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손님 없는 가게 주인의 속
벌써 오래전 일이다.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진 후 어머니가
식당을 열었다.
----어머니의 가게----
권리금과 월세에 맞추다 보니 구청 주변이긴
했지만 거리도 좀 멀고 위치도 외졌다.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맛있다며 찾아주어서
점심때는 그럭저럭 테이블이 채워졌지만
퇴근 시간 후에는 손님이 드물었다.
번화가도 아니어서 오다가다 들르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평생 전업주부로만 살다 가족의 생계를
떠맡은 장사가 쉬울 리 없었다.
그렇게 몇 달, 손님 없는 가게를 지켜내던
어머니는 속이 새카맣게 타서
응급실에 실려 갈 지경이 되었다.
가게는 문을 닫았고 빚은 더 늘었고
어머니는 건강을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존 골즈워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존 골즈워디가
191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최고의 품질'에는
성실하게 구두를 짓는 게슬러 형제가 나온다.
그들은 심혈을 기울여 아름답고 튼튼한
수제화를 만들었지만 기성화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주문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형제의 구두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세상이 숭고한 예술혼을 알아주지 않았든
그들이 시대 흐름을 못 따라갔든 결과적으로
가게에 손님이 없게 되자 동생은 마음을
앓다 병들어 죽고 형도 곧 세상을 떠난다.
사망 원인은 아사.
"식당에 손님이 적어서 편하겠다"
는 어느 공직자의 말을 마음 넓은 주인은
농담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나조차 오래전 그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따끔거렸다.
---아산 시장의 반찬가게 주인과 문대통령----
주인이든 그 가족이든 종업원이든,
손님 없는 가게에서 출입구만 뚫어지게
지켜본 적 있는 사람은 안다.
손님이 없다는 건 죽을 만큼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손님이 적다는 건 결코 편하고 좋은 게 아니다.
몰라도 정말 너무 모른다.
김규나 소설가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