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먹는다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가, 아내가 죽고 나서야 그것이 대단히 심각한 것임을 알았다.
너무 굶다가 막걸리로 때우다가 수도 없이 병원에 입원을 하고 몸무게가 20 키로나 빠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행히 묵호노인회관의 장수식당을 알게되어 요즘 먹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몸무게도 회복 되었다.
대학 시절과 일본 유학 시절에는 밥 하고 먹고 치우는 것이 귄찮아서, 나만의 식사 레시피가 있었다.
대학 시절은 신문지 한 장이면 모든 것이 해결 되었다.
신문지를 깔고 김을 깔고 밥을 깔고 그 위에 집에서 가지고 온 밑반찬을 올려서 둘둘 말아 먹으면 끝이었다.
일본 유학 시절은, 그릇과 계란만 있으면 끝이었다.
밥에 날계란을 넣어서 먹으면 최고였다. 계란은 완전식품이니까 영양분도 충분했고.
설거지는 필요 없었다. 그대로 말렸다가 다시 먹으면 해결 되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야, 아내가 나에게 베푼 은혜를 알았다. 30년간 삼시세끼를 끊임없이 해준 것은 기적이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밤에 나의 성욕을 만족 시켜주고 내 대신 인터넷 쇼핑몰 전화도 받아주고, 등등 수도 없는 아내의 도움 중에 삼시세끼는 최고였다.
우연히 방송을 보다가 ‘삼시세끼’를 보게 되었다.
모델 출신의 키크고 잘 생긴 배우와 키 작고 못생긴 배우가 주연인데, 살아가는 과정이 예술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나로서는 경이로왔다.
아! 저렇게 요리를 하는구나.
그 동안 무관심했던 요리의 세상에 대해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못 생긴 배우의 집안일을 하는 과정도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
난 집안일도 거의 하지 않았다.
형광등도 아내가 갈았다. 내가 겨우 하는 일이라고는 널다란 거실 창가에서 바다를 보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저녁이면 아내가 해준 안주로 막걸리 먹는 것과.
혼자 되고, 느끼는 가장 중요한 것들은 먹고 싸고 자고 한다는 것이다.
이제 스스로 대충이나마 요리를 한다. 거의 엉터리지만 나로서는 대단한 발전이다.
그러나 아직 간은 맞추지 못한다.
짜거나 싱거워도 내 잘못으로 인정하고 먹어 치운다.
그래서 발견한 기발한 방법이 있다.
모든 양념을 병 하나에 섞어서 한번에 양념을 하는 것이다.
실용주의자 나는 나만의 레시피를 발견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요리가 귀찮을 때는 밥을 할 때 모든 재료를 같이 집어 넣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내가 만든 특제 종합양념을 넣어 먹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대학 시절이나 유학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는 것이다.
요리는 항상 신속하고 편하고 가능하면 설거지를 안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이러고 살 것 같다.
그래도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어 너무나 건강하다.
https://cafe.daum.net/gumjinhang/jMdc/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