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어버이 주일/ 스승의 날
제5계명-부모를 공경하라
출애굽기 20:12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저는 올해 처음으로 부모님 없는 어버이날을 맞았습니다. 부모님 계시지 않는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드는 먼저 드는 생각은 효도란 부모님 ‘살아생전’에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부모님을 두신 분들은 살아생전 효도하시기 바랍니다. 부모님을 공경하고 순종하며 효도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복을 천대에 이르기까지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진실입니다. 여러분과 우리 아이들이 이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기를 원하신다면, 부모님을 공경하는 본을 보여주십시오. 여러분의 본을 보고, 자녀가 또한 여러분을 공경하게 하십시오.
■ 그들의 늘그막이 나 같지 않기를...

누구나 나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위해 일할 때가 있습니다만, 자녀가 자라고 나면 이후엔 자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젊어서는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그 대가를 노년에 보답 받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자식농사’는 일종의 보험적인 성격이 있었습니다. 자식 농사를 잘 지으면, 노년이 편하고, 못 지으면 노년이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분석에 의하면 제 나이 또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자식과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세대는 자녀를 사랑하고 부양하겠지만, 그들에게 노년의 삶을 의탁할 생각이 없지요. 그러나 아무리 사회가 변한들, 부모 없는 자식 없을 터이고, 인륜의 기초가 되는 ‘혈육의 사랑’은 변함없을 것이요, 그런 점에서 낳아주신 부모에 대한 효도와 자녀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는 가치일 것입니다.
아버지에 관한 영상 한 편 보시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7xR9GpGEWE
이 영상에서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구절은 이런 구절이었습니다.

‘“첫째 아들을 가졌을 때 나는 기뻐서 울었다. 둘째가 태어나던 날, 나는 좋아서 웃었다.”
그들은 더는 나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늘그막이 나 같지 않기를…….’
‘그들의 늘그막이 나 같지 않기를…….’ 자녀는 부모가 부모에게 하는 것을 배우고, 부모가 부모에게 하는 것처럼 하기 마련입니다. 부모를 공경하면, 자녀에게 공경 받는 부모도 유익하지만, 부모를 공경하는 자녀가 하나님께서 약속해 주신 ‘약속 있는 첫 계명’의 축복을 받습니다. 부모의 유익보다 훨씬 더 큰 유익을 부모를 공경하는 자녀들이 얻게 되는 것입니다.
■ 십계명의 구분

십계명은 두 개의 돌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첫 번째 돌판에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네 개의 계명이 적혀있고, 두 번째 돌판에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여섯 계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5계명이 두 번째 돌판의 맨 처음에 놓였다는 뜻인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학자는 이 계명이 인간관계에 대한 여섯 가지 계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모 공경의 계명이 두 번째 돌판 가장 앞에 놓임으로써, 십계명 중 두 개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계명인 4, 5계명이 함께 중심부에 나란히 놓이게 된 것입니다. 십계명 중 8개의 계명이 어떤 특정한 행위를 하지 말 것을 명하고 있지만, 이 두 계명은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십계명은 형식적으로는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적은 두 개의 돌판으로 나뉘고, 내용적으로는 적극적인 명령과 소극적인 명령으로 구분됩니다.
▪ 십계명을 읽는 안경 = 노예생활

