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동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채경미 시인의 첫 번째 동시조집이다. 동심을 담아내는 형식으로 우리 전통시인 시조를 선택한 시인은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친숙한 소재들로 시 세계를 만들어 냈다. 특히 동시조라는 형식을 맞추다보면 동시문학으로서의 특징이 약해지는 기존의 동시조들과 달리, 형식을 제외하면 동시조라는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게 동심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는 62편의 동시조가 담겨 있다. 1부에서는 동물과 식물, 자연 속 생명을 바라보는 동심을 담았으며, 2부에는 가족과 친구, 이웃과 상호작용하며 성장하는 동심을 담았다. 3부에는 사물과 계절, 자연의 섭리를 대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4부에는 요즘 시대를 읽는 어린이들의 언어와 시선을 담았다.
동시조를 읽는 재미에 앞서, 좋은 동시를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좋은 책이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연근 속에 뻥뻥
배추벌레가 · 12
우리는 동족 · 14
짱뚱어 · 15
멸치 · 16
덕장 · 18
개명신청 - 대나무 · 19
이참에 · 20
봄나물 · 22
풀 · 23
네잎 클로버 · 24
새 · 26
파파파이팅! · 28
삼총사 · 29
무 · 30
연근 속이 뻥뻥 · 33
[2부] 동그란 자국
모전자전 · 36
동그란 자국 · 39
헷갈리는 이름표 · 40
어른이 된다는 것 · 41
그날 · 42
닮은꼴 · 44
할아버지는 · 46
바퀴 달린 달팽이 · 47
해감 · 49
학교 가는 김밥 · 50
숟가락이 바쁘다 · 52
때가 되면 · 53
밤송이 엄마 · 54
새콤달콤 짝꿍 · 56
행운의 하정이 · 57
[3부] 네가 필요해
네모 매미 - 실외기 · 60
숙제 끝낸 허수아비 · 62
홍시 · 63
고민 중 · 64
따끈한 물고기 · 66
단짝 · 67
2 4 박스 · 68
미꾸라지 · 70
와이퍼 · 72
인형 뽑기 · 74
쓸모 · 75
네가 필요해 · 77
닮고 싶다 · 78
밥 한 그릇 · 79
징검다리 · 80
거미줄 트램펄린 · 82
[4부] 날마다 만 원
극한 직업 - 퇴계 이황 · 86
2행시 · 88
그립고 그립다 · 89
날마다 만원 · 90
소떡소떡 · 92
감자 핫도그 · 93
zoom 생파 · 95
매운 알파벳 · 96
석기시대 · 97
친환경 트리하우스 · 99
가래떡의 귀환 · 100
어른들도 참 · 101
신 장유유서 · 102
프랜차이즈 · 104
소문 · 105
퀴즈 · 106
책 속으로
머리랑 두 다리랑
꽁다리 튀어나온
돌돌돌 말아놓은
롱패딩 까만 김밥
우리는
겨울이 오면
김밥 되어 학교 간다
소풍가는 김밥처럼
설레는 날도 있고
옆구리 터지도록
힘든 날도 있지만
오늘도 찬바람 뚫고 간다
김밥천국 학교로!
--- 「학교 가는 김밥」
아무리
단단한
돌로 쌓은
담이라도
아무리
커다란
돌로 쌓은
탑이라도
사잇돌
사이사이 괴어주는
작은 네가 꼭 필요해
--- 「네가 필요해」
출판사 리뷰
동시조의 형식적 제한을 뛰어넘는 탁월한 동시 세계
‘동시조’라고 하면 가장 먼저는 ‘시조’라는 정형시의 형식적 제한이 가장 먼저 부각된다. 시 형식의 제한이 있다는 것은 시적 형상화에 있어서도 제한이 따른다는 말이다. 따라서 일반 동시에 비해 동시조가 갖는 율격의 제한이 동시조 자체의 시적 제한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동시조를 쓰는 시인들에게도 하나 더 가중되는 부담이기도 하지만, 동시조를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형성에서 오는 그 특유의 느낌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 따라서 동시조는 일반 동시에 비해 조금은 더 딱딱하고, 덜 재미있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많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채경미 시인이 이번에 꺼내 놓은 동시조집 『학교 가는 김밥』은 동시조에 대한 이러한 우려를 아주 가볍게 날려버리고 있다. 동시조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제한에서 오는 부담스러운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동시조라고 생각하고 읽다가도 어느 순간 그 형식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고, 재밌고 좋은 동시를 계속해서 읽어나가는 느낌을 준다.
레드향 / 천혜향 / 한라봉 / 황금향 // 아무리 다른 척 / 개명해도 거기서 거기 // 내 눈엔 / 하나 같이 귤 // 아이셔~ / 눈만 찡긋!
- ‘우리는 동족’ 전문
비슷하고도 다른 과일들을 소재로 선택해, 헷갈리는 이름에 대한 어린이의 시선을 노래한 이 동시조는 시조의 정형성에 얽매인 느낌이 전혀 없다. 오히려 이름의 나열과 감탄사를 통해 자연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종장을 두 개의 연으로 구분하여 배열함으로써 동시조의 율격에 자율성을 더 강조하여 부여하고 있다. 다른 작품들에게 동시조의 전형적 배치를 의도적으로 깨트리면서, 정형성의 낮설게 하기를 통해 동시 본연의 맛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시어와 소재의 선택도 최대한 확장해 시어에서 오는 전형적 형식미를 깨트리고 있다. 시인은 어린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시어, 요즘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시적 소재를 골라 동시조의 형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데 탁월하다.
딱딱딱 따다딱딱 / 친환경 집이에요 // 따다닥 따다딱딱 / 안쪽이 더 넓어요 // 구멍집 / 탐나겠지만 // 리스는 안합니다
- ‘친환경 트리하우스’ 전문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파는 모습을 친환경 트리하우스로 접근하는 시선도 신선한데, ‘딱따구리’ 네 글자로 사행시적 구성을 함으로써 어린이 독자들의 관심을 더 집중시키고 있다. 소재의 선택, 시어의 배치 모두 신선하고, 동심에 최적화 된 작품이다. 온라인으로 생일 파티를 하는 코로나 시대를 재미있게 묘사하기도 하고(zoom 생파), 마트에 진열된 망고를 이행시에 담아내며 필리핀에서 우리 식탁까지 오는 과정을 재미난 상상으로 담아내기도 했다(2행시).
특히나 채경미 시인은 기존 동시들에서 많이 다루어온 소재인 친구, 학교, 놀이 등을 담아낸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 말은 새로운 소재, 새로운 접근이 어느 동시집 보다 많다는 이야기이다. 돌탑과 돌담 사이에 고여 있는 작은 사잇돌이 소재가 되기도 하고(네가 필요해), 가끔은 아빠 병따개가 되는 숟가락이나(숟가락이 바쁘다), 전깃줄 위의 참새가 아니라 참새가 못가리는 똥오줌에 주목하기도 한다(새).
채경미 시인의 동시조집은 흔하지 않는 동시집 한 권 잘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아울러 동시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게 하며, 우리의 전통 정형시인 시조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소재의 참신함과 표현과 구성의 다양한 시도, 그 속에 뭉글뭉글 거리는 동심이 가득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