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환정 수녀와 암사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원 오인숙씨가 김정숙씨 모녀를 위로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빌라 집주인은 앞집에 세 들어 사는 가족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식당에서 일한다던 엄마 김정숙(50)씨는 요 며칠 보이지 않았고, 가끔 딸 박민지(30)씨가 퀭한 눈을 하고 조용히 소주를 사다 나르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
앞집의 인기척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자 집주인은 마음이 급해졌다. 꼭 '세 모녀 사건'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다. 결국 동사무소와 119의 도움을 얻어 어렵사리 앞집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악취가 풍겨왔다. 방안은 술병과 쓰레기로 가득했다. 두 모녀는 언제부터 씻지 않은 건지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엉켜 산처럼 솟아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3살짜리 아이도 있었다.
지난 8일 김정숙씨의 집을 찾았다. 방안에 널려 있던 쓰레기와 술병은 치워졌지만 여전히 집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다. 발을 디딘 방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데도 두 모녀는 전날부터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고 했다.
"가스비 낼 돈이 없어요."
딸 박씨가 말했다. 두 모녀는 축축해진 이불 몇 장과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추위를 견뎌내고 있었다. 엄마 김씨가 이불 속에 누운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알코올 금단 현상이었다.
발견 당시 두 모녀는 모두 알코올 중독이었다. 김씨는 식당에서 일할 정도로 건강했다. 하지만 생활고가 심해질수록 그만큼 마시는 술의 양도 늘어갔고 결국 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딸 박씨는 어릴 적부터 정신분열증을 앓아온 환자였다. 박씨는 2년 전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들 박연우(3)군까지 낳았다. 결국 집안에 갇혀 제대로 놀지도, 먹지도 못했던 연우는 얼마 전 아동 보호 시설로 맡겨졌다.
모녀가 사는 빌라 월세는 35만 원. 주변 도움으로 밀린 월세를 조금씩 갚아 나갔지만, 아직 석 달 치가 밀려 있었다.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지만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모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돈이다. 몸이 심하게 떨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엄마 김씨가 어렵사리 말했다.
"월세, 월세 내는 게…가장 힘들어요. 늘 그 압박이 제일…심해요."
그동안 술만 마셨던 모녀의 건강은 최악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미음을 시작해 조금씩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병원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딸 박씨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어요. 건강해지고 일해서 연우 다시 데려오고 싶어요.
글·사진=백슬기 기자 jdarc@pbc.co.kr
▨후견인 / 여환정 수녀(인보성체수도회) 김정숙씨 모녀는 생활고에 지쳐 삶의 의지를 잃고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빈곤에 지친 김정숙씨 가족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천사가 되어주세요. 소외된 이 가정에 독자분들의 도움의 손길이 가득하길 빕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김정숙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8일부터 24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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