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한다, 높은 음자리로
고백하고 싶지만 쉼표를 찍고
그리웠노라 그리웠노라,
말하고 싶지만 쉼표를 찍는
내 미완의 실로폰 오늘은
제물에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 받아 허밍으로 허밍으로
불러보며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저녁노을이 어느새 내려와
연주장으로 들어가는
자줏빛 융단 깔아놓습니다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5.07.19. -
한글로 전해지는 가요 중 가장 오래된 ‘정읍사’. 백제 시대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 노래는 조선 성종 때 편찬된 악학궤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길 떠난 이를 걱정하며 밤하늘의 달에게 높이 좀 돋으라고 멀리 좀 비추라고 이야기하는 작품에는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라는 구절이 반복됩니다. 별다른 뜻이 없는 여음입니다. 요즘 노래로 따지면 ‘음음’ 같은 허밍인 셈입니다.
어떤 지극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어쩌면 이를 모아 여음을 만드는 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 어떤 소리를 가슴에 남겨두고 있을까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아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