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은 친구같은 딸이라도 있지요
나는 그리 될 딸도 없고 아들만 둘.
샘은 키라도 크지요, 난 덩치도 작고 키도 작아
나중에 아들 둘이 왕 달려 들면 큰소리로 말이나 하겠어요.
불도 켜지 않은채 내 혼자 방에서 훌쩍훌쩍 우는게 고작이겠죠.
샘이 가끔 하는 이야기 들으면서
준엽이는 그래도 멋있게 큰다 하고 부러워해요.
비가 그쳤으니 샘 마음도 괜찮죠
--------------------- [원본 메세지] ---------------------
어제 아들 녀석과 싸웠습니다.
아들 녀석은 아침 먹고 숟가락 내려놓자 마자
텔레비전을 켜고 베개랑 쿠션을 다리에 머리에 끼고
들누워 보고 있습니다.
마루에 널린 거 정리 좀 해라 했더니
짜증을 내고 씨씨거리고 소리를 꽥꽥 지릅니다.
즈글들이 좋아하는 컴퓨터 방은 가관입니다.
화장실 갈 때면 들고 간 책들이 차례로 쌓여 있습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아들녀석 만화책들을 집어 던졌습니다.
이 녀석이 지가 뭘 잘 했다고 또박또박 댓거리를 하면서 씨씨거립니다.
"치우면 된다아이가? 그래 잘났다 우짤래?" 이 말에 요녀석이 싶어
아들녀석을 잡으러 아들 방에 갔지요.
내가 집어던진 책들을 책꽂이에 꽂고 있대요.
"뭐라고? 니 금방 뭐라 했노? 이놈 새끼가 니가 잘 못했으면 인정하면 되지, 소리는 와 지르노?"하고 막 패려는데 이 녀석이 들고 있던 책을 도로 집어 던집니다.
"이 놈이, 어디서 이런 못된 짓을 하노?"
"그래, 내 못됐다. 왜 때리는데?"
"뭐 어째?"
나는 손이 되는대로 아들 녀석을 팼는데 이 녀석은 요리저리 피합니다. 그러더니 그 큰 몸댕이로 나를 밀어부치는 거예요. 이게 어디서 싶어 막 되는대로 휘두르니까 내 두 팔을 팍 잡고는 나를 또 밀어부칩니다. 여차하면 이 녀석한테 맞겠더라고요.
"그래, 차라리 엄마를 패라."
"패라면 못 팰 줄 아나?"
"뭐어? 그래 니 한테는 엄마도 아빠도 없네. 마 엄마를 직이라. 이 나쁜 놈아."
아, 아들이고 딸이고 다 싫데요. 저 놈 자식이 지 잘못은 하나도 모르고
에미를 팰려고 대듭니다.
"그래, 이제는 니가 뭘 하든 간섭 안 한다. 니 맘대로 살아라. 나도 니같은 아들은 보고 싶지 않다."
청소를 하는데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래 내가 이놈아, 니가 고기만 먹든, 공부를 안 하든, 컴퓨터를 오래 하든 내 인자 상관 안 한다. 맨날 잔소리 한다고 난리재? 그래 니 맘대로 살아봐라.
그러고는 지금까지 녀석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녀석요? 지 방에서 (생전 지 방 책상에 앉아 본적이 없습니다.) 일기 밀린 것 한 두장 쓰더니 침대에 누웠대요. 태권도에 갔다오더니 라면 한 그릇 끓여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야구하자고 왔는데도 안 나가고 한 두어시간 보고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나갑디다.
저녁 먹을 때 들어와서는 누나랑 게임 한판하고 씻으러 들어가데요.
저 먹을 반찬이 없어서 달걀하나 구워서 간장넣고 비벼 놓았습니다.
밥상에 와서는 아무말도 없이 먹고 잘 먹었다고<아마 이 말은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일 겁니다. 늘 하던 말이니까.> 설거지통에 그릇을 빠뜨리고 또 텔레비전을 보러 갑니다.
저녁 여덟시 반 부터는 내가 텔레비전 독점권이 있어요. 컴퓨터방에 가서 게임을 하는지 열한시가 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입이 근질근질한 것을 꾹 참았습니다. 이 녀석은 겁이 많으니까 불을 끄면 무서워할 거야. 그러면 컴을 그만 하겠지 싶어 불을 죄다 꺼버렸습니다. 그래도 꿈쩍도 안해요. 열린 문으로 뭘하는지 몰래 보니까 실상사 작은학교 갔다온 이야기를 쓰고 있네요.
좀 있으니 나오더니 베개를 들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합니다. 이 녀석은 아직도 혼자 못 잡니다. 나는 마루에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냉정한 모습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녀석은 내 발 밑에 지가 좋아하는 인형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저도 눕네요. 좀 있으니 코를 골고 잡니다.
밤 기운이 아주 찹니다. 나는 꾹 참았습니다. 그냥 맨 바닥에 자는 아들녀석에게 이불만 덮어주고 내 방으로 와서 잤습니다. 그래 아직은 이불만 덮어도 차지 않을거야 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