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담벼락에 기대어 (3) 염병(染病)
대동강 물이 풀리고 나날이 다가오는 봄에 대한 설렘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도처에 가득합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위한 방제본부와 정치지도자들이 연일 몸값을 올리는 마스크
논란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고 이에 뒤질세라 혹세무민
(惑世誣民)하며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영혼이 없는 무리들이 우후죽순
처럼 득실거리며 사실을 왜곡하며 선량한 국민들을 우롱하고 우둔한
다수의 서민들은 가짜뉴스에 속아 정제되지 못한 정보를 진정한
정보인양 비싼 휴대폰으로 퍼 나르면서 나라가 온통 뒤죽박죽입니다.
오래전 신뢰를 상실한 정치 지도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회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조차도 이웃나라를 비웃고
네 탓 내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코로나는 기세등등하게 활개를
치며 확산일로에 있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
보고 있자니 좋은 입에“염병할”욕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
에게서 사람으로 또는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질병으로 급속
하게 전파되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과거에는
장티푸스와 같은 전염병(傳染病)을 염병(染病)이라 이름하며 순식간에
많은 사상자를 가져와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염병한다.”는 등 욕까지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보면 평균 3년마다 한 번씩
인류는 알 수 없는 전염병(傳染病)으로 생사의 위협을 당하여 왔습니다.
이렇게 인간은 예견된 질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한편으로 살아남기 위한 끊임없는 몸부림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불과 반세기전 이 땅에 염병이
닥치면 온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의학의 불모지에 비하면 지금은 첨단 현대의학의 덕택으로 감염자들
대부분이 생명을 잃는 정도는 아니라지만 강한 전염성과 노년기 기저
질환(基底疾患)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어 다들 숨을 죽이고 공포에
떨어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 피죽도 먹기 힘들 만큼 형편이 어려운 시절 면역력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시절에 영양실조에 걸린 우리 부모님들에게 콜레라 장티푸스와
같은 염병(染病)이 창궐(猖獗)하면 대부분 특별한 대책도 없이 마을
입구나 환자가 있는 집 대문 앞에 소나무 가지로 입구를 막고 지붕위에
가시나무를 올려 전염병이 닥쳤음을 알렸고 병증이 깊어지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병막(病幕), 피막(避幕), 산막(山幕)이라고 하는
오두막에 환자를 격리시키고 환자의 옷가지 등을 태우고 살아남는
요행을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역병, 염병, 역질, 괴질 등
용어가 750여회에 걸쳐 기록되었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전염병에 시달리며 공포에 떨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염병
(染病)앞에는 신분과 지위고하가 따로 없고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따로
없었습니다. 실록에 의하면 폭군 연산군도 유배지 강화도에서 역병으로
괴로워하며 세상을 하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인구 700여만 명의
조선조에 당시 한양의 인구수에 해당하는 수십만 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것이 염병(染病)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보라빛 엽서/ 임영웅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피해
갈수는 없습니다. 현재 지구상의 인간들은 치명적 질병인 암(癌)과
성인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염병도 그중 한
가지 질병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 19는 전국적
으로 확산되면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속되면서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도 없다는 사실과 수많은 감염자
들을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 또한 미비하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예방을 위해 사실상 외출을 금하고 집안에 감금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도시는 수많은 감염자로 인해
의료시설이 미비 되어 감염자 대부분이 집안에 감금되고 미 감염자는
감염을 피하기 위해 집안에 감금되고 감염자와 접촉한자까지 집안에
감금되어 거리에는 인적이 드문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상태입니다.
태어나 이러한 비극적인 진풍경을 보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역대 홍콩독감, 사스, 조류독감, 메르스, 신종플루, 에볼라
등 수많은 전염병이 스쳐갔지만 이번 코로나 질병처럼 강한 점염성이
없어 유령도시가 생겨나는 이러한 일은 없었습니다.
유사이래(有史以來) 최악의 전염병은 14세기중엽 중국의 쥐에서
기생하는 벼룩에게서 옮겨온 페스트균이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병에
감염되어 죽은 시신이 까맣게 변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무서운 전염병으로 질병이 창궐하는 기간 동안 유럽
인구 7,500만 명중 3분의1에 해당하는 2,500만 명이 사라지는 최악의
전염병이었습니다. 당시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모두가 교외로
전염병을 피해 피난을 떠났으며 이탈리아 소설가 보카치오는 피렌체
별장에 흑사병을 피해 모인 7명의 여성과 3명의 남성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기위해 하루에 한편씩 10일간 돌아가며 나누었던 음담패설
(淫談悖說)과 일상생활의 이야기 100편을 엮어‘데카메론’이라는
세계명작을 탄생시켰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공항과 해항을 드나들 때면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씨아이큐(CIQ)란 세가지 관문(關門)이 있는데‘C'는 세관심사(custom),‘I'는 출입국심사(Iimmigration),‘Q'는
검역(quarantine)을 말하며 이중 검역을 뜻하는 쿼런틴(quarantine)
은 흑사병으로 인해 수상도시인 베네치아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은
40일간 격리되어 흑사병 오염여부를 확인한 후 부두에 입항하였다고
하여 이탈리아어로 40을 뜻하는 단어인 쿼런틴(quarantine)이 검역
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서운 전염병은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한편 또한 많은 교훈과 의학의 발전이라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흑사병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 전염병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시카고 부근에서 창궐하여 세계적으로 유행한 인플루엔자 독감으로
최초 스페인 언론사에서 전염병 사실을 보도한 연유로 스페인 독감으로
이름 붙여진 이전염병은 우리나라에서도 14만 명이 희생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인구수에 해당하는 5천만 명이 사라지는 무서운
전염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수확의 즐거움과 함께 두려움으로
엄습해온 감기중의 감기 독감중의 독감으로 불리어졌던 스페인 독감이
동네 어르신들의 저승사자로 이름나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철이 다가오면 다들 독감 예방주사를 맞느라 야단인데 특히
노년기의 우리들에게는 건강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이행하여야할
사항중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유행성 전염병은 우리들의 일상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여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같아 모두 힘겹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이겨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거짓
정보도 가려낼 수 있는 지혜도 터득하였고 하니 모두 철저한 소독과
다중과의 접촉을 피해가면서 이“염병할”염병(染病)이 하루빨리
소멸되기를 기다려야겠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영혼이
없는 정치인과 지도자를 믿어서도 안 되며 오직 자신과 가족을 믿고
의지하며 지혜롭게 이 난관을 극복해나갑시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정치 지도자는 수평선에서 해가 떠서 수평선으로 해가 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첩첩산중에 묻혀 앞산에서 해가 떠서 뒷산으로 해가 진다고
믿는 우리민초(民草)들이 어찌 그들을 믿고 이 난관을 극복하겠습니까?
성현(聖賢)의 이야기에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면 시련을 당하는데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랍니다. 청산은 아무 말이 없는데 인간이 온갖 권모술수로 혹세
무민(惑世誣民)하며 아비규환(阿鼻叫喚)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
습니다. 곧 자연 속으로 평정을 되찾는 시간까지 적선(積善)하며 이
난관을 극복합시다.
답답한 마음을 설경으로 풀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