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보와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할까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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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 등을 규정한 법체계를 갖추고 이를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법령이나 실제 현장에서의 시행 상황 등은 독재적 정치체제 특성상 다른 외국 만큼 공개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 7월 최고인 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한국의 ‘문화재보호법’이라 할 수 있는) ‘민족유산보호법’을 새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법의 효력을 없애고 6개 장 62 개 조항으로 구성된 민족유산법에 대해 북한 매체는 ‘민족유산의 발굴및 수집, 평가와 등록, 관리와 이용 등에 나서는 제반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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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유산보호법’은 1994년 제정 공포한 ‘문화유물보호법’을 2012 년 11월 ‘문화유산보호법’으로 개정한 지 3년 만에 다시 개정한 것이다.

‘문화유산보호법’에서는 기존 법에선 규정하지 않고 있던 구전문학과 무대예술, 관습, 명절, 전통 수공예품, 민속놀이 등 비물질적 유산(한국의 무형문화유산)도 보호대상으로 확정한 바 있다.

북한의 문화재 보존 등과 관련한 법적 조치는 1946년에 처음 시작되 었다. 당시 실세였던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김일성 위원장 이름으로 1946년 4월에 전문 11조로 구성된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과 시행 규칙 등을 공포했다. 이후 이 보존령을 유지해오다 1994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문화유물보호법’을, 1995년에는 ‘명승지 천연기념물 보호법’을 제정했다.

‘문화유물보호법’은 문화유물(문화재)의 원상 보존과 민족문화유산의 계승 발전, 인민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고취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표현만 다를 뿐 남한의 문화재보호법 목적과 흡사하다. 북한은 이 법에서 문화유물의 정의를 ‘북한 인민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전통을 실물로 보여주는 나라의 귀중한 재보 財寶 ’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에는 또 김일성 교시 유적(교시 문화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유물보호법에 따르면, 북한은 문화유물을 ‘역사적 의의와 조형예 술적 가치’ 등에 따라 국보 문화유물(유적), 준국보 문화유물, 일반 문화유 물로 분류하고 있다. 국보와 준국보의 평가는 내각이 하고, 일반 문화유물은 중앙문화유물지도기관이 평가하도록 규정한다.

북한의 국보 문화유물, 준국보 문화유물, 일반 문화유물, 명승지와 천연 기념물 등 (한국 측에서 보면) 지정문화재는 그 숫자가 남한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은 국보와 보물, 시도지정문화재 등을 합하면 모두 1만 건이 넘는다. 반면 북한의 지정문화재는 2008년 현재 국보 문화유물 193건, 명승지 223건 등 모두 4,800여 건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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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금강전도(金剛全圖)

남북한의 이런 지정문화재 숫자 차이는 남한은 시대별, 지역별로 모든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하지만 북한은 상위법인 헌법을 통해 문화재를 선별해 보존하는 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헌법에서 문화재와 관련, ‘사회주의적 민족문화 건설에서 제국주의의 문화적 침투와 복고주의적 경향을 반대하며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사회주의 현실에 맞게 계승 발전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 이념에 맞는 문화재들만을 선별적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일정한 구역을 ‘역사유적보호구역(한국의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운영하며, 역시 역사유물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해외 전시의 경우 내각의 허가를 받아 반출을 허가하고 있다. 또 해외에 유출되어 있는 북한 문화재의 경우 환수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국보에 해당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국보 문화유물’의 지정 상황을 살펴보면, 고구려와 고려시대 유물과 유적이 많다.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성, 고려의 수도인 개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남한의 신라나 백제, 가야의 유적과 유물이 많은 것과 대비된다.

평양성 / 이미지 출처_위키피디아

북한의 국보 가운데 일부를 살펴보면, 국보 문화유물 제1호는 고구려 시대 장수왕이 평양으로 수도를 옮기며 쌓은 성인 평양 시내의 ‘평양성’이 다. 2호는 고구려의 왕궁 터인 ‘안학궁성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된 고구려 벽화고분인 ‘약수리 벽화무덤’(29호) ‘수산리 벽화무 덤’(30호) ‘안악 3호 무덤’(67호) 등도 국보문화유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고구려 고분군인 평양의 ‘대성산 고구려 무덤떼’(12호)와 ‘용산리 고구려 무덤떼’(15호)도 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고구려시대 관련 국보들 가운데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고구려 나무다리’(160호)도 그 중 하나이다. 고구려가 5세기 초에 대동강에 설치한 나무다리 유적으로 교각이나 상판 등은 없어졌지만 다리의 골조와 기초가 남아 있고, 현장에서는 당시의 질그릇과 기와 등이 발견되었다. 

