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
잘못 써내려온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
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 송순태, ‘지우개’ -
인생이 걸어가고 걸어온 길
https://www.youtube.com/watch?v=mdWfOMtsX0k
-지난 톡에서-
솜바지 입는다는 소설이라는데
참 포근하다
올겨울도 이리 포근할까?
밤새 깼다 잠들었다를 볓번
넘 빨리 잔 탓일까?
마지막 깨었을 때 일어나니 4시가 훌쩍 넘었다
일기 마무리해 톡을 보내고 나니 여섯시가 다 되간다
체조와 스쿼트
몸이 가볍게 느껴져 운동하기가 좋다
운동하는 사이 집사람은 아침을 지어 차려 놓았다
호박 넣고 지진 고등어 지짐이 맛있다
난 더운 밥에다 망둥어 회를 넣어서 비비니 맛있다
한그릇 잘 먹었다
동물 챙겨주기
미강과 싸래기를 주고 어제 삶은 고구마도 주었다
거기에 깻묵도 한덩이
오늘은 많이 먹으렴
칠자화 가지가 넘 무성
톱과 전정가지를 가지고 와 가지를 다듬었다
꽃밭에 있는 구절초와 옥잠화도 낫으로 잘랐다
집사람도 나와서 같이 돕는다
나에게 구절초 뿌리까지 캐내 버렸다며 좀 조심하면 안되냐고
뿌리는 땅에 그대로 두면 다시 뻗으니까 놔두라고 하니 그게 말라버리지 뻗겠냔다
구절초는 생명력이 강해 묻지 않고 땅에 놔두기만 해도 뿌리는 내리는데...
뭐 더 이상 말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
동네분들이 김장 준비를 한다
우린 다다음주에 하기로 했으니 좀 멀었지만 그래도 아래 밭에 내려가 보는게 좋을 듯
집사람도 같이 내려가 보잔다
배추는 그런대로 김장할 만큼 컸는데 무가 넘 시원찮다
아무래도 김장 무는 사야할 것같다
비트가 더 이상 크지 않을 것 같아 비트를 뽑았다
20여개를 심었는데 모두 죽어 버리고 조그마한 것 다섯 개
이거라도 말리면 되겠단다
마늘밭 고랑에 제초매트를 깔았다
집사람과 두고랑을 깔고 삼발이 핀으로 고정
이럼 풀은 나지 않겠지
고추고랑에 깐 제초매트를 걷어 고추두둑에 올려 놓았다
마르면 개서 보관해야겠다
서리태 콩 몇 개를 베지 않았다
콩을 베고 자두나무 전정을 좀 해야겠다
집사람은 포장과 바구니를 가지고 내려와 벤 콩 꼬투리를 딴다고
서리태 콩을 베어주고
자두나무를 전정
나무가 넘 무성하게 자랐다
가운데로 바람이 잘 통하도록 가지들을 잘라 주었다
황금 느릅나무와 자귀나무도 넘 무성해 잘랐다
주변이 좀 훤해진 것같다
집에 올라오니 아홉시가 훌쩍 넘었다
무려 두어시간 넘게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고관절이 아파오기 시작
아이구 일을 못하겠다
샤워하고 혈압약 짓고 가스 충전해 오겠다니 썬 비트를 널어 놓고 나가란다
자기가 해도 충분할건데 그걸 날 시키나?
아이구 잔소리 말아야지
건조기에 널어 놓고 나갔다
성심의원에 가서 혈압을 재니
149 80
혈압이 괜찮단다
나이들어선 윗 혈압이 크게 높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의사샘이 약을 꾸준히 복용하라고
재한동생전화
시골 내려왔다며 점심 약속 있냐고
점심 약속있다니 저녁을 같이 하잔다
그래도 좋겠다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약을 짓고 고창 가스충전소로
가스를 충전하고 세차까지 했다
여긴 가스비가 995원 장성은 1040원인데 차이가 난다
또 여긴 세차비를 받지 않는다
장성보다 가깝기에 고창 충전소를 자주 이용한다
다온장어집을 들러 어제 부탁한 장어 내장볶음을 찾았다
큰형님께서 입맛 맞으신다고 해서 어제 부탁을 했더니 다행히 내장이 있다며 볶음을 만들어 주었다
집사람 볼치러 갈 때 가져다 드리라고 해야겠다
집에 오니 집사람이 벌써 볼치러 가버렸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다음에 가져다 드려야겠다
김회장이 오늘 점심 같이 하자고 어제 약속
전화해 보니 바빠서 오늘은 같이 식사 못하겠단다
아이구 저런
그럼 미리 말을 해주었으면 내가 다른 약속 잡았을 텐데...
