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9인의 공동고백(요약본)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이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마가복음서 12:31)
우리는 감리회에 몰아치고 있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라는 광풍이 성서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은 물론, 한국교회의 선교를 어렵게 하고, 한국교회의 미래에 지울 수 없는 어두움을 드리울 것을 우려하며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우리의 신앙을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 성서 해석에 관하여 :
교회는 성서가 허용하는 일부다처제나 시형제 결혼법(신25:5-10)은 금하고, 금지하는 피임(창38:9), 이혼, 재혼(딤전3:2, 12, 딛 1:6)은 허용하는 등 성서를 재해석해 왔습니다. 따라서 성서가 언급하는 동성애와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의 뜻이 다르다면 당연히 해당 구절은 재해석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서를 오늘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되, 이를 위해 “유익한 방법”들을 수용한다는 감리회 <신학지침>에도 부합합니다.
● 신학의 다양성에 관하여 :
정통주의 신학은 서구와 백인, ‘토착화 신학’과 ‘민중신학’은 한국, ‘해방신학’은 라틴 아메리카, ‘여성신학’은 여성, ‘흑인신학’은 흑인의 관점을 각각 반영하고 있듯이, 모든 신학은 시대의 사상과 조류, 지역의 전통과 특성, 성(性)과 인종의 관점을 반영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또 감리회는 특정 교리나 신학에 구속되지 않고, 신학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그 속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교회입니다.
● 인간의 죄인 됨에 관하여 :
기독교 신앙은 인간은 모두가 죄인이라는 고백에 기초합니다. 감리회 믿는 원죄교리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죄인이고, 교회는 본질적으로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교회가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취급하고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이 오히려 죄입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복음주의운동인 로잔대회조차 <케이프타운 서약>에서 동성애자들을 희생시키는 “모든 형태의 증오, 언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을 거부한다고 고백합니다.
● 목사의 축복기도에 관하여 :
목사는 누군가를 위해 축복기도를 드리는 존재입니다. 또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점에서 목사는 본질적으로 죄인을 위해 축복기도를 드리는 존재이고, 목사의 축복기도에서 제외될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에 죄가 없는 곳은 없다는 점에서 목사가 축복기도를 드려서는 안 되는 장소도 세상에 없습니다. 따라서 목사가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기도를 드린 것이 죄라는 주장은 가당치 않습니다.
● 성적지향에 관하여 :
정신의학과 심리학, 행동과학과 사회과학계는 동성애가 정상적인 성적지향 중 하나라고 결론지었고, 동성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며, 전환치료는 오히려 해롭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 세계정신의학협회의 공식 입장입니다. 또 정신의학계는 전환치료가 자기혐오, 관계 파탄, 사회성 위축, 성기능장애, 우울증, 약물남용, 자살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동성애를 새롭게 이해하고, 개인의 성적지향을 존중해야 합니다.
● 혐오와 차별에 관하여 :
위기의 감리회, 지금은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사랑하는 일에 진력해야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마치 교회를 지키고, 선교를 확장하는 길인 양 착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혐오와 차별의 광풍은 결국 선교의 길을 가로막고, 교회를 회복할 수 없는 쇠퇴로 이끌 것입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미래를 위해 혐오와 차별을 서슴지 않는 세력을 경계해야 합니다.
●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관하여 :
우리는 감리회가 혐오와 차별을 넘어 환대와 돌봄과 축복의 공동체로 나가야 함을 알리기 위해, 또 성소수자도 축복기도를 받을 권리가 있고, 목사는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기도를 드릴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했습니다. 나아가 성서의 가르침, 공정과 정의, 재판법과 감리회 판례에도 반하는 이동환 목사 재판의 무효를 위해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했습니다.
● 감리회에 전하는 우리의 제안 :
감리회는 차별과 혐오로 상처받는 이웃을 환대하는 교회로 거듭나고, 빈민선교, 산업선교, 농촌선교를 개척해 왔던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예배하고 돌봄 받을 수 있는 특수교회를 허용해야 합니다. 감리회는 축복기도를 이유로 목사는 출교시켰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 이동환 목사의 출교를 철회하고, 모든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는 축복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영광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마십시오”(야고보서 2:1)
2024년 9월 12일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9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