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따르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르면 오늘(22일)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어제(3/21) 조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공동발의 의원 일부가 발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하루만인 오늘 오전 철회됐다. 우리는 이주여성에 대한 착취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해당 개정안에 단호히 반대하며, 재발의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본 발의안은 가사노동에 대한 심각하고 지독한 폄하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극도로 평가절하하여 월 100만 원이면 된다는 발상에 분노한다. 여성이 무급으로 해왔기 때문에 그 가치를 평가절하 당해 왔지만 가사노동은 사회를 유지 존속하는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노동이다. 본 발의안에는 가사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존중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가사노동은 분명한 임금노동이다. 모든 임금은 노동자의 생계비이며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기본적 생계를 보장하는 기준 임금이다. 이주노동자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자 같은 물가의 영향권 아래서 사람으로서, 존엄한 삶을 유지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그 권리를 보장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본 발의안은 그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 법률은 현장의 가사노동자들과 여성단체들이 지난 10여년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하는 가사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 끝에 제정한 법률이다. ‘가사서비스와 관련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도모’라는 본 법의 목적을 기억하라. 가사근로자법은 이주 가사노동자를 수탈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또한 당초 개정안은 육아를 하는 맞벌이 가정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공급을 늘리고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해 부담을 줄이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다. 육아를 하는 맞벌이 가정은 특히 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조건에 놓여있다. 장시간 노동과 취약한 공공 돌봄 시스템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주 40시간 노동이 아닌 초과노동시간을 전제로 한 52시간마저도 부족하다며 69시간 근무제를 추진하여 사회서비스원 등 공공 돌봄 시스템마저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이번 개정안은 일과 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국가의 공적 책무는 없고 각자도생을 주문하며 대신 이주여성에 대한 수탈와 차별을 통해 숨통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차별과 배제의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복잡하고 중층적인 차별적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 대안은 차별적 구조를 해체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한다. 특히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는 여성과 소수자를 배제하는 총체적인 시스템 작동의 결과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돌봄에 대한 저평가, 이에 따른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무가치화, 여전히 공고한 남성생계부양자모델로 인한 성별임금격차 등의 요인은 촘촘하게 맞물려 여성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을 형성한다. 여성들이 가사‧육아부담이 있어서 일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니 외국인 노동력을 ‘값싸게’ 들여와 해결한다는 발상은 여성의 현실을 오독한 것이자, 선주민 여성 노동자의 문제를 이주 여성 노동자에 대한 수탈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으로 해결하겠다는 ‘저출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저출산 문제’는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사회가 그 책임을 회피하고 해결의 몫을 여성에게 떠넘길 때 쉽게 붙여지는 꼬리표다. 정치권은 여성의 목소리가 빠진 ‘저출산 문제’라는 납작한 진단에 기반해 대안을 제시하기 전에, 노동시간 단축과 돌봄의 사회화 요구 등 먼저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차별적 구조 해소에 앞장서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성을 취약하고 차별받는 위치로 몰아세우는 구조가 국경의 제한 없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낸다. 개정안에 담긴 조치들은 남성-선주민 중심의 오만한 인식에 기반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 여성 가사노동자들이 경험할 권리 박탈의 문제가 선명한 차별적인 구조 아래, 선주민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 또한 근본적으로 해소될 리 만무하다. 본 발의안은 인종⠂국적 차별을 동시에 기획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정신과 이미 한국이 비준한 ILO 111호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에도 위배된다. 차별의 문제는 또 다른 소외되고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삶이 반복되는 가운데 온전히 해소될 수 없다. 진정으로 ‘시대전환’을 바란다면, 정상성 중심의 오만한 인식에 가려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조정훈 의원은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재발의 시도 즉각 중단하라!
2023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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