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뜬다최고가 되면 다시 창조하라
30년전 거리 예술가들이 창조적 도전 직원 73명으로 출발, 이젠 4000명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가장 위험 벼랑 끝 심정으로 항상 조사하고 개발"
"기존에 없던 쇼는 모험이죠, 하지만 상상도 못했던 걸 보여주는게 우리의 業"
천하무적은 없다… 매년 레퍼토리 교체… 동물 대신 공연 접목한 아트 서커스
'존속 혁신' 아닌 '파괴 혁신'을 선택 전직 운동선수들 뽑아 배우로 육성
사양 산업 서커스를 새로운 각도로 보다… 애들은 가라‐ 高價정책으로 成人노려
장소·좌석도 편하게 볼 수 있게 바꾸고 입장료는 75~180달러까지 상향 조정
지난달 17일 저녁 캐나다 토론토 도심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외곽 공터엔 칠흑 같은 어둠과 쌀쌀한 날씨에도 인근 차도가 꽉 막힐 정도로 차량이 모여들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곧장 공터에 차린 지붕이 노란 대형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최신 순회 공연 '큐리어스(kurios)'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1000석 남짓한 객석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객도 가끔 눈에 띄었지만, 90%가 성인이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공연은 한마디로 '시각의 호사(豪奢)'였다. 무대는 19세기. 상상력이 풍부한 천재 과학자가 자신의 머릿속 갖가지 환상을 기술을 통해 현실로 불러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기묘한 인물들은 공중에서 자전거나 그네를 타면서 하나씩 현실 무대로 소환된다. 네 명이 형광색 의상을 입고 해초가 물결에 따라 너울거리는 모습을 표현할 때는 곡예라는 말보다 행위 예술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등장인물 설정에 따라 때로는 애잔하고 몽환적인, 때로는 경쾌한 음악이 흘렀고, 등장인물들이 일제히 가방이나 책상을 두들기며 '난타'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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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서커스 최신작 ‘큐리어스’ 에서 네 명의 곡예사가 거대한 손 모양의 조형물 위에서 깊은 바다에서 흔들거리는 바다 생물을 유연한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주제와 콘셉트를 선보이는 태양의 서커스는 ‘큐리어스’ 에선 과학 기술과 환상을 조화시키며 또 다른 도전을 시도했다./태양의 서커스 제공
가로 4.6m, 세로 2.1m에 무게 340㎏짜리 기중기, 높이 3.5m짜리 철제 의자를 포함한 무대 장치는 무대 디자이너 스테판 로이가 "쥘 베른의 공상 과학소설과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이 결합한 무대"라고 표현한 그대로였다. 서커스도, 뮤지컬도, 무용도 아닌 이 기묘한 공연은 그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라고밖에 달리 묘사할 방법이 없다. 태양의 서커스는 국내에서도 네 차례 공연해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김위찬 교수가 2004년 낸 책 '블루 오션(Blue Ocean) 전략'에 대표 사례로 소개한 뒤 경영계에선 혁신의 동의어로 받아들여졌다.
공연을 본 며칠 뒤 토론토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인 몬트리올에 있는 태양의 서커스 본사에서 대니얼 라마르(Lamarre) CEO를 만났다. 그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윌리 웡카처럼 자그마한 체구에 진홍색 비로드 재킷을 입고 있었다. 태양의 서커스의 여러 창립 멤버처럼 공연 예술가를 연상시키는 차림새지만, 사실 그는 언론인 출신이다.
그는 물론 블루 오션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블루 오션이란 말은 서울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몇 년 전 서울의 어느 포럼에 참석했는데, 그때 한국의 많은 기자와 참석자들이 블루 오션 전략에 대해서 묻더군요. 저는 한국에서 블루 오션이라는 말이 그렇게 유행하는 줄 정말 몰랐어요. 물론 태양의 서커스가 블루 오션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혀서 매우 기뻤습니다. 비록 태양의 서커스가 그런 학문적 배경이나 미학적 관점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에서 시작됐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는 태양의 서커스 출발 당시를 이렇게 묘사했다.
