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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배 여의도성모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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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중반의 J씨는 등산의 고수다. 백두대간을 완주한 기록과 지리산종주를 밥 먹듯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북한산을 스틱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하다 손을 짚고 넘어졌다. 아차 싶었는데 오른쪽 손목이 점점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진다. 병원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전화하니 빨리 응급실로 오란다. X-ray 검사를 받아보니 요골하단 골절이다. 입원해 수술 후 1주일 만에 퇴원했고 3달간은 산을 못 다녔다.
47세의 여자 K씨는 등산을 시작한 지 2년째다. 관악산을 자주 다녀 이제 재미를 붙였다. 늘 다니던 길이라 방심하고 계곡을 내려오다가 움푹 파인 곳에서 발을 접질렸다. 통증이 심했지만 산은 겨우 내려왔으나 통증과 부기가 더 심해져 병원을 방문했다. X-ray 검사 상 발목 골절이 확인됐다. 4주간 깁스 후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그 후 산이 무서워 등산을 포기했다.
58세의 여자 L씨. 평소에 골다공증이 있었는데 청계산 근처를 산책하다 얼음을 잘못 디뎌 엉덩이가 땅에 떨어지면서 주저앉았는데 허리 부위가 아프고 움직일 수 없었다.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해 X-ray 검사하니 척추압박골절로 2주간 입원 후 퇴원했으나 시도 때도 없이 허리가 아프다.
겨울철 등산, 특히 해빙기의 산은 더 미끄럽고 위험하다. 겨울에 흔히 올 수 있는 골절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뼈의 골절은 골막의 연속성이 소실된 상태를 말하는데, 대개의 경우 외부 힘에 의해서 발생하며 등산 중 사고로 넘어져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사지골절, 척추골절, 늑골, 두개골 등 기타 골절로 나눈다. 등산 중 흔히 나타나는 골절은 손목골절, 발목골절, 척추 압박골절 등이다. 또한 골절편의 수에 따라 단순골절과 분쇄골절로 나눌 수 있다.
골절 증상은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올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즉각적인 골절 부위의 심한 통증으로 사고 후 지속적인 통증으로 손상 부위의 압박 시 악화되고 움직일 때도 악화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통증을 많이 못 느껴 3~4일 후 병원에 내원해 골절이 확인되는 수도 있다.
- 골절 사고 시 부상부위는 반드시 고정
둘째, 손상부위의 외상으로 체액과 혈액의 저류로 연조직 부종 및 울혈을 볼 수 있으며 점점 심해진다. 보통 좌상의 경우에는 2~3일 내에 부종 울혈이 완화되나 골절이 있을 때는 더 심해진다.
셋째, 손상된 부위의 신경손상과 통증으로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움직임에 제한을 받는다. 이 증상이 있으면 골절을 강력히 의심해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넷째, 골절 부위를 중심으로 각이 진 형태를 보여 비뚤어진 기형적인 이상한 모양을 볼 수 있다. 골절이 의심되는 변형이다.
다섯째, 골절부위 하단에서 연결성의 단절로 비정상적인 원치 않는 덜렁거리는 가성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분쇄 골절 시 자주 볼 수 있다.
여섯째, 골절단 부위에서 뼈와 조직의 손상으로 비정상적으로 부딪쳐 삐걱거리는 마찰음을 들을 수 있다. 즉각적인 고정이 필요하다.
일곱째, 골절 부위의 혈관 손상으로 인한 피하 출혈과 신경 손상으로 촉감을 잃는 감각 이상을 느낄 수 있다.
여덟째, 심하면 혈액상실로 인한 저혈압, 심한 통증으로 인한 쇼크증상이 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못 찾은 지혈 부위를 확인해 지혈하고 상체를 낮춘 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빠르게 119후송을 준비하여야 한다.
이들 증상 중 전부 혹은 일부가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 X-ray 검사 등으로 골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산에서 부상을 입어 외부출혈이 있으면 압박해 지혈한 뒤 골절 부위를 옷이나 나무 등을 이용해 움직이지 않도록 부목으로 고정하고 주위사람이나 119구조대원 등 타인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후송한다. 병원에서는 X-ray 검사 등으로 골절을 확인하고 비수술적 치료로 소염진통제, 근이완제 등 주사, 약 투여와 비뚤어진 골절 부위의 도수 정복 후 스프린트, 캐스트를 이용한 고정을 시행하고 팔걸이 목발 등으로 보조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마취 후 금속을 이용한 내고정, 외고정 등 수술방법이 있다.
등산 중 골절을 예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인의 체력에 맞는 산을 택하여 산행을 기획하며, 등산 중 체력 안배를 한다. 본인의 체력이 10이라고 가정하면 산을 오를 때 4, 내려올 때 3, 예비용 비축으로 3을 배정해 4:3:3으로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 산행이 초행일 때는 경험이 있는 친구와 같이 등산하기를 권한다.
둘째, 산행 전 목, 허리, 팔목, 무릎, 발목 부위를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서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돕도록 한다. 준비운동 없이 무리한 산행 시는 가벼운 사고로도 골절이 생길 수 있다.
셋째, 등산화는 발목 부위까지 올라 와 발목을 고정하여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바닥은 밑창이 덜 미끄러지는 소재를 사용해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낮은 산이라도 일반 구두나 고무신, 슬리퍼 등을 신고 산행하는 행위는 절대 금해야 한다. 양말은 얇은 양말 1개, 그 위에 두꺼운 양말 1개를 이중으로 신어 발을 보호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넷째, 겨울철에는 쇠징이 낮고 많이 달린 착용이 편리한 아이젠을 항상 배낭에 준비해 언제 올지 모르는 눈이나 빙판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다리 움직임 자유롭게, 신축성 있는 옷 입어야
다섯째, 등산 중 장갑을 사용해 손가락을 보호한다. 하산 시 양손 스틱을 사용해 몸의 균형을 맞추어 넘어짐을 방지하고 무릎 부담을 덜어 관절을 보호해 준다. 특히 장거리 산행 시 스틱을 사용해 무릎관절에 충격을 줄여 보호해야 한다.
여섯째, 등산은 하체 중심의 운동이다. 청바지 등 보폭이나 활동성에 제약이 오는 옷은 피하고 하체가 자유로울 수 있게 신축성이 좋은 바지를 착용한다.
일곱째, 음주 산행은 균형감각과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낙상으로 인한 사고위험을 높이므로 피해야 한다. 산에서는 경치가 좋고 공기가 좋아 음주의 유혹이 많다. 특히 정상주나 계곡 물가에서의 음주는 자칫하면 과음으로 이어져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여덟째, 등산 중 사고로 골절이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으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즉각 병원을 방문해 검사 후 골절 여부를 확인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상, 겨울철 등산 중 외상으로 인한 골절의 증상과 치료, 예방에 관해서 알아보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등산이 사고로 인한 골절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골절의 증상과 예방법을 숙지해 건강한 등산활동이 정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