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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추락한 기체 사진 같은 것은 참혹함 그 자체다. …… 기억이란 참 무서운 것이어서, 사건의 맥락과 디테일이 완전히 다른데도 연일 보도되는 ‘비행기 추락’ 기사들이 이상하게 과거 뉴스들과 겹쳐진다.” (사진 출처 / AP통신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이게 지금 제일 중요한 국정현안인 걸까?
우리는 이 비행기 한 대의 사진을 지금 너무 많이, 너무 질리도록 보고 있다. 인간적으로는 가슴이 아프다. 정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부상자들의 고통도 마음 아프고, 두 사망자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선뜻 ‘애도’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여부마저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고 직후 대통령이 나서서 중국에 직접 사과를 했다. 온 국민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의 국정원 개입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한 목소리로 외쳐도 ‘셀프 자정’ 단 한 마디였던 그분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행위를 ‘약속 지키기’로 여기는 그분이 놀랍도록 민첩하게 중국에는 사과부터 하셨다. 국민들에게는 한 번도 제대로 하시지 않았던 행위를.
승무원들의 증언과 초췌한 ‘귀국 사진’들도 마음을 괴롭게 한다. 나는 2013년 7월이 아닌 그 먼 옛날 ‘중앙정보부’가 있던 시절의 ‘북한에 납북된 승무원’ 사진들을 보는 기분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지정해 주던 정신교육용 ‘필독서’들이 너무 심한 각인 효과를 낳은 것인가. 그 각인 효과를 의도하고 확대재생산에 열을 올리는 언론이 구태를 반복하는 것인가.
답답하다. 오늘만 있는 것처럼 살고 계신 분들, 이번만 변명과 거짓말로 때우면 끝날 것처럼 열을 올리는 언론들. 요번 한 번만 대충 덮으면 넘어갈 것 같겠지만, 세상사는 의외로 무한히 반복된다. 해결하지 못한 한 지점으로 끝끝내 돌아오고 마는 속성이 있다. 굳이 니체의 ‘영원회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살다보면 문득문득 깨닫게 된다. 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것 같은 기시감(旣視感)은 우연이 아니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 덮으려 할수록 혼란만 가중된다. 이번에 해결해야만 또 다시 거기에 발목 잡히지 않는다. 그게 미래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원 (로사)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고 여러 매체에 문화 칼럼을 썼거나 쓰고 있다. 어쩌다 문화평론가가 되어 극예술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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