"처음 태양의 서커스를 만든 사람들은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하던 거리 예술가들이었어요. 당시 전통적 서커스는 사양산업이었고, 태양의 서커스라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완전히 창조적인 새로운 도전 기회였습니다.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한번 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어요."
1984년 첫 공연을 했으니 태양의 서커스는 어느덧 서른 살이 된 셈이다. 직원 73명이 4000명으로 늘고, 매출은 1조원(2013년 9억1000만달러)에 이르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라마르 사장은 "지금 우리는 다시 30년 전과 같은 시험대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발명한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다시금 발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그동안 레퍼토리 18개를 개발했고, 아트 서커스를 표방한 경쟁 공연도 여럿 생겨났다. 이번 달 국내에서 공연하는 '카발리아(Cavalia)'도 그중 하나다. 잘 훈련된 말 49마리와 아티스트 33명이 함께 등장해 말과 인간의 교감을 표현하는 이 공연은 태양의 서커스 예술 감독 출신 노만 라투렐이 나와 만들었다. 시르크 엘르와즈(Cirque Eloize)와 세븐 핑거스(7 Fingers)도 아트 서커스로 유명하다. 이처럼 블루 오션이 레드 오션으로 바뀌려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려 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조사와 개발'입니다. 이 업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complacency)이거든요. 왕좌에 앉아서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자만한다면 안 됩니다.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합니다. 관객을 계속해서 놀라게 하려면 우리는 항상 벼랑 끝에 서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물 150만갤런(약 500만L)을 들인 수상 서커스 '오(O)', 마이클 잭슨 뮤직 비디오 영상을 배경으로 곡예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춤과 율동을 위주로 꾸민 '원(One)',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이 부른 파국을 표현하기 위해 마술 쇼처럼 무대 위 거대한 기둥을 합쳤다 흩뜨리며 절벽과 평지를 만들어 내는 '카(KA)'가 모두 그런 벼랑 끝에서 만들어졌다고 라마르 사장은 말했다.
라마르 사장과 인터뷰를 통해 태양의 서커스가 자신을 재발명하는 방법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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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서커스‘퀴담’공연 아티스트들이 핸드 밸런싱(손으로 균형 잡기) 장면을 통해 인간의 육체가 빚어낼 수 있는 최상의 조형미를 표현하고 있다.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 이라는 뜻을 지닌 퀴담은 현대 사회의 익명성과 소외된 세상, 그리고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냈다./태양의 서커스 제공
①바꿔라, 그러면서 바꾸지 마라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라는 업(業)을 새로운 각도로 들여다보고 재규정했다. 서커스가 사양 산업으로 치닫던 30년 전, 전통 서커스의 필수 요소로 여겨졌던 동물 쇼를 과감하게 없앴다. 이로써 동물 구매, 조련, 의료 관리, 축사, 운송 등 비중이 컸던 동물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또 서커스에 연극적인 스토리 라인을 도입하고, 음악· 무용·발레 같은 다른 공연의 장점을 접목해 ‘아트 서커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주요 고객층은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설정하고, 공연 장소와 좌석은 안락하게 만들었다. 고가 정책을 펴 입장료는 75~180달러로 높였다.
라마르 사장은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태양의 서커스를 어떻게 정의할까? 그는 “‘관객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보여주기 위해 태양의 서커스는 1년에 한 편꼴로 새 레퍼토리를 내놓는다. 그러려면 늘 동시에 3개의 레퍼토리를 작업하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쇼를 완전히 성숙시키기 위해선 2~3년의 작업 과정이 걸리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에도 2008년 금융 위기는 시련이었다. “워낙에 파급력이 컸으니까요. 그런데 쇼 비즈니스에선 바로 그 시점에 새로운 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새 공연을 얼마나 자주 내놓는 게 이상적인 리듬인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원래 1년 반에 한 번 새 공연을 내놓던 걸 1년에 한 번꼴로 바꿨다.
