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편 - [노란우산☆ 1 번째 단편.] ******************************************* 외눈박이 사랑 .. 〃 떨리는 당신의 어깨.. 투명한 액체를 담아내고 있는 당신의 눈동자 ... 가녀린 당신의 손가락 ... 난... 난 왜.. 그 모든 것을.. 외면하려만 했던 것일까요 .. 조금더.. 당신의 사랑을 일찍 보았더라면 .... 그랬더라면 ... 〃 외눈박이 사랑 ... ******************************************* "야..너 정말 안 들어가봐도 괜찮은 거야 ?" 교복을 입었음에도 입에 담배 한가치를 문 여자아이가 공원 벤츠에 앉아 치마를 입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가영에게 걱정스러운 듯이물었다. "어. 괜찮아 .." 퉁명스러운 듯,. 귀찮다는 듯한 가영의 대답에 담배를 문 소녀의 얼굴에 주름이 잡혔다. 새벽의 한기를 고스란 히 맞으며 앉은 둘의 모습은 영락없는 가출 청소년의 모습이었고, 집을 나온지 꽤나 되보이는 듯이 교복 이곳 저곳에 더러운 이물질 들이 묻어져 있었다. "나 이제 돈도 떨어졌단 말이야 .." 발을 동동구르며 담배를 문 아이가 칭얼대듯 중얼거렸지만, 신경쓰지 않는 듯 공허히 빈 눈동자로 한 곳을 주시하는 가영 이었다. "그럼 너 먼저 들어가던가 .." 이것 저것 잔 생각들로 가득 메워진 가영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어 갔다. 누군가 엉켜버린 그것들을 풀어주길 원했지만, 더 이상 바라지 않는 다는 듯이 갑작스레 가영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어? 가려구 ?" "아니. 역전에 가보려고 ." "또 ..?" 질렸다는 듯한 친구의 표정에 가영은 보폭이 큰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난 그냥 집에 간다 ?" "어.. 맘대로 해.. 나중에 연락하자 ." 입술을 삐죽히 내민 채 말을 잇는 아이였고, 그런 자신을 가영이 잡아주길 바랬지만, 애초에 필요없었던 사람인 듯이 대하는 듯한 가영의 태도에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거칠게 바닥으로 내던지며, 뒤돌아 가버리는 아이였다. ******************************************************** 어느덧.. 내뱉는 한숨 한숨마다 하얀 입김이 베어나오는 겨울이다. 시리도록 차가운 한기에 몸을 움츠린 사람들 마다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숙인 채 앞만보고 걸어간다. 역전앞에 도착했을 때쯤.. 우두커니 입구에 서서는 줄지어 늘어진 계단을 내려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나는.. 이 곳에.. 누군가를 보러 온것이었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이전에 덜컥 겁이 앞섰다. 집을 나온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내 옷차림은 곧 전쟁터에라도 뛰어들 만큼 추위에 대해 완벽한 무장상태로 둘러쌓여있었다. '오늘도 .. 나와 있을 까 ? ' 설마설마 하는 내 마음은 이내 두근거리며 뛰기 시작했고, 그는 설레임이 아닌 걱정스러움 이었다. 어쩌면.. 내가 보러갈 그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출근시간 때라 그런지.. 바쁜 사람들의 걸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타 악 - ' "아..미안합니다 미안해요 .. " 누군가와 부딛혔다. 두껍게 껴입은 외투로 인해 둔해진 내 몸때문에 자연스레 반쯤 앞으로 기울어진.. 그런 내 몸을 일으켜 나와 부딛힌 장본인을 바라보기도 전에 남자의 목소리였지만, 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음에 나는 급히 앞을 바라봤다. 어느새.. 저 만치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한 남자가 내 눈동자에 담겨졌고, 다른 사람들처럼 두껍게 껴입은 외투 대신에.. 그 남자는 허름하고 얇아보이는 작업복 하나만을 입은 채 바삐 뛰어 내려가는 듯 보여졌다. 히끗히끗보이는 흰 머리.. 내겐 익숙한 뒷모습이었고, 나는 곧바로 그를 따라내려갔다. 그는 매표소를 지나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여러 편의시설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그대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고개를 내밀고는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이 시간에 교복을 입고는 학교갈 생각도 하지 않는 나를 이상히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쯤.. 