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부모님들의 걱정이 시작됩니다.
“방학 동안 휴대폰을 너무 많이 봤어요.”
“짧은 영상은 몇 시간씩 보는데 책상에 앉으면 10분도 못 버텨요.”
“개학하면 학교 수업을 어떻게 따라갈지 걱정이에요.”
이때 많은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방법은 휴대폰 사용 시간을 확 줄이는 것입니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 환경을 조절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담실에서는 조금 다른 질문부터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일까, 아니면 다시 집중하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일까?”
저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학 동안 아이의 ‘주의’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숏폼 영상은 짧은 시간 안에 장면과 정보가 빠르게 바뀝니다.
흥미가 떨어지면 다음 영상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고, 기다리거나 불편함을 견딜 필요도 적습니다.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집중력이 망가졌다.”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숏폼 사용과 주의력, 억제조절 등의 관계가 보고되고 있지만, 현재의 연구만으로 숏폼이 집중력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주의가 익숙해진 환경과 학교가 요구하는 주의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숏폼에서는 새로운 자극이 계속 등장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교과서를 읽고,
칠판을 바라보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다시 생각하고,
재미가 없어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학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와 학원은 즉각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주의보다, 한 가지 과제에 주의를 유지하는 능력을 더 많이 요구합니다.
그래서 개학 후 아이가 수업시간에 힘들어한다고 해서 반드시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한 것은 아닙니다.
방학 동안 익숙해진 주의의 방식에서 학교와 학원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주의를 다시 전환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개학 전에 ‘집중력’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아이를 갑자기 오래 앉혀놓는 것이 아닙니다.
주의를 유지하고, 흐트러졌을 때 다시 돌아오는 경험을 조금씩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1. 공부시간보다 먼저 ‘주의를 유지하는 시간’을 만드세요.
개학을 앞두고 부모님들은 흔히 말합니다.
“이제부터 하루에 3시간씩 공부하자.”
하지만 방학 동안 생활 리듬이 달라졌다면 갑자기 긴 공부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공부에 대한 부담을 키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공부량보다 한 가지 활동을 끝까지 이어가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책 한 쪽을 읽거나,
문제 몇 개를 풀거나,
짧은 글을 읽고 내용을 설명하거나,
퍼즐이나 보드게임처럼 규칙을 유지해야 하는 활동을 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했느냐가 아닙니다.
주의가 흐트러졌을 때 다시 돌아왔는가입니다.
집중력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흐트러진 주의를 다시 가져오는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2. 집중시간은 ‘조금씩’ 늘리세요.
주의집중은 스위치처럼
OFF → ON
으로 바뀌는 능력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50분, 60분을 요구하기보다 아이가 현재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15분 집중 → 짧은 휴식 → 20분 집중 → 휴식 → 25분 집중
처럼 단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15분, 20분이라는 숫자를 모든 아이에게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현재 수준보다 아주 조금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너무 쉬우면 성장의 기회가 없고, 너무 어려우면 실패 경험이 쌓입니다.
학습에서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복이 아니라 도전할 수 있지만 성공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연습입니다.
3. ‘지루함’을 견디는 연습을 다시 시작하세요.
이 부분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숏폼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자극이 너무 강하다.”
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학습의 관점에서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지루한 순간에 머물러 있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지루합니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습니다.
수업이 재미없습니다.
이때 바로 새로운 자극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아이는 지루함을 견디고 다시 과제로 돌아오는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말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해?”
보다는
“지금 좀 지루하지? 그래도 이 부분까지만 해보고 쉬자.”
라고 말해보세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 재미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재미가 없어도 잠시 머물고, 다시 주의를 가져오는 경험입니다.
4. 스마트폰을 ‘집중력의 적’으로 만들지는 마세요.
“휴대폰 때문에 네가 공부를 못 하는 거야.”
이런 말이 반복되면 아이는 스마트폰과 공부를 통제해야 하는 두 개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환경을 구조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할 때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두지 않고,
알림을 끄고,
필요하다면 다른 공간에 두고,
정해진 학습이 끝난 뒤 확인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휴식시간마다 계속 새로운 숏폼을 이어서 보는 방식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은
“휴대폰을 참아!”
가 아닙니다.
“지금은 이 활동에 주의를 사용하는 시간이야.”
라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주의조절을 아직 스스로 잘하기 어려운 아이에게는 의지를 요구하는 것보다 환경을 먼저 조절해주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5. 의외로 ‘몸’을 먼저 움직이는 것도 좋습니다.
개학을 앞두고 아이를 책상에 앉히는 것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의조절은 몸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가벼운 걷기나 운동을 한 뒤 학습을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동·청소년의 신체활동과 실행기능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에서는 운동이 억제조절, 작업기억, 인지적 유연성과 같은 실행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물론 특정 운동 하나가 아이의 집중력을 해결해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앉아서 집중해!”
라고 하기 전에
“몸을 조금 움직이고 시작해볼까?”
라고 해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6. 개학 전날이 아니라 ‘개학을 향해 가는 과정’을 만드세요.
개학 하루 전날 갑자기
“내일부터 학교니까 오늘부터 공부해야 해.”
라고 말한다고 해서 아이의 주의가 학교에 맞춰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학을 향해 생활 리듬을 조금씩 이동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상 시간을 조금씩 조정하고,
아침에 간단한 독서나 학습 활동을 넣고,
정해진 시간에 한 가지 활동을 끝내는 경험을 만들고,
낮에는 몸을 움직이고,
밤에는 충분히 잠을 자는 것입니다.
특히 수면은 놓치기 쉽습니다.
잠이 부족하거나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면 주의와 행동조절, 정서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공부시간만 늘리는 것보다 생활 전체의 리듬을 학교에 가까워지게 만드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숏폼을 얼마나 봤느냐’가 아닙니다.
방학 동안 숏폼을 많이 봤다고 해서
“우리 아이 집중력이 망가졌어요.”
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개학하면 알아서 괜찮아지겠지.”
라고 기다리기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주의 사용 방식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