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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 등 앞세운 펜싱, 금 6개 등 메달 12개 획득
황선우 등 '황금 세대', 수영서 금 6개 등 메달 22개
'삐약이' 신유빈 등 탁구, 전 종목에서 메달 수확해
세계 최강 양궁(리커브), 5개 종목 중 금 4 쓸어담아
남자축구 대회 3연패, 야구는 대회 4연패 위업 이뤄
남자농구, 남녀 배구는 졸전 끝에 메달권 진입 실패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구본길이 중국 옌잉후이에게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에 걸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장정이 8일 끝났다. 개최국 중국(금 201, 은 111, 동 71)의 독주 속에 한국은 일본(금 51, 은 67, 동 69)과 종합 2위 자리를 두고 경합했으나 3위(금 42, 은 59, 동 89)에 머물렀다.
대회에 앞서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0개를 목표로 세웠는데 거기에 도달하진 못했다. 그래도 메달 총 숫자에선 190개로 일본(187개)을 앞섰다. 전통적 효자 종목인 펜싱, 양궁 등에서 선전했으나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에선 부진을 거듭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인상적이었던 종목과 선수들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에 응한 대표팀. 왼쪽부터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 채정민 기자
◆피스트 위의 최강자, 한국 펜싱
한국의 칼 솜씨는 현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펜싱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 등 모두 12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펜싱에 한정할 때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부터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종합 우승 기록을 세웠다.
남자 사브르와 여자 에페에선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가져왔다. 개인전에선 남자 사브르의 오상욱, 여자 에페의 최인정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동료(구본길, 송세라)와 결승에서 만나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선 프로야구의 전설 윤학길(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의 딸 윤지수가 금메달을 추가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 대결에서 후배 오상욱에게 금메달을 내준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에 응한 구본길. 채정민 기자
대구 오성고 출신 구본길은 여전히 빛났다. 개인전에서 후배 오상욱에게 밀려 아시안게임 4연패란 위업을 달성하진 못했으나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이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은 중국을 제치고 3연패를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구본길의 옆엔 김정환, 김준호와 오상욱이 서 있었다.
구본길은 칼 솜씨 못지 않은 말 솜씨로도 눈길을 끌었다. 대구 사투리가 살짝 묻어나는 그의 입담은 발군. 개인전 후 "4연패 못한 게 아쉽지 않다. 후련하다. 대기록에 도전한 것만 해도 영광"이라며 웃었다. 또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5 우승자 김관우와 함께 한 인터뷰에선 "철권으로 겨뤘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고 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단체 결승 홍콩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끈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에페 대표팀(최인정, 송세라, 강영미, 이혜인)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단체전 정상에 올랐다. 남자 플뢰레 단체전(이광현, 하태규, 허준, 임철우)에서도 홈팀 중국을 꺾고 2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선 은메달, 개인전에선 동메달(홍세나)을 보탰다. 여자 사브르와 남자 에페 단체전에선 동메달을 수확했다.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계영 800m 자유형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 세대' 앞세워 날아오른 한국 수영
아시아의 수영 강국은 중국과 일본. 중국은 빠르게 성장, 세계 무대에서도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일본은 중국보다 먼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림픽에선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금메달(24개)을 땄다. 메달 숫자에선 중국(16개)보다 앞선다.
지유찬이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50m 자유형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에 밀려 수영 변방에 머물던 한국 수영이 이번 대회 비상했다. 수영 경영이 진행된 첫날 중국이 9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위세를 과시했는데, 이튿날 한국의 지유찬(대구시청)이 제동을 걸었다. 남자 자유형 50m에서 대회 신기록(21초72)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전날 자유형 100m 우승자 판잔러(중국·21초92)를 3위로 밀어냈다.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선우가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놀라운 소식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국 남녀 선수들은 잇따라 메달 소식을 전했다. 수영 경영 종목이 끝난 뒤 합산한 결과는 대단했다. 한국은 금메달 6개(은 6, 동 10)를 따내면서 금메달 28개를 딴 중국(은 21, 동 29)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수영 종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금메달 5개(은 10, 동 15)를 건지는 데 그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3관왕에 오른 김우민. 연합뉴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는 금메달 2개에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2개씩 보태 모두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할 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시아 중장거리 최강자답게 김우민도 금메달 3개에다 은메달 1개를 추가했다. 한국 여자 수영의 대들보 김서영(경북도청)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를 따냈다.