그가 고개를 돌려 내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난 급히 옆의 기둥으로 몸을 숨겼고, 마침 내 곁을 지나가던 한 꼬마아이를 불러 세웠다. "저기.. 꼬마야 ?" "나요 ?" "그래 .. 누나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 "낯선사람 말은 듣지 말라고 했는데 .. 이쁜 누나니까 들어줄께요 .. 뭔데요 ?" "저기.. 저 아저씨 보이지? 그 아저씨께 가서.. 거기서 뭐하는 거냐고 물어봐줄래 ?" 부드럽게 웃어보이며 내가 지금까지 바라보던 그 곳을 가르켰다. 그리곤 그 아이도 작업복의 남자를 보았는지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는 쪼르르 걸어간다. 왠지모르게.. 그 아이가 가지고올 말에.. 내 두손이 긴장한 듯이 차가워졌다. "누나 누나 ? " 왜 그 곳에 서있는 걸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 그 누군가가.. 대체 누구일까 .. 머릿속이 복잡히 얽히어옴을 느낄 때. 언제 왔는지 모를 꼬마아이의 목소리에 다시금 그 아이를 바라봤다. "누나 저 아저씨 귀가 잘 안들리나봐.. 내가 하는 말 잘 못들어 " "....... 그래서 뭐래 ?" 내게 누군가의 험담을 하려는 듯한 표정의 아이에게 난 내가 듣고 싶었고, 궁금했던 것을 물었고, 그 아이는 이내 꽤나 힘들게 알아냈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대 ." "기다리는 ... 사람 ?" "응.. 집나간 딸을 기다리고 있대... " 지나가던 참새가 내 가슴안에 커다란 돌덩이를 쿵 하고 떨어뜨린 기분. 가슴이 아프다기보다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분명.. 이 기둥을 돌아 서면 보이는 사람.. 집을 나갔지만, 매일 이 곳에서 내가 봐왔던 사람.. 분명 아버지였다. 허름한 작업복은 분명 밤새 공사장일을 도우시고는 한 걸음에 냅다 달려오셨으리라 생각되었고, 왜 일까 ..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기분에 가슴 한구석이 뭉클 해졌다. 어쩌면.. 난 내게 관심가져줄 누군가를 찾기위해 가출했을지도 모른다. 나를 부딛히고 곧바로 사과하고 지나간 것은.. 분명 내가 뭐라고 욕을 해도 잘 들을 수 없는 자신의 두 귀때문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대놓고 욕을 해도.. 내가 무언갈 요구해도.. 아버진 잘 들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또한.. 그럴때 마다 내게 돈을 쥐어주시는 아버지의 모습때문이 아닐까.. 원망도 많이 했다. 변변한 가재도구 하나 없는 집구석이 싫어서.. 아마 그것도 내 가출이유가 될 수 있는 지도 모른다. 겨울이 되면 한기가 스며들어 이불을 몇겹씩 껴 덮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이쑤였고, 여름이 되면 찜통같은 방안이 싫어서 이리저리 친구집에 신세를 지며 1년간 내가 집에서 생활한 시간은.. 채 반년도 되지 않는다. 내 대답을 기다리던 꼬마아이가 답변을 듣기를 포기한 양 멀어져 갔다. 그 아이의 뒷모습을 함참이나 바라보고있다가.. 나는 기둥을 돌아 아버지가 보일 만한 곳으로 걸어나갔다. 반쯤 굽은 허리로 연신 이리저리 안절부절하는 아버지는.. 나를 쉽게 찾지 못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비틀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내게 다가온다 . "가.. 가영아 .." 가쁜 숨을 내쉬며 내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의 시선은.. 언제나 처럼 나의 입술에 가있었다. 딸이 하는 말을.. 하나도 흘리지 않고 주워 담으려 .. 언제나 그래왔다. 이젠 곧잘 남들의 입을 보고도 그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아듣는 아버지였지만, 난 항상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나 기다린거야 ?" "가영아.. 내딸 가영아 .. " 마음과 달리 퉁명스레 튀어나간 내 말을 주워담기도 전에 아버지의 눈에 알수 없는 액체들이 고여져 간다. 내 손을 꽉 부여잡은 아버지의 손이 차갑다. 그 만큼 추운 이곳에서 변변치도 않은 옷가지 만을 걸친 채 몇날 몇일을 나를 기다렸고, 아버지는 이내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만원짜리 지폐 세장을 꺼내 내 손에 쥐어준다. "나 돈필요해서 아빠한테 온거 아니야 " "미안해.. 아빠가 요즘 일을 많이 못해서.. 돈을 별로 못 받았어 .." 쉰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 내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난 다시금 아버지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 넣어주었고, 그런 내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의 아버지가 고개를 숙였다. 