩌면 돼지피의 맛이 속재료의 맛을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추측을 담아보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동명 항을 찾아가니 동해바다의 특성은 어디나 비슷하지만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시면 그 무더운 여름날의 짜증도,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어느새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만다.
나는 남해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동해바다를 좋아한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을 바라보는 느낌도 좋지만 수평선이 바라다 보이는 무한함을 더 좋아해서 가끔 동해 바다를 찾는다.
단단하게 만들어진 방파제에 올라서서 추억의 흔적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숙소인 콘도에 되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서산에 지고 열기는 많이 사그라졌다.
콘도 앞에서 노래자랑을 한다.
여름동안 콘도를 찾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콘도 측에서 하는 행사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로 모여들고 나름대로의 실력을 믿고 노래를 신청하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지만 진행을 맡은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1절만 부르고 나면 음악을 중단하는 묘미도 있어 더 재미있다.
그냥 보내면 서운할 듯해서 노래 한곡을 신청하고 신나게 불렀고 딸은 그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가족밴드에 올려놓았다.
아마 몰라도 오랫동안 내가 부른 노랫소리가 밴드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횡성한우
고기를 굽는 것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고기 굽는 데는 약간의 소질이 있어 퇴직을 하면 고기 집에 서빙으로 취직할까 하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으니 당연 내가 굽는 것으로 쉽게 낙찰되었고 횡성휴게소에서 사온 한우를 구워 식탁에 내려놓고 한 입하는 순간 우린 감탄했다.
“정말 연하고 맛있다!”하고
고기를 굽는 동안 맛이 정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물이 나오지 않아 도시에서 흔히 사다먹는 고기와는 다른 느낌이 존재했다.
연하고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는 쇠고기는 나의 선택이지만 최상이었고 오늘까지 먹어본 고기 중에 최고였다.
소주와 맥주를 나누워 마시며 이 여행의 첫 번째 날은 저물고 우린 행복이라는 단어가 우리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새벽에 사위 녀석이 버스를 타고 왔다.
일이 바빠서 함께 출발은 못하고 심야버스를 타고 왔다.
아내와 자식이 있으니 왔겠지만 대단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 먼 곳을 심야버스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온다는 것은 보통 마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달려와 줘서 고맙고 기특하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었다.
밥, 쇠고기구이, 김치, 라면 등으로 식성에 맞게 먹고 울산바위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낙산사를 구경하기로 결정하고 숙박이 예약되지 않았기에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낙산사는 굳이 갈 필요성은 없지만 아내가 예전에 불이 나서 소실되어 다시 지었다고 하니 한번 가봤으면 하고 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에 가기로 결정했다.
참 아름다운 사찰이다.
이 아름다운 사찰을 감상하는데 나에게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그래서 생략하기로 한다.
점심은 감자옹심이 칼국수가 제격이란다.
인터넷검색을 하고 찾아간 감자옹심이집은 대만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한참을 기다린 후에 그 참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옹심이는 손님이 많아서 감당할 없어 없고 감자칼국수만 한단다.
감자칼국수 안에는 옹심이도 들어 있다.
옹심이 만두와 감자칼국수를 한 시간 넘게 기다려서 먹었지만 맛은 단백하고 후회되지 않는 맛집임에는 틀림이 없다.
감자옹심이 집에서 발부하는 주차권은 이미 기다리는 시간동안 소진되고 결국은 주차비를 고스란히 내게 되었지만 음식 맛이 좋아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차장 아저씨 왈
“손님이 많은가보죠. 이 집 2시까지 하고 재료가 없으면 안 해요. 온다고 해서 옹심이 맛을 볼 수가 있는 것은 아니예요. 감자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드셨다니 다행이네요.”하고 말하는 것 보면 알만하다.
배를 채우고 또 다른 숙박을 위해 선택한 곳은 덕구온천 입구에 있는 예전에 친구부부와 1박한 기억이 있는 곳을 향했지만 강렬한 햇살과 왠지 모를 갑갑함 때문에 포기하고 오래된 온천이 있는 백암온천을 향해 달렸다.
백암온천은 꽤나 유명한 곳인데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고 회사의 휴양시설로 이용되는 느낌이 든다.
호텔에 숙박을 정하고 간단한 사워를 하고 쉬다가 안내소에서 소개해준 봉고차를 타고 가서 촌닭백숙을 먹었다.
흔히 말하는 하림 닭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진짜 시원한 국물맛과 쫄깃한 닭 육질이 촌닭임을 증명하는 듯하여 기쁘고 즐겁다.
백암에도 노래자랑 행사는 하고 있다.
아마 몰라도 울주군에서 백암온천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오신 손님을 상대로 특산물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노래자랑이었지만 백숙 맛에 빠져 조금 늦게 오는 바람에 참가는 못하고 그냥 들러리로 한참을 즐겼다.
온천에서 목욕을 하는 것은 낭만에 속합니다만 큰 목욕탕에 사람이 몇 분 안 계신다는 사실이 이곳에 예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은 장소라고 믿기 어려워 왠지 모를 씁쓰레함이 있다.
오래된 호텔은 낡고 어설프지만 하룻밤을 묵을 수 있게 방을 내어주었으니 1박을 하고 포항에서 유명한 마라도횟집에서 물회를 먹기로 하고 달려갔더니 11시부터 영업을 한다면 매몰차게 진입을 금지하는 모습에서 꽤나 손님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11시에 시작되는 영업시간에 맞춰 밀려드는 손님을 보면서 방송에 나가 알리는 것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실감할 수 있지만 내가 먹은 물회 맛은 “맛있다.” 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있다.
아마 몰라도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식당 정보를 얻어 식당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앞에 먹은 맛집과는 달리 썩 내키는 음식 맛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신은 물회맛이 어때?”하고 물었더니
“별로네요.”라고 대답한다.
소문대로 맛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때론 허탕을 잡는 기분도 가족과 함께라면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고 웃으며 이번 가족여행의 테마 먹을거리여행은 막을 내린다.
‘누구와 함께 였으면 좋은가?’ 그것은 사람마다의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갑작스런 친구의 부상으로 함께 해준 사위내외가 있어 즐겁고 유쾌한 휴가였다.
손자의 재롱과 울음소리에서 새로운 맛을 느끼고 삶이라는 고단한 시간동안 잠깐의 여유가 내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있다는 것이 행복한 휴가의 첫 번째 행복이라면, 내일 또 기약하고 싶은 시간이 두 번째 설렘으로 남는 휴가가 두 번째 행복으로 자리 잡음을 느낀다.
나와 가족과의 짧은 휴가는 무자비한 더위 속에 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상쾌함이 존재하기에 또 내년을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