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지도자는 非합리적 人情의 機微(기미)까지 돌아봐야 趙南俊 전 월간조선 이사
1980년대 초반, 低質炭(저질탄)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국회 상임위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답변대에 선 朴鳳煥(박봉환) 동자부장관을 향해 야당 국회의원들이 질타했다. “서울시장은 低質炭을 인정하는데, 장관은 왜 부인하는가?” “의원님은 잘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서울시장은 남산에서 서울시를 내려다보는 사람이고, 장관은 백두산에서 한반도를 보는 사람입니다.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뒤이어 그는 우리나라 석탄 사정을 설명했다. 국산 석탄은 열량이 2500~3000칼로리 밖에 되지 않으므로 6000 칼로리 이상의 외국 高質炭(고질탄)을 수입하여 국산 석탄, 그리고 황토와 혼합, 4500칼로리 내외의 연탄을 만든다. 워낙 다량을 기계로 섞다 보니 불균형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여기만 똑 떼어내어 低質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잘 들어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설명이다. 그러나 ‘의원님은 잘 모르는 말씀’이라는 답변 서두에 기분이 나빠져 버린 국회의원은 뒤의 말은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장관의 답변 태도가 너무 시건방지다”고 본질을 벗어난 비난을 하곤 했다. 비슷한 시기 재임 중이던 高建 농림부장관과 대조적이었다. 高 장관은 야당 국회의원이 아무리 엉터리 내용을 묻거나 지적해도 일단 “의원님, 지당한 말씀입니다”라고 받고, 이어서 틀린 내용이나 잘못된 지적을 바로잡는 대답을 한다. 앞부분에서 일단 기분이 좋아진 질문자는 뒷부분은 못 알아들은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이 바보는 아니다. 다 안다. 그러면서 중계카메라나 기자들 앞에서 장관에게 호통 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前者는 원리원칙대로 “웃기지 말라”, 後者는 “(웃기는 소리지만) 지당한 말씀”이라고 대응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방법은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어떤 식으로 말을 하여 상황을 이끌어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인지, 말하는 사람이 선택할 일이다. 다만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합리적이지만은 않은 人情의 機微(기미)에 민감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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