하나님께서 주신 십계명은 히브리인들을 옭아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한 해방의 법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십계명을 잘 지키고 살아가면 그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와 해방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지만, 그 중 한 계명이라도 어기거나 용인하면 다시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며 살아가던 노예와도 같은 삶을 다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노예생활을 할 때에는 인간 바로가 신처럼 군림했습니다. 그가 우상이었던 것이지요. 그는 자신이 하나님이라고 망령된 말을 했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또한, 쉬는 날 없이 일했습니다. 안식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떻습니까?
부모공경을 하고 싶어도, 부모가 옆에서 감시관들에게 채찍에 맞아도 어쩔 수 없이 바라만 봐야 했던 노예들에게 부모공경은 어떤 의미일까요? 파리목숨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권력자들의 말 한마디, 눈짓 하나로도 살해를 당하던 이들에게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내와 누이와 심지어는 어머니가 권력자들의 성욕의 대상으로 전락했을 때, 간음하지 말라는 말씀은 무슨 의미일까요? 하나님 아닌 바로라는 우상을 섬기도록 강요당하고, 안식일도 없이 일하면서, 부모와 아내와 자녀가 살해당함으로 자신들의 모든 삶이 도둑질당하는 현실 속에서 ‘도둑질하지 마라!’는 계명은 무슨 의미일까요? 너무 억울해서 재판을 걸었는데, 자신의 증인이 되어줘야 할 이웃이 권력자의 편을 들어 거짓증언을 한다면, 그 때문에 거짓증언의 대가로 자신의 것이 거짓증언을 한 자에게 빼앗기는 현실이라면, 노예생활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십계명을 문자로 읽을 것이 아니라 ‘종살이, 노예생활’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읽어야 합니다. 십계명을 어기면, 지키지 않으면 다시 그 지긋지긋한 종살이, 노예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있는 것이 십계명입니다. 그래서 자유의 땅,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려면 십계명은 최소한의 계명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십계명을 엄격하게 지키고 어기는 자는 돌로 쳐죽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 제5계명의 의미

제5계명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이 된 이유에 대해서 크뤼제만이라는 세계적인 신학자는 ‘노후 봉양의 문제’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당시 가정 밖에서는 그 어떤 노후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과 병자와 약자들은 오로지 젊은 자녀의 봉양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예생활을 하던 이들에게 이러한 노후봉양은 자주 그리고 다양하게 위협당했습니다. 그래서 ‘공경하라’는 것은 단지 정신적-영적인 의미뿐 아니라 구체적인 물질적 봉양을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예의 삶을 살아갈 때에는 이런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므로, 해방된 이스라엘은 당연히 노년의 부모에게 죽을 때까지 음식과 옷과 거주지 등은 물론이고 장례까지 잘 감당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계명은 약속 있는 첫 계명입니다. 천대까지 복을 내려주시며,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복을 누리게 해주시겠다는 것입니다. 부모공경을 잘하면, 하나님께 순종하는 이들이 받는 모든 복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5계명은 단순히 ‘효도하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칼빈은 제5계명이 단순히 부모에 대한 공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 대한 공경과 연관되어있음을 밝힙니다. 부모 공경을 포함한 모든 공경은 궁극적으로 신에 대한 공경을 목표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이 공경을 요구한 것은 자신의 유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유익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공경을 통해서, 천대에 이르도록,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복을 인간에게 주시기 위함입니다. 부모에게 복종함으로써 ‘신같이 되려고 자기를 높이는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복종하는 길을 열어주시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아, 들으라!”라는 말로 복종을 요구하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적으로 복종하지 않으면, 우상숭배와 온갖 탐욕에 빠지게 되어 죄를 범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복종’은 곧 ‘구원’과 연결된 것입니다. 부모 공경을 통해서 자만을 극복하는 복종을 배우고,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는 지름길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 공경은 공경 받는 부모보다, 공경하는 자녀에게 더 큰 유익이 되는 것입니다. 부모공경을 통해서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복을 누릴 뿐 아니라, 하나님을 공경하는 데까지 나아감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천대에까지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 자유를 위한 복종

기독교에서 권하는 복종은 본질에서 억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것입니다. 십계명도 사람을 옭아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방하시기 위해 주신 선물이었습니다. 오직 우리는 절대자이신 하나님께만 복종함으로써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아닌 다른 것에 복종하면 우리의 삶은 노예의 삶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바울이 부모 공경을 가르칠 때에도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엡 6:1)”고 한 것입니다. ‘주 안에서’라는 말은 부모 공경을 포함한 모든 공경은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을 공경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공경하면, 하나님은 그를 공경하는 자에게 무한한 유익을 주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온갖 자만과 죄악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하나님은 그 순종의 길로 이끌어 우리에게 해방과 자유를 주시기 위해서 인간과의 관계에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을 가장 중요한 계명으로 주신 것입니다. 칼빈의 명설교 한 문장을 전해드리고 오늘의 설교를 마감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어떤 공경을 요구하시는 것은 그에게 그럴 만한 필요가 있어서거나 혹은 그것이 그분께 무슨 유익이 되어서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들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그렇게 하시는 것입니다.” - 1555년 6월 26일, 칼빈의 설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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