대체 뭐가 미안한건지.. 나는 모른다. 미안해야 할 건.. 내가 아닌가.. 어쩔 때 보면.. 꼭 내가 아버지의 돈을 뜯어내는 깡패가 되는 기분이다. "밥.. 밥 먹었어 ?" "응 ." "밥..먹으러 가자 .. 가자 가영아 .. " "나 ..밥 먹었다니까 ?" "그래도 .. 그래도 밥먹자 가영아 .." 뭔가 잘못을 저지른 어린 아이가 자신의 엄마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듯이 아버지는 내 손목을 꽉 잡고는 나를 이끈다. 마치.. 다시는 도망치지못하도록 자신의 곁에 두겠다는 듯이 아버지의 손에 힘이 들어가 나의 손목을 꽉 조일 수록.. 내 마음이 꽉 조여든다.. 나와 아버지의 앞에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설렁탕과 공기밥이 놓여졌다. 사실 밥을 먹지 않았던 나 이기에.. 나는 단번에 공기밥을 탕에 말아 먹기시작했고, 내가 먹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아버지가 내게 물어왔다. "맛있어 ?" "응 .. 아빤 왜 안먹어 ?" "더줘 ? " "....." 또..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내게 숟가락 댄 흔적도 보이질 않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공기밥을 내밀었다. 그 공기밥을 바라보던 내 머릿속에 문뜩 어렷을 적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날아라슈퍼보드에 나오는 손오공의 친구.. 사오정처럼이나 아버지는 내 말을 알아들으시질 못했다. 그래서 난 늘.. 사오정보다도 못한 아빠라며.. 놀려대기 일쑤였지만, 그럴 때 마다 아버지는 웃을 뿐 내게 뭐라 한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손가락질하며.. 놀릴 적에도 .. 또 언젠가는 티비를 보고 있던 내게 아버지가 부탁이 있다며 심부름을 시켰었다. 물론 다 듣고 있었던 나 였지만, 난 아버지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부르기 전까지도.. 못 들은 척 하고는 시치미떼고 앉아 있었다. '가영아 가영아 .. ' 내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는 나를 부르는 아버지께.. 난 티비를 가려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몇걸음 물러선 아버지가 다시금 내게 심부름을 시켰다. 그때.. 난 또 아버지의 가슴에 비수를 꽃아버렸다. '아빤 내 말 듣지도 못하잖아 ! 근데 왜 내가 아빠 말을 들어야해 ?' 더 이상..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아버지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물론 다시금 아버지가 집에 들어섰을 땐.. 두 손 가득히 과자가 들려져 있었고, 그 것들은 모두 나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곤 난 뒤늦게야 아버지가 내게 시켰던 심부름을 떠올렸다.. '가영아.. 아빠 돈 벌었는데 .. 우리 가영이 통닭 시켜줄까 .. ?'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아버지가 자신의 공기밥의 밥들을 내 설렁탕 그릇속에 모두 넣어 버리고는 나를 향해 웃어보인다. "뭐..하는거야 지금 ?" "가영아.. 많이 먹어 많이 .. " 나를 향해 웃어보이고는 국물만을 홀짝이는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금 공기밥을 하나 더 시켜 아버지의 설렁탕 그릇에 모두 말아버렸다. 멀뚱히 나를 바라보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내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그를 바라보던 난 입을 열었다. "아빠.. 나 찾으러 다니는 동안에 밥도 안먹었잖아.. 아빠가 더 많이 먹어..더..많이.." 역시나.. 나를 향해 웃어보이는 아버지였고, 나는 그를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인 채 설렁탕 그릇을 비워나가고 있었다. "가영아,.. " ".....?" "아빠.. 돼지 저금통에 돈 많이 모았어 .." "돼지 저금통은 무슨.. 어린얘도 아니고 .." 퉁명스레 별로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이 다시금 수저를 든 나였지만, 어느새 나의 눈엔 눈물이 맺혀져 갔다. 그 눈물을 참으려 이를 악물고는 수저를 들어올리려 할때.. 몇달전.. 빨간 돼지 저금통을 옆구리에 꿰어 찬 채 집에 들어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아버진 그 돼지에게 열심히 돈을 넣어 모았지만, 그 돈들은 어느순간 나의 유흥비가 되어버렸고, 돼지의 배엔 칼에의해 찢겨진 커다란 상처가 안겨져 있었다. 