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지맥과 장령지맥 산행 때문에 금산을 여러번 다니다 보니 이 지역 대중교통편을 꿰뚫게 되었다. 예전에는 대전복합터미널까지 가서 시외버스를 타야 금산에 갈 수 있는 줄로만 알았다. 도담동에서 5시 30분 B1 첫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501번으로 갈아탄 후 금산군 추부면 마전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바로 터미널까지 갈 수가 있다. 7시 30분 터미널에 도착한 후 1.5km 떨어진 엑스포주차장까지는 조깅으로 몸을 풀면서 달려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한 후 출발선에 섰다.
가슴에 단 5km 배번이 신경이 쓰였다. 거의 맨 후미 그룹에 파묻혀서 천천히 출발을 했다. 정확하게 출발과 도착지점을 누르면 가민시계가 정확하게 기록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민시계 기록을 공식기록으로 입력하기로 한다. 확실히 맨 후미그룹이라 진행속도가 많이 늦었다. 좁은 금산천 뚝방길에 풀코스와 하프주자를 동시에 풀어놓다보니 추월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덕에 워밍업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5km까지는 5분 50~55초주로 주행을 하고 그 후에 공간이 열리자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틀 동안 내린 폭우로 인해 가을 날씨로 되돌아온 것 같았고, 대기도 깨끗한 데다 가끔씩 비추긴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구름이 햇볕을 가려주었다. 덥지도 않고 햇볕이 내리쬐지 않아 5분 30초 주행이 가능했다.
햇볕가리개도 준비했지만 하프를 지나면서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 10.5km 1차 반환점으로 향해 가고 있을 때 반환하고 되돌아오는 선수 중에는 10km 주자들도 보이고 5km 주자들도 보였다. 배번을 바지에 매단 주자들도 있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배번을 떼어 바지에 매달았다.
운동화가 필요해서 5km를 신청했지만, 사실상 이번이 5km 배번으로 풀코스를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다. 행사장인 하프지점에는 1시간 58분 10초로 통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4시간 완주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30km 지점부터 속절없이 스피드가 내려앉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웬걸 30km가 지나도 스피드는 여전히 5분 30초를 유지하고 있었다.
멀리 대전충남지역에서 가장 높은 서대산(904m)이 보였다. 장령지맥을 종주하면서 다녀왔기 때문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 산이 서대산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38km 지점에서 5분 40초를 넘겼지만 이미 벌어둔 시간이 있기 때문에 7분주로 걷다시피 해도 4시간 완주는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40km 지점에서 계속하여 뒤따르던 주자가 갑자기 나를 추월하자 나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속도를 끌어올렸다. 5분 20초로 남아있는 2km를 더 달려 3시간 55분 21초로 대회를 마감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4시간 완주를 해서 기분이 좋다. 매주 2회 이상 혹독하게 지맥산행을 하다보니 몸무게가 무려 4kg이나 빠져 홀쭉한 상태다. BMI로 보면 59~60kg이 내 정상체중이다. 더 이상 체중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이 체중을 잘 활용해서 3시간 40분대 기록단축도 시도해봐야겠다.
전마협에서는 항상 완주한 주자들을 위해 막걸리와 먹거리를 제공했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그런게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갖고온 맥주를 마시면서 빵과 바나나로 허기를 지우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되어 이제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치매 때문에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아들과 얘기할 수 있어 좋아하는 어머니 때문에 더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