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오늘의 교육> 읽기에 올인 했다. 읽은 내용을 다 언급할 순 없을 것 같다. <오늘의 교육>을 읽기 전까지 흠뻑 빠져 있던 일로 빨랑 돌아가고 싶어서다. 하여, 짧게 쓴다. 다른 벗들의 몫도 남길 겸^^.
사람들은 평범하다. 지도 밖으로 행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누구도 이 독한 진실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누가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리더로 나서는 사람들은 대체로 너무 비범하다. 그러나 그 비범한 사람들이 생각할 대목이 있다. 다수의 젊은 층이 안정적으로 직장을 얻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대, 다시 말하자면 지금 지도가 제대로 갖춰진 때에야 누군가 지도 밖으로 행군할 수 있다. 잠시 지도 밖으로 나선들 그 또한 지도 안으로 돌아와서 강연을 하고, 인터뷰를 하고, 돈을 벌고 책을 팔지 않는가. 그리고 평범한 이들의 집합적 건강성이 민주화와 정권 교체와 진보적 정권을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진보의 싹은 비범이 아닌 평범에서 피어날 것이다. 그 평범함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평범한 개인이 모여 만든 집합적 합에 주목할 때 비참함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 본다. '평범한 직장인'과 '평범한 직장인지 되고 싶어' 이들의 욕망과 현실에서 출발해서.
-88쪽(박은하-평범이 비참함이 되다)
교육학의 상응이론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성적 산출은 그 교과에 대한 능력, 결과에 대한 보상이다. 이런 평가 방식은 산출물에 기여한 몫을 반드시 가져가야한다는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고 대부분 교사들은 이 방법에 동의한다.
그런데 다른 평가 방식도 있다. 바로 노력에 무게를 둔 방법으로서 학생들 각자에게 기대치를 부여하고 이것에 기초해서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결과가 아니라 노력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좋은 유전자는 획득된 것이 아니라 귀족 혈통과 마찬가지로 주어지는 것이다. 유전자와 산출물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여 감사를 표시하되 권력이나 부를 대가로 지불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실력주의 사회이다. 유복하게 태어난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하는데 유익한 환경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 교육학이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225쪽(정용주-역량, 능력 그리고 성과의 제도화로서의 평가)
두 분의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말이 있다. ‘피동성 이론’이다. 거칠게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한 사람이 행동이 그 사람의 행동이 아닐 수 있다는 것. 행위자에게 피동적으로 주어진 유전자와 환경적 요소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 따라서 어떤 행동을 해도 그 행위자를 비난할 수 없다는 것. 인간의 자유의지도 결국은 그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것일 뿐이라는 것.(학생들에게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피동성 이론’이란 용어는 생소할지 몰라도 이 용어가 함의하고 있는 내용은 새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피동성 이론이란 작명이 적절한지도 모르겠고, 이 용어를 어떤 책에서 읽었는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말인지도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30년 동안 가정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힘들고 열악한 학생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전문계고에서 근무해온 나에게는 하나의 복음과도 같은 이론이다. 그들의 열악함과 나태함과 진실하지 않음과 때로는 뻔뻔함조차도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It's not your fault!!"
박은아 샘이 언급한 비범한 사람이나 평범한 사람이나 인간으로서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은 바로 이 ‘피동성 이론’에서 기인할 수 있다. 능력보다는 노력에 무게를 두는 방법으로 학생을 평가하자는 정용주 샘의 제안도 따지고 보면 피동성 이론이 그 배경이 될 수도 있다. 능력은 본인의 노력의 산물이 아닌 타고난 일종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하긴 ‘노력’도 ‘선물’이긴 마찬가지다. 노력하는 성향도 타고났거나 성장 과정에서 습득한 난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결과보다는 노력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자는 정용주의 제안(?)이 현실적이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난해하다고 해서 그 평가의 '이상'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 이유는?
‘유복하게 태어난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하는데 유익한 환경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 교육학이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짧은 리뷰를 끝내면서......
김수현 선생님 감사해요! 저 칭찬에 내성 있는 거 맞아요!!
(웬 감사? <오늘의 교육> 특집을 읽어보시면 압니다.)
이렇게 끝냈는데....다시 들어왔다.
감사의 뜻에서 한 말씀 드려야할 것 같아서다.
'진성 어린 꼰대 교직관 찾기'에 나섰거나 완수해가는 중인 김수현 샘이 스무번도 넘게 보았다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니, 그 존재 자체도 모른다. 스스로는 '덕질'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요즘에서야 그 덕질이란 것도 딸내미에게서, 그것도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난 이날까지 도대체 뭘 하고 살아온 건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참 아는 게 너무 없다. 책을 손에서 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머리가 명석하지 못해서인지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이런 나의 무지함이 사실은 <오늘의 교육>을 폭풍 흡입하는 조건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듯한 김수현 샘 글을 읽으면서 많이 쫄았다. 겁도 났다. 왜 이런 분들이 카페에서 수다를 좀 떨어주지 않나? 그럼 나 같은 근본 없는 늙은이는 미련없이 퇴장을 할텐데. 뭐 이런 생각까지 했던 거다. 그런데.....글의 말미에서 내 이름을 본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20년 후에는 나 같은 교사가 되고 싶다니!! 미생이 완생이 된 기분이랄까?
그런데 조금 햇갈리기는 했다.
'20년 뒤쯤에는 인간 치고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싶어 기계가 아닐까 갈수록 수상한 해탈 안준철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 라니! 받잡기 민망한 과도한 칭찬 같기도 하고, 관심법으로 나를 꿰뚫어보는 것 같기도하고.... 한참 햇갈리다가 끝내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날 닮고 싶다잖아!"
하하하하하.
첫댓글 축하...드려야 하는 거죠? ㅋㅋㅋ
누구...저요? 미생이 완생이 되었으니...축하받아야겠네요. 하하.
이렇게 함박웃음을 지으시니 제가 더 기쁘네요! ^___^
전 글쓸때 시간이 오래 걸려서 카페에 글을 못 올려요. ㅜㅜ 논의가 심각한 것도 아니고 분량도 고작 A4 3장인 이번글도 일주일쯤 걸렸거든요. 그러니 계속 카페가 훈훈해지도록 글 올려주세요. 군불 안준철 샘~~
글을 쓴다는 것이 저만 어려운 것이 아닌가 보군요^^ 그래도 글도 쓰다보면 늘더라구요 그러니 수현샘 카페에서 자주 뵙기 바래요 암튼 기쁘네요 이렇게 샘과 접속이 되어서요!!
저처럼 분량작게 막 쓰세요!!^^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한 10년쯤 뒤에는 낭만샘처럼 되고 싶습니다. 가능할까 모르겠지만, 꿈을 꾸다보면 이루어질 수도 있겠죠?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미 저는 낭만샘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듯 합니다.^^
에이.....그건 퇴행일텐데....하하. 암튼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