그를 본 아버진.. 내게 한마디도 꾸짖음을 하지 않으셨다. 갈색의 두꺼운 테잎으로 돼지의 배를 다시금 이어 붙이고는 또다시 돼지에게 돈을 넣기 시작했다. 왜 그토록 돼지저금통에 집작하는지.. 이유를 몰랐던 나 였지만, 아버지의 한마디에 내 눈속에 맺혀있던 눈물방울들은 내 볼을 타고 설렁탕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빠.. 돼지 저금통에 돈 많이 모았어 .. 가영이 생일날에 난로 사줄께.. 그럼 따뜻할거야 .. " "누가.. 난로 사달랬어 ?" "난로 사면.. 따뜻해.. 그러니까.. 가영아.. 아빠랑 집에서 같이 살자 ..." 한방울..두 방울.. 흐르는 내 눈물들이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어 내 얼굴을 뒤덮었다. 내 자신에 대한 증오심...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말로는 더이상 표현조차 어려운 내 마음속의 잔상들이 나를 스쳐 지나가 내게 따끔한 상처를 안겨줬지만, 그 상처조차 그동안 나로 인해 아버지가 가슴아파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 쓰라림을 참아낼 수 없었다. 그로부터 몇일 후 .. 우연히 열어본 아버지의 옷장속엔 변변한 옷가지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낡은 작업복들과.. 추리닝.. 여기저기 어설픈 바느질 자국이 보이는 내복들 뿐이었다. 딸에게 바느질 해달라는 말을 하는 것조차.. 내가 어려웠던 것일까 .. 돈을 벌면 모두 내게 쥐어주기만 하고는 .. 왜 자신의 옷은 한벌도 사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추운 겨울날에도 제대로 된 외투하나 입지 않은 채 나의 옷차림새에만 신경쓰는 아버지가 갑작스레 미워졌다. 그리곤 다시금 열어본 나의 옷장엔.. 여기저기 가득 메울 정도로 유행에 따르는 옷가지들이 널리다 못해 구겨져 넣어 있었고, 가슴 한구석이 미어지는 느낌에 어느새 나의 눈속엔 다시금 눈물이 고여져 있었다. 그리곤 아버지의 방 서랍장에서 이것 저것을 뒤지던 내게 쓴지 오래되어 보이는.. 주인을 잃은 편지 하나가 보여졌다. 종이 특유의 쾌쾌한 냄새가 나의 코끝으로 전해져 왔지만, 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채 종이를 펴보였다. 들쑥날쑥.. 분명 아버지의 글체 였고, 받는 이는.. 하늘에 계실 나의 어머니 였다. 얼굴 한가득 눈물이 자리잡고, 언제 쓴지 모를 아버지의 편지는 내 눈물로 인해 펜의 잉크가 번져.. 더 이상 읽어내릴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급히 내 방에 모아둔 돈을 꺼내 시내의 옷가게로 달려갔다. 눈이 퉁퉁부운 나를 보고는 다소 놀라는 점원이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은 채 제일 비싸고 든든해 보이는 외투를 집어들고는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 시내버시를 타고 달렸다. 아버지가 일하실 공사장으로 ..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내내.. 투박한 쇠의 마찰음이 귓가에 전해졌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한 손에 들려있는 외투를 바라보며 내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번져있었다. 도착했을 쯤.. 이마에 구슬진 땀을 닦아내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졌다. 어느새 작아진 어깨.. 키... 초라한 뒷모습 ... 무엇보다 내 가슴을 아프게 만든 것은 ... 이것 저것 껴입고 따뜻하게 일하는 다른 아저씨들과는 달리 ., 오늘도 여전히 얇은 작업복만을 걸친 채 가쁨 숨을 헐떡이시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어.. 가영아 ! " 땀을 닦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아버지가 나를 발견하고는 내게 걸어온다. 방금전의 힘들듯 보여진 표정은 사라진 채 나에대한 반가움에 미소짓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뭔가 내 가슴속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이 전해져 왔다. "가영아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 " "아빠 보려고 .." "그래 마침 잘왔다.. 아빠 오늘 돈 받았어 .. " 역시나.. 오늘도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진 만원짜리 몇장을 꺼내보이는 아버지였다. 난.. 그런 그의 손을 다시금 주머니에 넣어드리고는 .. 의아스럽게 바라보는 아버지를 앞에 둔 채 내가 들고온 쇼핑백을 열어보였다. "옷샀어 ? .. 예쁘네 가영이 어울리겠다 .."