신우석 올리버와이만 코리아 상무는 “만일 태양의 서커스가 초기 작품의 성공에 심취해 2편, 3편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레퍼토리를 늘려 갔더라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대로 ‘존속적 혁신’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들이 만드는 서커스의 새로운 이정표를 스스로 깨뜨려 가는 ‘파괴적 혁신’을 택했던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라마르 사장은 지금 태양의 서커스가 ‘모든 장르가 통합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는 기존의 서커스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중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태양의 서커스를 있게 했고, 태양의 서커스에 기반이 됐던 ‘아트 서커스’라는 카테고리를 더 넓은 예술적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중입니다.”
늘 새로운 실험을 한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느꼈을 법하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먼저 당신이 이해해야 하는 것은 기 랄리베르테를 비롯한 설립자들은 거리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거예요(기 랄리베르테는 현재 경영에선 손을 떼고 자문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성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것은 항상 우리 DNA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존에 없던 쇼는 대단히 큰 위험 부담을 안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위험 요소를 즐깁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일부분이니까요. 그런 것이야말로 바로 우리다운 것입니다(That’s who we are).” 라마르 사장의 방에 들어가는 입구 벽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감각을 고취하며, 감성을 고양시킨다.’
②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하라: 통합과 변형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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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연습실에는 매트와 스티로폼이 겹겹이 깔려 있었다. 천장엔 공중그네를 매단 줄이 달려 있고, 옆에는 평행봉과 매트가 설치돼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체육복을 입은 곡예사들이 훈련에 한창이었다.
대개 운동선수 출신인 곡예사들의 훈련에는 항상 두 명의 코치가 따라붙는다. 한 명은 곡예 훈련 코치, 다른 한 명은 예술적 표현을 도와주는 예술 코치다. 이는 태양의 서커스의 가치 창출 원천을 잘 보여준다. 곡예와 예술의 연결이다.
결말을 뻔히 아는 서커스를 여러 번 보러 가는 관객은 없다. 반면 태양의 서커스 공연 중 하나를 본 관객은 다른 공연이 나오면 다시 그 공연을 찾아간다. 공연에서 뭔가 감정의 전달과 울림을 경험하고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라마르 사장은 “기술은 인간을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공연을 더 강렬하게 하고 더 고양하기 위해서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는 “태양의 서커스의 성공 비결은 겉보기엔 전혀 상관없는 요소들을 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능력(random combination)과 곡예사들의 기량에 예술적 가치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로 승화시키는 능력(integration&transformation)에 있다”고 말했다.
태양의 서커스가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에 대해 라마르 사장은 답했다. “가장 중요한 건 별 다섯 개짜리 기술자들입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극한의 묘기가 가능한 사람들이냐 하는 것입니다.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해 인재를 뽑고 훈련합니다. 단순한 곡예사가 아니라 배우로, 아티스트로 훈련하는 거죠. 단순히 곡예로 끝나지 않고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태양의 서커스에는 전직 운동선수가 많이 들어옵니다. 우리는 그들을 운동선수에서 배우로 탈바꿈시키려고 훈련합니다.”
③새로운 아이디어에 늘 열려 있으라태양의 서커스가 2002년 기획한 ‘바레카이(Varekai·집시어로 ‘어디서나’라는 뜻)’는 날개를 단 청년이 숲 속에 떨어져 애벌레 모양을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카’ 쇼는 동양적 무대를 배경으로 중국 무술과 곤봉 돌리기가 등장한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라마르 사장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얼마 전 우리는 유튜브에서 스위스의 어느 대학교수가 드론(무인 항공기)을 이용해 공중에 불꽃놀이처럼 조명을 쏘는 모습을 봤고, 그것을 쇼에 활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엔 삼성전자에서 와서 자신들이 개발한 매우 혁신적인 ‘기어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쇼에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우리는 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바로 거기에 뛰어듭니다.”
