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월 7일) 오후 2시에 아산시 배방면 공수리 성재산 자락에서 한국전쟁시기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한 개토제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동안 남한의 경우 국군 사망·실종자는 27만여명(사망 22만7000여명), 민간인은 76만여명(사망 37만3000여명)에 이른다고 한국전쟁사가 기록했는데요.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만,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한국의 민간인은 무려 99만968명, 100만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 중 군인들에 의한 학살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은 12만8936명이라고 한국전쟁유족회가 파악하고 있습니다. 아산유족회는 2018년 설화산에서 200여구가 넘는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였는데요. 오늘은 작년에 시굴로 일부 유해가 발굴된 지역에서 개토제를 지내고 한달 가량 본 발굴을 시작하는 겁니다.
한국전쟁시기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배보상은 상생통일의 길에서 반드시 넘어야할 큰 고개입니다. 아래는 축문입니다.
유 세차(維 歲次) 계묘(癸卯)년 2월(月) 갑자(甲子)일, 서력 2023년 3월 7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아산유족회는 억울하고 원통하게도 이 곳 아산 성재산 기슭에서 한날 한시에 비참하게 희생당한 님들에게 삼가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숙여 아뢰옵니다.
님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지목되고 군홧발에 끌려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아무리 전쟁 시기라도 지켜야만 할, 어떠한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M1소총과 카빈소총은 무참하게 불을 뿜었습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애원과 비명소리, 아이만은 제발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어머니의 절규와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 70여 년이 지났어도 성재산은 한 맺힌 님들의 아우성을 생생한 기억으로 저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국가는 님들을 배반했습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을 이유로 학살당하고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은 학살자의 처분에 맡겨졌습니다. 자유와 민주를 지킨다는 나라는 님들의 살아남은 혈육들을 외면했습니다. 빨갱이 가족이라는 누명은 평생 동안 저희의 목을 죄는 굴레가 되었습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님들의 원한을 가슴 속에 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님들이시여, 이제 세상으로 나오십시오. 혈육과 국민들이 열어젖히고 있는 진상조사, 명예회복의 세상으로 어서 나오십시오. 아직 구름은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으나 세상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밝아졌습니다. 님들이시여, 부디 밝은 세상으로 나오셔서 저희들과 함께 원한을 푸소서.
하늘이시여, 우리의 한을 풀어주소서. 참혹하게 돌아가신 원혼들과 저희의 눈물이 하나로 만나 화해와 기억으로 세상에 기록되도록 도와주소서. 이제 님들과 헤어질 때 고사리 손이던 저희들도 허리가 굽어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하늘이시여, 백골이 진토되었을지라도 님들의 넋이라도 한 줄기 저희에게 보내주소서.
일가친척,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날 한시에 돌아가신 님들이여, 저희 아산유족회는 비록 한형제 한집안은 아니나, 세상에 나오시는 대로 한마음 한뜻으로 님들을 기리며, 나라와 민족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민들이 모두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모시겠습니다. 부디 저희의 정성과 공경에 감응하시어 세상이 속히 나오소서.
삼가 저희의 진심을 담아 소박한 술과 음식을 받들어 올립니다.
상향(尙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