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아니 입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이를 악 문채 눈물을 참으려 애썼고, 나는 외투를 들어올려 아버지의 어깨에 걸쳐드렸다. "이거 .. 아빠꺼야 ."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던 것일까 .. 아빠가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의 입술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에게 나는 말 대신에 나의 두 팔로 아버지를 꽈악 껴안았다. 어느새.. 내 품안에 모두 들어올 정도로 외소해진 아버지의 모습에 내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고, 나는 아버지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아주.. 잘 들을 수 있도록 .. 딸의 입술만을 목이 빠져라 바라보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빠 ... 사랑해요 ... 그리고 .. 너무 미안해요 ..." . . . . . . [ 가영이 엄마 에게 .. ] 가영이 엄마.. 우리 가영이가 참 많이 컸어.. 이젠 꼬마숙녀가 아니라.. 진짜로 숙녀가 되었단 말이야 .. 그래서 이만저만 걱정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야 .. 가영이가 엄마 없다고..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할까봐.. 가영이를 학교에 보내고도 항상 가슴이 아파와.. 요즘... 아이들은 겉모습을 중요시 한다기에.. 일터에서 버는 돈으로 가영이 옷 많이 사줄려고 해.. 가영이 엄마.. 겨울이라 그런지.. 이사갈 돈은 없는데.. 이 집구석에 바람이 새어 들어와 가영이가 감기걸리 까봐서 걱정되 죽겠어.. 가영 엄마가 와서 이 바람 다 막아주면 좋겠는데 .. 매일 이불 많이 덮고 자는 가영이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져 잠을 이룰 수가 없어.. 그래서.. 오늘 부터 저금통에 돈을 모아 우리 가영이 난로 사줄려고.. 안그래도 밖으로 새는 아이인데.. 집이 춥다고 더 안들어 오는 것 같아서.. 난로 사주면.. 가영이 집 안나가고 매일 나랑 같이 있을 거 아냐.. 그리고 요 근래에.. 몇일 동안이나 가영이 학교가는 뒷길을 밟았거든.. 매일 타고 가는 전철역이 있는데 ... 난 죽어서도 그 전철역에서 가영이 기다릴거야 .. 가영엄마도 거기서 나랑 같이 가영이 지켜보자고 .. 우리 가영이 시집가서 애기 낳고 사는 것 까지 지켜봐야 하는데 .. 요즘 몸이 너무 안좋아 졌어.. 가영 엄마.. 나랑 우리 가영이.. 아니 가영이 만이라도 지켜줘.. 사랑하는 가영이 엄마.. 사랑하는 내 딸 가영이 ...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 내가 몇일 동안이나 이 말을 연습했는데 말이야.. 통 입에서 떨어지질 않아.. 사랑한다고 가영이한테 말해주고 싶은데 말이지 .. 그럼 이만쓸게 가영엄마.. 날씨가 추워졌어.. 가영이 방에 들어가서 저 녀석 또 이불 차고 자는거 아닌지.. 이불 덮어주고 나도 이만 자야겠어.... ********************************************* 사랑한다 .. 사랑한다... 조건 없이 너를 사랑했고 .. 조건 없이 너를 바라봤다 ... 내 딸아 .. 늦은 밤 들어올 너의 발걸음 소리에 .. 나는 수십번을 현관문으로 귀를 기울인다 ... 내 딸아 .. 사랑하는 내 딸아 ... 이 아비가 .. 너의 뒤에 있을 테니.. 너는 아무 걱정 치 말고.. 그렇게 밝게만 웃어다오 ... 신이시여 .. 내 딸에게 아플 상처와 고통들 모두 .. 제게 주소서 .. 아버지란 이름으로 .. 내가 아파하고 ... 내가 눈물 지을 것이니 ... 제게 모두 주소서 ... ********************************************* - 안녕하세요 노란우산☆ 입니다 .. 갑작스레 쓰고싶은 내용이 떠올랐는데 .. 어땠을 진 모르겠어요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구요 .. 내 아버지께.. 한번쯤 ..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 휴대폰의 문자메세지 라도.. 그 작은 것 하나에.. 내 아버지의 쳐진 어깨에.. 힘이 들어간답니다 .........................................^^
첫댓글 너무 슬퍼요~저 이거 보고 울었어요~
너무 슬퍼요 ㅜ_ㅜ 이거보구 울었어여
진짜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심하게 울었어요... 제가 평소에 아버지한테 반항을 많이 했거든요.... 조;송하다고 하고싶은데 그게 안되요.... 어쨌든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슬퍼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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