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3만여 ㎡의 땅을 가진 A업체는 최근 190개의 공간이 들어찬 '아파트형 공장'을 지어 분양 중이다. 앞서 2011년에는 B업체가 이곳에 600개의 공간을 갖춘 아파트형 공장을 건축해 분양을 마쳤다. 2010년 이후 창원산단에 들어선 아파트형 공장은 5개(개별 공장 900개)에 이른다.
창원산단에 '공장 쪼개기'가 성행하면서 소규모 공장이 난립하고 있다. 수백 개의 공간으로 나눠진 아파트형 공장을 건립해 중소기업에 분양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렇게 쪼개 분양한 개별 공장의 면적은 대부분 660~990㎡로 창원산단관리기본계획에 명시된 최소 분할면적(1650㎡)을 훨씬 밑돌며, 가장 작은 것은 198㎡로 8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위주의 지역 제조업 중추기지로 육성하려는 창원산단 조성 취지를 거슬러 '중소기업 공단'으로 전락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장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창원시와 산업단지관리공단 동남본부에 따르면 창원산단에 소규모 공장 난립을 막기 위해 최소 분할면적 미만의 공장 건축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춘 아파트형 공장을 지으면 아파트처럼 집합건물로 인정해 최소 분할면적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지상 3층 이상 건물 ▷6개 이상 공장 입주 ▷건축 연면적이 바닥 면적의 300% 이상인 경우가 해당 요건이다. '공장 쪼개기'는 이런 법적 맹점에서 기인한다.
보다 못한 창원시는 앞으로 '공장 쪼개기' 형태의 건축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공장 쪼개기'를 방치하다간 창원산단이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해 지역경제의 중심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창원시 관계자는 "행정소송과 징계 등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공장 쪼개기'식의 공장 건축을 막아 창원산단의 골격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형 건축을 허용한 법을 손질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원시의 방침이 먹혀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후가 바뀌었다. '공장 쪼개기'를 차단하려면 법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지역 산업계 일각에서 "창원산단의 최소 분할면적 기준을 완화해 강소기업에게도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창원시의 '공장 쪼개기' 방지정책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