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평이란 '녹색평론'의 줄임말입니다.
녹색평론이란 잡지를 말하는 거지요.
아는 분은 알겠지만, 잡지에 실린 글이나 독자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 내가 가끔 '밝은 눈'방에 올리곤 했는데.. 그리고
'풍경소리'에도 자주 올린 짧은 글귀들..
내가 녹색평론을 받아본 지는 10년 가까이 되어가구요,
녹평 독자모임은 재작년 봄에 처음 나갔으니 3년 정도
되었네요. 사실, 모임은 두 달에 한 번인데다, 첨에 몇 번
착실히 나가다 계속 빠지다 보니 일 년에 한두 차례, 이번엔
일 년도 넘어 거의 일년반 만인 것 같습니다. 거의 연례행사로
나가게 된 셈이지요..
그리고, 책도 마찬가집니다. 동생(강물님)이 이 잡지를 처음
받아봤을 때, 그리고 내가 이어서 받아보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처음 몇 년은 열심히, 샅샅이 읽었지요. 너무도 가슴
뻐근히, 힘인지 위안인지를 얻으며.. 그리고 가까운 친구에게
권하기도 하고 부담되는 선물(?)로 떠안겨 주기도 하면서..^^
그러다 점점... 쉽게 읽히는 글이나 서평 같은 거, 앞글이나
뒷글만 읽고.. 요즘엔 책을 받으면 표지와 차례, 짤막한 시,
알림글.. 읽고서 두 달이 지나가 버리기도 하지요.
그래도 우편함에서 책을 받아들 때, 누런 봉투를 뜯고 책을
꺼낼 때, 녹.색.평.론.이라고 또박또박 정직하게 박힌 굵은
글씨를 볼 때... 그 마음은 녹평 정기 구독자가 아니면 알기
힘들지요..
독자 모임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던 사람들이 어떻게어떻게
서로 마음 닿아, 사이트도 만들고 모임도 가지게 된 거구요.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이런 모임이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에서 뜻이 맞는
분들이 지역마다 함께 모여 얘기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며..
많은 것을 나누고 있지요.
서울에선 두 달에 한 번, 짝수달 둘째주 토요일에 모이는데
(사이사이 번개도 있구요), 이번엔 송년모임으로 일요일날
모인 겁니다.
장소는 회원 가운데 한 분이 해마다 '넉넉한' 집을 쉼터 겸
놀이터로 기꺼이 내어주어 편안하게 송년모임을 가지고
있지요. 집주인 못지않게 놀러 오시는 분들도 다 '넉넉한'
사람들이라, 넉넉지 않은(?) 이집 살림을 잘 알아, 먹을 거는
물론이고 각자 먹고 마실 도구도 다들 챙겨오시지요.^^
맛있는 부침개니 묵이니, 김치, 밑반찬 겸 안주 만들어오시는
분(술은 물론이구요, 집에서 담근 술까지..), 과일 챙겨오시는
분, 또, 재료 가지고 와서 직접 따끈하게 해먹이시는 분..
하이튼 솜씨들도 좋아요..(마음이 움직이니 다 따라오는 거
겠지요만)
이번에도 도토리묵에 메밀묵(늦게 가기도 했지만 인기 있었
는지 구경도 못해 아쉬웠지만), 새우마늘종볶음, 야채볶음..
맛든 순무김치, 오징어와 여러 가지 야채, 김치 넣어 만든
잡탕전(?)은 또 어찌나 맛있던지, 게다가 나중엔 김치볶음밥
까지..(꼴깍! 지금도 침넘어갑니다.^^) 누구 솜씬진 확실치
않지만, 하이튼 바지 입은 분들이 번갈아 만드는 것 같습디다.^^
아는 얼굴도 많지만, 한참만에 나가다 보니 처음 뵙는 분들도
있습니다. 늘 그렇듯 나잇대는 단대부터 고루 다 있지요.
이번엔, 세살짜리 진오부터 오십까지, 성별도, 고향도 학교도,
하는 일도 가지가지.. 다 다르지만, 녹평 독자라는 공통점으로
이렇게... 이번엔 스무명..넘게 오신 것 같았어요.
