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적인 카페 주인
이영주
다마스쿠스의 이야기꾼들은 몇 천 년이 넘도록 카페에 모여 있지. 나는 카페 문을 닫을 수가 없네. 세계에서 제일 끔찍한 일에 대해 물어본다. 길의 끝까지 걸을 때는 뼈가 되는 이야기.
이야기꾼들은 불빛 아래에 모여 서로의 사랑에 대해 물어본다. 어떤 자는 깊숙이 앉아서 의자란 더럽게 짓밟히면서 섬세하게 자란다고 하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 어두운 마음에 대하여 의자 곁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검은 생물체들과 마주보고 있어. 아는 것 위의 또 다른 감정에 대하여 어떻게 이 오랜 시간을
카페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을까. 서로가 붙어버린 머리에서 중독적인 꿈 냄새가 난다. 길이 끝나고 말이 시작되는 슬픔.
노트를 펼치자 검은 얼룩이 번진다. 파멸하지 않기 위하여 거머리 같은 오늘이 등 뒤에 붙어 있다.
모든 시간은 오늘로 귀결된다고 해. 정말 미칠 노릇이지. 한 사내가 의자에 푹 파묻힌 채 검게 변해 간다. 부식된 글자들이 의자 위로 떨어진다.
이야기꾼들이 말하는 생물체, 그 사랑에 대하여 나는 어디까지 끔찍해질 수 있을까. 불에 탄 설탕. 끈끈한 그릇들을 씻는다. 설거지는 매일 반복돼. 멈출 수가 없지.
너무 깊숙해지면 파멸을 본다는데,
다마스쿠스의 이야기꾼들은 늘 판초를 두르고 모인다. 나는 오늘부터 이 자리에 앉아 있다.
부서질 것 같은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건너왔어. 생활에서 건너왔지. 세계에서 제일 희미한 사랑에 대해 말하려고 왔다. 이 이야기는 폐허에서 끝난다.
한 사내의 등 뒤에 붙어 피를 빨고 있다.
—《시사사》2013년 11-12월호
------------
이영주 / 1974년 서울 출생.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oistrak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