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1일 축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난 29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했다.
가장 많은 희생자 를 낸 2층 여성 사우나에는 비상벨이 먹통이었고,
출입문은 막혀 있었다.
복도는 미로 같았고, 화제에 취약한 잔열재가 사용됐으며 스프링쿨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안전관리 기본 매뉴얼 실패가 부른 대형 참사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조금이라도 안전한 나라가 됐나.
올 한 해 발생한 대형 안전사고 빈도와 원인을 보면 고개를 내젓게 된다.
제천 화재 사건 불과 한 달 후인 올해 1월 말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7명이 사망하고 143 병원이 부상했다.
중환자와 노인성 질환자가 주로 치료받는 이 병원 건물은 건축법상 스프링쿨러 설치 대상으로 분류조차 돼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11월에는 서울 종로구 한 고시원에서 불이나 7명이 숨졌다.
스프링쿨러가 없는 상호아에서 화재경보기마저 울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이달 초에는 경기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온수관이 터져 한 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화상을 입었다.
노후 지하 온수관 파열이 계속 보고돼 왔는데도 당국은 안전점검 계획 없이 허송하다 결국 사망 사고에 이르렀다.
이달 11일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던 하도급업체 직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근무 규정대로 동반 근무자가 있어 비상정지 스위치를 눌렀다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다.
그리고 이달 18일 강릉으로 친목 여행을 떠난 고3 학생 10명이 팬션에서 자다 가스보일러 유독가스에 질식해 3명이 숨졌다.
펜션에 가스경보기는 없었다.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지하 통신구 화재는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주변 지역 통신과 금융 서비스를 며칠동안 마비시켰다.
통신구에는 소화지 한 대만 달랑 비치돼 있었다.
9월엔 서울 상도동에 있는 4층짜리 유치원 건물이 10도 기울었다.
아이들이 없는 저녁이었기에 망정이지 대낮이었다면 어떤 비극이 발생했을지 아찔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사고는 불가항력으로 발생한다.
진짜 분제는 사고 원인 대부분이 '기본 무시'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극이 되풀이돼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내년에는 적어도 기본을 지키지 않아 생떼같은 목숨을 잃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