오랜만에 뵙지만, 반가운 얼굴들.. 그 모습 그대로네요..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몇몇 분 빠져 아쉬웠지만...
사람 많아 둘러앉으면, 곁에 앉은 사람과 얘길 많이 하게
되지요. 이번엔 지난 8월 모임부터 나오셨다는, 곧 귀농하실
부부(이재희, 김두수님)와 얘길 주로 나누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두 분은 외국에서 살다 돌아오신 지 얼마 안 된
분들이었어요..)
이재희님은 우리 엄마와 이름과 성이 똑같아, 홈페이지에서
보고 안그래도 누군가 궁금했는데.. 게다가 얘기하다 보니,
고향도 같은 대구네요. 그래 더 반가웠지요.
그밖에 처음 보는 얼굴들은, 참한 젊은 처녀 몇 분..
아, 그리고 진혁이 어머니가 되었다가 화천으로 귀농하신
함선배님 부인이 되었다가 그러신 젊은 언니, 김정희님..^^
나보다 조금 더 늦게 온 김정현님은 무슨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 녹색평론 독자라 소개했는데, 사람들이 공식 직책은
사장님 비서 (매니저랬던가?)라고 입을 모으더군요.
알고봤더니 김종철 선생님 따님이라네. 어쩐지 처음 본 걸
텐데도 낯익더라니..
한두 명 먼저 가신 뒤, 10시 넘어 몇 명 일어나니 주루룩 따라
일어섭니다. '벌써?' 싶지만.. 내가 늦게 와 그렇지, 2시부터
모였으니 꽤 오랜 시간 있은 셈이고, 집들이 멀기도 하고
기다리는 식구도 있을 테고, 내일 출근도 해야 될 테니까요.
집도 가깝고, 챙겨야 될 식구도 없고, 일찍 출근할 일도 없는
나야 만고땡이지만요.^^
그렇게 해서 정리(?)하고 나니, 남은 사람은 함선배님, 동근씨,
충렬씨, 준민씨, 지현씨, 나, 그리고 집주인 진혁이, 나중에
합류한 동생 중혁이..
이제 차도 끓여내 술판에 함께 섞입니다. 차만 마시는 차차차
도 있고, 차곡차곡파도 있고..
준민씨,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 대한 얘기 꺼냅니다. 아니,
체 게바라에 대해..
안그래도 내가 지난번 써올린 글에 대해 말하고 싶은 사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다시피, 우리 카페에 올린 글..인데,
사실 내가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그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으면서, 뭐라고 말할 건데기 없다는 거.. 잘
알지요. 그런데도 그 글 옮긴 건,혹시 좋은 영화 보려 하는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어서였지요. 그리고 영화 자체로서만
말하려던 거였고..(물론 완전히 그 자체만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게 있겠냐만은)
근데, 방식이 비교가 되다 보니 하나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였을까요? 역시 비교는 '별로'예요.. 어찌 되었든
서로 말하고 들어줍니다.
12시쯤 되어 함선배님 가시고, 중혁이도 방에 들어가고, 이제
남은 사람은 여섯. 남자 셋 여자 셋.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오래 버티고 있던 동근씨, 쬐--께 힘들어하네요. 몸이..^^
늘 자질구레한 일 도맡아하면서 씩 웃을 줄 아는 동근씨, 이런
사람들 있어 이 모임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리라..생각합니다.
자기를 앞세우지 않고, 표나지 않아도 묵묵히 행하는...
자기중심 있으면서도, 친절하게 남의 말에 귀기울일 줄 아는..
1시 넘어 결국, 진혁이 말대로 "끝까지 가시는" 두 형님만
남겨놓고 세여자는 나왔습니다. 끝까지 가시는 형님들처럼,
나도 끝까지 꿈쩍 않는 누나로 안 찍혔나 모르겠네요..
집 가깝다는 핑계로 (사실은 내가 엉덩이가 꽤 무겁걸랑요.^^)
늘 맨꼴찌로 나오곤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