황선우(왼쪽부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이틀째, 남자 800m 계영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대에 손을 맞잡고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단체전에서의 활약. 여러 선수가 고른 기량을 갖춰야 경쟁력이 있는데, 한국은 이번에 그걸 해냈다. 단체전에서만 6개의 메달(금 1, 은 3, 동 2)을 따냈다. 한국의 에이스 황선우는 예전 박태환처럼 외롭지 않다. 그와 함께 하는 '황금 세대'가 있어서다. 그 중 한명인 이호준(대구시청)도 단체전에서 좋은 활약(금 1, 은 2)을 펼쳤을 뿐 아니라 남자 200m 개인전에선 동메달을 추가했다.
◆역시 한국 양궁, 세계 최강 위용 과시
임시현이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결승, 중국과의 경기에서 활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리커브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여전히 세계 최강이라는 걸 증명했다. 한국은 이 종목에 걸린 5개의 금메달 가운데 4개를 쓸어 담았다. 은메달과 동메달도 하나씩 추가했다. 내년 파리 올림픽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다만 컴파운드 양궁(도르래가 달린 기계식 활 사용)은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혼성 단체전에서 임시현과 이우석이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어 남녀 단체전에서 동반 우승하며 단체전 3개 종목 금메달을 모두 가져왔다. 여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7연패를 달성했고, 남자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혼성전 결승에서 임시현과 이우석이 금메달을 확정짓고 시상대에 올라서며 하트를 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막내' 임시현은 대회 3관왕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선배 안산과 대결,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해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쳤다. 앞서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데 이어 도쿄 올림픽 3관왕인 안산을 세트 점수 6대0으로 완파, 정상에 섰다.
한국은 남자 개인전에서만 금메달을 놓쳤다. 이우석이 유일하게 4강에 오른 뒤 3위 결정전에서 승리, 동메달을 건져 올렸다. 금메달 5개를 모두 가져오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양궁 컴파운드 대표팀 주재훈이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 한국 양재원과의 경기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컴파운드 대표팀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이 종목이 도입된 2014년 인천 대회부터 한국은 꾸준히 2개 이상 금메달을 가져왔으나 이번엔 금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했다. 다만 동호인 출신인 주재훈이 은메달 2개를 따낸 게 눈길을 끌었다. 인도가 컴파운드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탁구는 빛났으나 배구, 농구는 추락
신유빈(오른쪽)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에 함께 출전한 전지희와 공동취재구역에서 사진 촬영에 응해주고 있다. 채정민 기자
탁구 최강국은 중국. 중국 대표팀에 들지 못해 다른 나라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대회가 중국에서 열리는 터라 탁구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한국 탁구는 전 종목에서 메달(금 1, 은 2, 동 5)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삐약이' 신유빈이 언니 전지희와 짝을 이뤄 여자 복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에 나온 금메달. 남자 단체전과 복식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남자 단식(장우진), 여자 단식(신유빈)과 혼합복식(장우진-전지희, 임종훈-신유빈), 여자 단체전에선 동메달을 수확했다.
중국 항저우 궁슈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신유빈-전지희가 시상대에 오르며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유빈을 비롯해 탁구 대표팀은 밝은 모습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시상대에서 옷 매무새를 다듬어주는 등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화제에 올랐고, 신유빈은 전지희와 함께 다양한 세리머니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전지희는 "조금 부끄럽긴 한데 유빈이에게 열심히 맞춰주고 있다. 하자는 대로 다 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웃기도 했다.
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전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축구는 승승장구한 끝에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다. 홈팀 중국과 난적 우즈베키스탄을 연파하고 결승에 오른 뒤 숙적 일본을 맞아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야구는 초반 부진을 딛고 아시안게임 4연패에 성공했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0대4로 완패, 몸값을 못한다는 비난이 쏟아졌으나 이후 승리를 이어가며 정상을 밟는 데 성공했다.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인기 구기 종목인 배구와 농구는 '항저우 참사'를 당했다. 남자 농구는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메달을 따는 데 실패했다. 남자 배구는 사전 경기에서 이미 메달 레이스 탈락이란 굴욕을 당했다. 1966년 방콕 대회 이래 14회 연속 메달을 땄는데 그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국내에서 인기가 뜨거운 여자배구는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2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차이나 텍스타일 시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12강 토너먼트 한국과 파키스탄의 경기. 세트스코어 0대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