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성이란 밝기가 변하는 별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한 별 중에 알골 (Algol (Beta Per, β Persei, β Per)) 이 있습니다. 알골은 2일 20 시간 49 분 (2.867 일) 간격으로 밝기가 2.1 등급에서 3.4 까지 변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주성인 알골 A (Algol) 주변을 알골 B (Algol) 가 공전하면서 그 앞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고대인들도 이 별이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알았기 때문에 이 별을 악마의 별 혹은 불길한 별로 여겼습니다. 알골이라는 뜻은 아라비아어의 라스 알 굴 (رأس الغول ra's al-ghūl), 즉 구울 (악귀) 의 머리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영어로는 악마의 별 (Demon Star) 라고 번역 되어 왔습니다. 히브리어에서는 사탄의 머리 (Rōsh ha Sāṭān) 라는 명칭으로도 불렸고 라틴어로는 유령의 머리 (Caput Larvae or "the Spectre's Head") 등 비슷한 의미의 뜻으로 불렸는데 이는 이 별이 페르세우스 자리에서 메두사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위에 있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알골이 매우 독특한 삼성계 시스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별인 알골 A 는 태양 질량의 3.59 배 정도 되는 별로 지름은 태양의 4.13 배, 밝기는 태양의 98 배에 달하며 분광형은 B8V 입니다. 알골 A 주변을 공전하는 동반성 알골 B 는 이보다 훨씬 작은 별로 태양질량의 0.79 배 정도 질량인데 지름은 태양의 3 배, 밝기는 3.4 배에 달합니다. (분광형은 K0IV) 알골 A 의 표면 온도는 9200 K 지만 알골 B 의 표면온도는 4500 K 정도로 낮고 밝기 또한 낮기 때문에 지구에서 봤을 때 알골 B 가 알골 A 앞을 지나면 어둡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골 B 의 존재는 처음에 천문학자들을 당혹시켰습니다. 왜냐하면 이 별은 이미 준거성 단계에 접어들어 부풀어 오른 별이기 때문이죠. 질량은 태양보다 작은데 크기는 태양보다 더 큰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질량이 더 큰 동반성 A 는 아직 주계열성 단계인데 왜 질량이 작은 B 가 먼저 준거성이 된 것일까요 ?
여기에 대한 가장 그럴 듯한 답변은 알골 B 가 부풀어오르면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공전하고 있는 알골 A 에게 대부분의 물질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본래는 두개의 별 가운데 알골 B 가 더 질량이 큰쪽으로 연료를 대부분 소진시키고 적색 거성으로 진화하는 단계인 준 거성 단계에 이르렀는데 그렇게 되자 불과 0.062 AU (약 930 만 km) 거리에서 공전하는 알골 A 가 알골 B 의 가스를 흡수해 거대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Algol B orbits Algol A. This animation was assembled from 55 images of the CHARA interferometer in the near-infrared H-band, sorted according to orbital phase. Because some phases are poorly covered, B jumps at some points along its path.
Algol (β Persei) is a triple-star system (Algol A, B, and C) in the constellation Perseus, in which the large and bright primary Algol A is regularly eclipsed by the dimmer Algol B every 2.87 days. The eclipsing binary pair is separated by only 0.062 astronomical units (AU) from each other, so close in fact that Algol A is slowly consuming the less massive Algol B by continually stripping off Algol B's outer layers. This animation was assembled from 55 images of the CHARA interferometer in the near-infrared H-band, sorted according to orbital phase. Because some phases are poorly covered, B jumps at some points along its path. The phase of each image is indicated at the lower left. The images vary in quality, but the best have a resolution of 0.5 milliarcseconds, or approximately 200 times better than the Hubble Space Telescope. (A milliarcsecond is about the size of a quarter atop the Eiffel Tower as seen from New York City.) Tidal distortions of Algol B giving it an elongated appearance are readily apparent. Tidal distortions also result in "gravity darkening" effects, whereby in a significant number of images of Algol B, the edge or "limb" of the image is actually brighter than the center. (Baron et al., 2012) Credit : Dr. Fabien Baron, Dept. of Astronomy, University of Michigan.CC BY-SA 3.0)
알골 A/B 는 지구에서 약 92.8 광년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B 가 A 앞을 가리는 영상을 직접 디테일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12 년 카라 간섭계 (CHARA interferometer) 를 이용해 근적외선 H - 밴드 이미지를 통해서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200 배나 높은 해상도로 적외선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55 장의 이미지를 합친 것으로 이제는 낮은 밀도의 가스 덩어리인 알골 B 가 알골 A 를 지나면서 상호 중력에 의해서 모습이 변하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래 더 질량이 큰 알골 B는 부풀어 오르면서 외곽 가스를 잡아두는데 실패했고 이 가스들은 가까이 있는 동반성으로 대부분 흡수된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에서는 알골 B 의 외곽 부분이 오히려 더 두껍게 나타나는 현상도 보이는데 이는 알골 A 의 중력에 알골 B 의 가스가 아직도 끌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구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쌍성계의 공전 모습을 실시간으로 추적이 가능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알골 A/B 를 중심으로 설명했지만 사실 알골은 삼성계입니다. 두 별로부터 2.69 AU 떨어진 지점에는 또 다른 주계열성인 알골 C 가 있습니다. 알골 C 는 태양 질량의 1.67 배에 달하는 별로써 지름은 0.9 배, 밝기는 4.1 배에 달하는 별입니다. 알골 C 는 681일을 주기로 알골 A/B 를 공전하며 위치상 서로 가리는 식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알골 A/B 와 알골 C 의 이미지 Algol triple star system imaged with the CHARA interferometer. The Algol system as it appeared on 12 August 2009. This is not an artistic representation, but rather is a true two-dimensional image with 1/2 milli-arcsecond resolution in the near-infrared H-band, reconstructed from data of the CHARA interferometer. The elongated appearance of Algol B and the round appearance of Algol A are real. The form of Algol C, however, is an artifact. Credit : Dr. Fabien Baron, Dept. of Astronomy, University of Michigan. CC BY-SA 3.0)
알골에 대해서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별이 지금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면 730 만년 쯤 후에는 태양에서 9.8 광년 떨어진 가까운 거리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별의 겉보기 등급은 - 2.5 까지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세 별의 질량 합계가 태양 질량의 5.8 배에 이르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알골 삼성계가 태양계에 오르트 구름의 천체들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메두사의 머리 부분에 위치한 별답게 여러가지 재미있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알골 시스템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http://arxiv.org/abs/1205.0754
http://en.wikipedia.org/wiki/Algol
[출처] 우주 이야기 249 - 악마별의 실체를 보다 |작성자 고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