다리의 전체 길이가 375ｍ에 이르는 큰 규모로 당시 고구려의 목조 건축기술의 수준을 대변한다. 특히 설치된 시기나 규모 등에 있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이 다리는 대성산성과 안학궁, 청암리성 등이 있는 대동강 북쪽과 고구려 시조 무덤인 동명왕릉 등이 있는 남쪽을 연결한 것이다.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 이야기의 유적은 ‘온달 장군과 평원왕 공주의 묘’라는 이름으로 국보 180호다. 신라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유물로, 진흥왕이 순행을 해 세운 순수비인 ‘황초령 진흥왕 순수비’(110호) 와 ‘마운령 진흥왕 순수비’(111호) 2기도 국보다(신라 금석문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국보 3호는 고구려 평양성을 쌓을 때 성문으로 세웠으며 고려시대에는 서경의 서문으로 사용된 평양 시내의 ‘보통문’이다. 조선 성종 때인 1473 년에 새로 지었지만 고려시대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평양성을 축조하면서 세워졌다가 조선시대에 재건한 누각 형태의 정자인 ‘을밀대’는 19호다.
국보문화유물 제4호는 평양성의 6개 대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규모도 가장 크며, 아름다운 성문 건축물로 손꼽히는 대동강변의 ‘대동문’이다. ‘대동문’은 당초 고구려 평양성의 성문으로 지어져 고려시대에 사용되 다가 조선이 건국된 후 1392년에 복원되고, 인조 때인 1635년에 재건되 었다. 석축 위에 숭례문처럼 2층 문루를 갖췄으며 문루는 앞면 3칸, 옆면 3칸으로 팔작지붕(옆에서 볼때 한자로 여덟 팔 자 모양의 지붕)이다.

대동문은 평양성에서 대동 강을 건너 남쪽으로 통하는 성문이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시각을 알리는 종루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문루에는 문루에서 손을 내밀어 대동강의 맑은 물을 떠올린다는 뜻으로 아름다운 주변경치를 강조하는 ‘揖灝樓(읍호루)’라는 현판이 있다.

묘향산의 사찰 보현사에 있는 고려시대 석탑들인 ‘묘 향산 보현사 구층석탑’과 ‘묘 향산 보현사 팔각 십삼층석 탑’도 각각 7호와 144호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팔각 십삼층석탑은 현재 전해지는 다각다층 석탑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높이에 비해 안정감과 비례미가 뛰어나다. 이와 비슷한 양식의 석탑으로 강원 평창 오대산의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이 있으며, 경주의 ‘정혜사지 십삼층 석탑’은 통일신라시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으며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성불 사’(87호)와 금강산에 자리한 ‘장안사’(96호), 남한 대한불교 조계종의 지원으로 복원된 금강산의 ‘신계사’(95호)도 국보이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 남아 있는 당시 유적, 유물들도 상당 부분 관리되고 있다.
고려 왕궁터로 남북한이 한때 공동발굴조사를 한 ‘만월 대’(122호), 고려의 대표적인 개혁적 군주이자 원나라 노국 공주와의 애틋한 사랑으로 이름난 공민왕과 왕비의 무덤인 ‘공민왕릉’(123호), 고려를 세운 왕건의 무덤인 ‘왕건 왕릉’(179호), 고려시대 유교 교육기관인 ‘개성 성균관’(127 호)과 천문관측기구인 ‘개성 첨성대’(131호)도 있다

또 고려 말 조선의 건국과정에서 정몽주가 정적들에게 희생된 ‘선죽교’ 가 159호이며, 고려청자 가마터도 국보가 있는데 황해남도 봉천군에 자리한 3기의 ‘봉천군 원산리 가마터’(165~167호)다.

이밖에 한반도에서 확인된 가장 이른 시기의 구석기시대 유적의 하나로 석기와 많은 양의 동물 관련 화석이 발견된 ‘상원 검은모루 유적’(27 호), 남북한의 공동 노력으로 일본에서 되찾아온 ‘북관대첩비’(193호)도 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때 함경도 의병들이 왜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 조선시대에 세운 비석이었으나,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들이 주민 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파내 일본으로 가져갔다. 일본으로 떠났던 북관대첩비는 지난 2005년 각계각층 시민들의 환수 노력으로 100년 만에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되찾아온 ‘북관대첩비’는 원래 서 있던 자리를 찾아 북한으로 인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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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은 국보인데, 흥인지문은 왜 보물일까?
남북 분단과 ‘이산 문화재’
북한은 국보와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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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으로 이해하는 도자기 유물
1000년 세월을 견딘 초상화와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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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약탈 문화재가 있다! ‘오타니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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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저자 도재기

출판 이야기가있는집

발매 2016.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