전총무에게 전화하니 12시 20분까진 도착하겠단다
전총무와 같이 점심 먹고 바둑이나 두어야겠다
시간되어 나가니 전총무도 도착
오늘은 김치찌개를 먹어 보자고
막걸리를 마시지 않으면서 김치찌개도 자주 먹지 않는다
김가네에 가니 대만원
전총무가 상 치우는데 거들어 준다
여기 식당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일손을 곧잘 거들어 준다
서로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대충 치워주고 나니 김치찌개가 나왔다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주었다
아마 내가 즐겨 먹기에 일부러 많이 넣은 것같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다
전총무도 맛있다고
수담 끝나면 곧잘 와서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잔 나누었는데...
바둑 두는 날만이라도 막걸리 한잔씩 할까?
돼지고기를 어찌나 많이 넣었는지 다 먹질 못했다
남은 건 비닐봉지에 담았다
우리 개나 가져다 주어야겠다
주인이 돼지 뼈다귀도 싸준다
오늘 우리개들 포식하겠네
전총무와 바둑 한수
내게 두점 바둑
내 승률이 좀더 높다
흑의 곤마를 엮으려 했는데 오히려 내 대마가 엮여 겨우 살아나면서 집부족
다시 단곤마를 공격했는데 흑이 묘수를 찾아내어 살아가 버리니 도로아미 타불
공격 실패로 도저히 회복 불가
돌을 던졌다
다시 한판
이번엔 세귀를 차지해 살아 놓고 흑의 약점을 추궁
흑이 살리지 않을 돌을 살려 나가며 백의 집을 굳혀 주고 나니 백 우세
거기다 곤마 하나를 잡아 버리니 흑이 승부를 뒤집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투석
몇가지 잘못 받은 수에 대해 말해주었다
요석이 아닌 돌을 굳이 살리지 말라고
자기가 협공한 돌이 귀에서 살려고 할 때 받는 방법에 대해서 내가 아는 대로
바둑이 어렵지만 자꾸 생각해 가면서 두면 재미있다고
난 바둑을 빨리 두는 편이었는데 요즘 들어선 천천히 두려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수가 좀 보이는 것같다
세시가 넘었다
몸이 피곤해 바둑을 더 두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장어 내장 볶음이나 큰형님께 가져다 드려야겠다
전화드려보니 집에 계신다고
집에 들러 개들에게 얻어온 돼지 뼈를 나누어주고 장어내장 볶음을 가지고 큰형님 댁으로
형님댁에 도착하니 마침 형수님께서 요양보호사와 노래교실 갔다가 들어오신다
들어가자는 걸 바로 가봐야한다면서 내장 볶음을 형수님께 드리고 바로 돌아 섰다
바둑 휴게실에 다시 오니 사범님이 퇴근해 오신다
난 피곤해 먼저 집에 가겠다고
목이 쉬고 힘이 빠지는 것같다
난 피곤하면 목이 쉬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질 않는다
옆에 분들이 갑상선 검사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하는데 목을 만져 보아도 잡히는 몽울이 없다
그래도 목이 쉬는 건 좋은 현상 아니니 해보란다
언제 검사를 해봐야할까?
들어가 쉬었다 재한동생과 저녁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피곤해 잠깐 누워 있으니 집사람이 파크볼 치고 들어 온다
장성병원에 가서 당약을 처방받으며 혈당을 재 봤더니 대단히 높다고
지난 달엔 당수치가 크게 떨어져 좋아했는데 왜 갑자기 높아 졌을까?
요즘 단감이나 홍시 고구마등을 자주 먹어서일까?
스스로 조절을 잘 해야할텐데...
재한동생이 식사하러 가자며 차를 가지고 올라왔다
마땅히 줄게 없어 감말랭이 한봉지 남은 걸 주었다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으니 나누어 먹는 것도 좋겠지
약수 석정가든에 가서 왕갈비를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는데 금방 배가 불러 온다
이도 막걸리와 함께 먹어야 질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을 것같다
나이들어가니 좋아지는 것보다 나빠지는 것이 더 많다
견디어 내며 세월의 강을 건너가야겠지
다음에 내려오면 내가 한번 사야겠다
밖을 나오니 서쪽 하늘에 개밥바라기별이 유난히 크게 반짝인다
미세먼지 없이 하늘이 맑나 보다
기온이 쑥 떨어졌는지 몸이 으쓱
겨울임을 실감한다
과식했는지 배가 넘 부르다
대충 하루 일과 정리
빨리 잠자리로
창문을 여니 찬기운이 쑥 밀려든다
님이여!
오늘은 토요휴무일
떠나가는 단풍보러 나서보심도 즐거움이리라
오늘도 몸과 마음 행복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