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나.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올라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소화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다.
소화가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도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보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었을까?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밀리고 떠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에 기거 하게 된 소화는 다른 궁녀들의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지나 않을까 싶어 담장을 서성이고, 발자국 소리라도 들을까, 그림자라도 비칠까 그리워 보고 싶어 담장 너머너머 마냥 쳐다보며 안타까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으련만 잊혀진 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 치루어 지지 못하고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한 애닯픈 유언을 남긴채 그렇게 그녀는 사라져 갔다.
이듬해 여름,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소화' 빈이 살았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렁주렁 주홍 빛 꽃이 넝쿨을 따라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이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구정궁궐의 꽃 한 많은 능소화이다. 아무튼 덩굴로 크는 아름다운 꽃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잎의 모습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하다
그려나 오유월 여인의 한이 사무쳐서일까 꽃가루에 독이 있다니 실명에 조심할 일이다. 한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다보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니 조심해야 한다 장미는 그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듯이 능소화는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호시심이 있는지도 모른다
기와 지붕을 보며 높은 담장을 따라
넝쿨로 주렁주렁 능소화 피어나는 여름철
천재지변, 인간의 욕망, 여름 철 광란의 소용돌이 속에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치 앞을 모르는 한 때의 인걸들은
추락하지 않으려고, 능소화 줄기를 잡은 듯
대롱거리며 하향 곡선을 타고 있다.
이 나라의 역사는 어디로,
우리의 정체성은 어떻게 흘러 가고 있는가.
여름날 담장 높이 흐드러지게 핀 저 아름다움 소화의 사랑 일편단심 슬픈 전설을 보아 '그녀가 더 아름답고 요염했을 것이다' 한 여름 오랫동안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꽃 능소화의 지고지순한 곧은 절개는 참으로 아름답지요 비에 젖은 능소화 ~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여기저기 능소화을 펌해서 솜씨를 엮느라 시간을 투자 했지요 지루한 장마철 잠씨나마 더위를 잊어셨나요. 한증막 더위 열대야에 건강 조심하시길... 뉴스타트 구절초향기 님! 사랑합니다
노래:문주란의 돌지않는 풍차여 ♡* 구중궁궐(양반)의 꽃 능소화의 슬픈전설 *♡ 펌/ 재편집 : 정정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