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아저씨가 조심스럽게 자전거에서 내린다 큼직한 우편가방 행여 떨어질까 아저씨 어깨 꽉 잡은 채 눈 내린 작은 언덕 올라가는 아저씨를 응원한다. 쟁기걸어 논 밭 갈고 등 긁어 주시는 할아버지와 눈 맞추며 쇠죽에 쌀겨 고명 얹어 먹고 행복하게 살던 늙은 황소 한 마리 어찌저찌하여 우체부 아저씨와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무거운 멍에 벗어 던진 그는 가끔 헤어진 주인할아버지를 떠 올리곤 한다. 힘든 농사일에 지쳐 등이 굽은 할아버지 자주 도지는 해수(咳嗽) 이기지 못해 한참을 서 계시곤 하셨다 작년 겨울 갑자기 기침을 멈추시고 우체부아저씨에게 그를 떠 맡기신채 홀연히 떠나시더니 지금은 별과 함께 살고 계신다. 할아버지가 주시는 구수한 쇠죽을 좋아했던 그의 식성은 소인찍힌 종이로 바뀌었고 슬픈소식과 기쁜소식 섞어 먹으며 살고 있다 매일같이 한뼘 두뼘 걷고 달려 사랑하는 이 들의 귓속말까지 담아 전하면서 빨간자전거 타고 읍내 구석구석을 돌아 다닌다 어둠이 내릴 때까지 비운 속 허전함으로 가득 채우고 돌아온 그 가방으로 태어난 그는 새벽부터 슬픈 소식만 전한 하루였다 늦은저녁 우체국 처마밑 할아버지의 기침소리 그리며 잠을 청한다 올 겨울 들어 가장 긴 발자욱을 남기고
카페 게시글
♣`°³о♡심송♡
자전거 타는 소
心松최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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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
24.03.29 10:3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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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황소가 우체부가방으로 되는 연결고리를 쫌 도드라지게 표현하시면 하는 생각에 머물다가.
들러주셨군요 네 감사합니다
심송,
자신모방에서 탈출하기 하기 위해 최근 보여주는 몇 편의 작품들의 공통점은
너무도 쉽게 서사적인 산문으로 기울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심송시의 특장인 재치 있는 독창적이고 서정적 표현으로 돌아와
심사숙고하여 시어 하나하나를 해학과 재치가 있는 비유적 표현으로 돌아오길...
감사합니다 선생님 자신모방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