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이소영 기자
발행일2019-03-03
[제3134호, 23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큰 틀에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세부사항에선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무언가를 할 때는 큰 뜻만 중시할 게 아니라, 디테일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다.
디테일의 중요성은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주님 말씀을 따르겠다고 아무리 외쳐도 구체적인 사항들에서 실천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명 존중’만 봐도 그렇다. 교회 가르침에 따라 생명을 존중하겠다고 말하지만, 낙태라는 세부사항에는 허용을 주장하는 신자들이 적지 않다. 본지가 한길리서치연구소와 2013년 공동 조사한 결과에서도 가톨릭 신자 98명 가운데 낙태에 반대한다고 답한 이들은 14.7%에 불과했다.
‘창조질서 보전’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핵 폐기나 태양광 발전이라는 세부사항에는 반대하는 신자들이 있다. 실제로 서울 가락2동본당 주임 송재영 신부는 “서울 이문동본당 부주임으로 지낼 때 사제관 옥상 등에 태양광 발전 전지판 136장을 설치했는데,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중장기적으론 비용도 덜 들고 주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이었지만, 신자들은 설치비 등을 우려하곤 했다”고 밝혔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사실 이 문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독일 유명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씨가 성공 비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답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써야 명작이 된다는 얘기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주님 뜻에 맞갖은 가르침을 세부적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신앙인이 될 수 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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