태양의 서커스는 북미 지역 12개 대학과 산학 교류를 맺어 학생들로부터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받고 있다. 본사 복도엔 학생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곳곳에 전시돼 있었다. 그중 하나가 ‘매직 가발’이다. 빗으로 머리카락을 빗으면 으스스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학생이나 관객의 아이디어가 실제 쇼에 반영된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요?
“큐리어스에도 그런 장면이 나와요.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곡예사가 무대 바닥을 향해 거꾸로 의자와 테이블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거꾸로 된 세상’ 장면 말입니다. 그건 몇 년 전부터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신기술입니다. 외부 엔지니어들과 함께 협력해서 실현한 거죠. 늘 새로운 보물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아바타 쇼는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를 제작하고 있을 때 라마르 사장을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작업 과정을 보여줬다. 라마르 사장은 그 자리에서 “우와, 이건 정말 멋있는데, 나중에 이걸 함께 라이브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라고 제안했고, 캐머런 감독도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그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 나온 것이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 아이디어가 제게서 나온 것이든, 정문을 지키는 보안 요원에게서 나온 것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출처에 관계없이 똑같이 중요하고, 조직 전체에 걸쳐 그 아이디어가 퍼져야 합니다.”
④다양한 인재를 모으라태양의 서커스의 곡예사는 1300명에 이르는데, 국적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헝가리, 미국, 한국 등 50개를 넘는다.
“이 건물 안에는 전 세계에서 온 인재들이 모여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여기가 ‘유엔’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의 서커스가 인재를 발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스카우트. 스태프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공연 전문가,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서커스 예술 학교’를 찾아가고, 세계 각국의 드라마 스쿨이나 아트 스쿨을 찾아간다.
둘째 자원하는 사람들 중 적임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 지명도가 커지면서 이제는 많은 이가 들어오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장기를 비디오로 찍어 보낸다. “현재 태양의 서커스 데이터뱅크엔 5만명이 보낸 영상 자료가 보관돼 있어요.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려 할 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수많은 영상 자료를 보여주면서 인재를 고르게 합니다.”
태양의 서커스 첫 한국인 단원 홍연진씨도 이렇게 뽑혔다. 네 살 때부터 수영을 하고, 열 살 때부터 수중발레를 했던 그녀는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비디오를 태양의 서커스에 보내 8개월 뒤에 합격 통지를 받았다.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어떤 혜택을 제공하나요?
“늘 이렇게 말합니다. ‘업계 최고 조건을 제공해 주겠다’고요.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고자 한다면 최상의 조건을 제공해줘야 해요. 그렇게 해서 그들이 남아 더 나은 공연을 합니다.”
⑤‘똘끼’를 장려하라태양의 서커스 본사의 공식 명칭은 국제 본부(International Headquarters)이지만, 라마르 사장을 비롯한 사원들은 이곳을 ‘크리에이티브 센터’라고 부른다.
“이곳에선 일반적인 회사 ‘본부’에서 하는 일을 하지 않아요.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냅니다. 모든 일은 창의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의적이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뭘까. 라마르 사장은 “창의적으로 되기 위해선 약간의 똘끼(craziness)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에 따분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라면 그가 만든 쇼 역시 그럴 거예요. 그래서 약간 비정상적인 미치광이 같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 빌딩 안에는 실제 광대가 돌아다녀요. 그는 광대처럼 멍청한 행동을 해서 직원들을 웃깁니다. 임원들이 진지한 토론을 할 때 광대가 문을 열고 들어와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하면서 회의를 방해합니다. 그런 똘끼를 항상 유지해야 해요. 사람들이 늘 깨어 있게 하기 위해서요. 그럴 때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믿습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