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짬이 나 낚시 가방을 챙겼습니다.
시간이야 늘 제가 다 가진 듯 쥐고 흔들지만
낚시 앞에서는 늘 작아지기만 합니다.
한번 대를 잡으면 엉덩이가 한없이 무거워지니
잠깐잠깐 짬낚시는 되레 엄두를 못 냅니다.
용문 쪽에 마음에 둔 곳이 있긴 했습니다만
집에 손님이 올지도 모른다는 집사람 말에
용문 대신 집 앞 오빈저수지로 향합니다.
오빈낚시터야 워낙 전국적으로 소문난 곳으로
제 이웃들도 자주 조행기를 올리는 곳이지요.
오전 9시쯤 도착해 사장님과 반가운 인사 나누고
관리실 앞에 잠시 쉬어갈 자리를 마련합니다.
오빈낚시터는 집어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지요.
사장님이 누구보다 낚시인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역시 대를 펴자마자 바로 입질을 받습니다.
잘생긴 붕어가 연이어 반가운 인사를 합니다.
잠깐 동안 10여 수 올리고 나니 짐짓 여유가 생깁니다.
오빈낚시터에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보통 100수 이상,
세 자릿수는 거뜬히 채우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저는 늘 10수만 넘어가면 붕어보다 술을 찾게 됩니다.
점심에 한잔 하다 보니 바람이 엄청 거세집니다.
기상청 예보대로 초속 18m 강풍입니다.
이럴 때는 예보가 좀 빗나가도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역시 붕어들입니다.
대를 던지기 어려운 강풍에도 찌를 올려주니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봅니다.
바람은 온전히 낚시인의 몫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바람이 거칠게 몰아친다 해도
3미터 아래 물밑은 얼마나 고요할까 하는 생각이지요.
마치 달나라 뒤꼍 고요의 바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람은 얼마나 더 거세게 몰아붙이는지요.
결국 대를 걷으며 바람 앞에 순응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