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2. 9. 금요일.
음력으로는 섣달그믐
예전 내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에는 나와 아내는 시골로 내려가서 어머니 생일잔치를 치뤄 드려야 했다.
어머니가 집나이 아흔일곱살 만나이 95살이 된 지 며칠 뒤에 돌아가셨기에 지금은 어머니 생일잔치를 하지 않는다.
내일은 음력 설날(갑진년 甲辰年).
차례상에 떡국 한 사발씩 퍼서 조부모, 부모의 영혼한테 절을 올린다.
차례, 제사를 지낸다고 해도 떠나가신 분들은 한번도 지상에 나타나신 적은 없다.
그냥 자손들이 마음속으로나 기릴 뿐.
차례 제사는 4대봉사를 하는데도 나는 오래 전 친척들과 상의를 해서 3대 증조부모, 4대 고조부모에 대한 차례와 제사를 지내지 않고 대신에 음10월 상달에 있는 시향/시제로, 합동으로 모시자고 합의를 봤다.
내가 시골에 내려가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친척들이 서울로 올라오기도 뭐했다.
지금은 각자가 알아서 자기네 집에서 설을 보낸다.
나는 매년 음10월에 고향에 내려가서 충남 보령에 있는 10여 대의 조상에 대한 시제/시향를 지낸다.
나는 제사 차례 시향 등의 제례문화를 자꾸만 줄이려고 한다.
나는 영혼(신, 신앙, 종교 등)을 전혀 믿지 않는다.
그런데도 제사 차례 시향 등을 지내는 이유는 있다. 돌아가신 분들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 이외에는 별다른 이유나 목적도 없다.
충남 보령지방에서 세거하는 최씨네는 자손이 무척이나 귀하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 같다. 젊은애들이 결혼도 아주 늦추고, 결혼을 해도 자식을 아주 적게 낳는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시향 등의 제례문화는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질 것 같다.
앞으로는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알아서 처리할 게다. 물론 돈이야 더 많이 들어가겠지.
내일이 설날인데도 그냥 쓸쓸한 느낌이 먼저 든다.
2.
<한국국보문학카페> '2024년 3월호'에 오를 예정인 시를 보았다.
홍성희 시인 '빚진 마음 인연 자락에 걸고'
일부를 인용한다.
아흔여덟 고개 위에
밀가루 포대처럼 누워있다.
두 달 유복녀
핏줄 안에 넣어둔 스무 살 청상
동짓달 긴긴 하얀 밤
서릿발 같은 열 달 어찌 지샜을까
내가 댓글 달고는 퍼서 여기에 올려 내 글감으로 삼는다.
내 댓글 :
아흔여덟살 친정어머니
이제는 이별해야 할 시간이 가까이 오는군요.
스무 살 청상이 유복녀를 낳아서 키우려면 얼마나 서러움에 벅찼을까요?
그 딸이 다음생에는 어머니로 환생해서 그 엄니한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하는군요.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야겠군요.
저한테도 어머니가 있었지요.
키 작은 몸으로 쌍둥이형제를 낳아서 젖물려서 키웠던 엄니.
엄니의 음력생일은 섣달 그믐. 바로 오늘이건만 그 엄니는 9년 전 하늘나라로 가셨지요.
내일 설날 차례상에 떡국 한 사발 올려놓고는 절 올려야겠지요.
홍 작가님.
그래도 ... 그래도 .... 그 어머니가 좀 더 오래 버텼으면 합니다.
글 정말로 고맙습니다.
엄지 척! 합니다.
2024. 2. 9.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