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상들이 즐겼던 우리의 술
잘익은 과실이 땅에 떨어져 자연 발효되어 알콜성분을 지닌 술이 된다는 사실로 미루어 술의 기원은 아득히 먼 옛날부터였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문헌에 의하면 삼국시대 이전 마한 시대부터 한해의 풍성한 수확과 복을 기원하며 맑은 곡주를 빚어 조상께 먼저 바치고 춤과 노래와 술마시기를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농사를 시작하였을 때부터 술을 빚어 마셨으며 모든 행사에서 술이 애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술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탁주,약주,소주등 세종류의 술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고 그 제조방법으로 보아 탁주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탁주에서 재를 제거하여 청주(후에 약주라 칭함)가 되었고. 또 이를 증류하여 소주가 만들어졌다고 해석된다. 탁주는 일명 "막걸리"라 불려지며 이는 막 걸렀다고 하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약주는 탁주가 먼저 제조되면서 숙성이 거의 끝날쯤이면 술독 위에 맑게 뜨는 액체속에 "용수(싸리 나무로 만든것)"을 박아 맑은 액체만 떠내는 것이 약주(청주)의 상례이다. 약주란 말은 본래 중국에서 약으로 쓰이는 술이란 뜻이나 우리나라의 약주는 약용주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약주라 불리우게 된 것은 약300여 년 전부터인데 이조시대학자 서유거란 사람이 좋은 술을 양조하였는데 그의 아호를 약봉이라 했으며,그가 약현(현 중구 중림동)에 살면서 제조하였다 하여 약주라 부르게 된것으로 전하여 지고 있다.
2. 삼국시대 이전부터 맑은 술 청주는 빚어졌다.
위지(魏志)고구려 전에 의하면 선장양(善藏釀)이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술을 비롯한 발효제품이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당나라 풍류객들 간에도 신라주가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이 발효의 바탕은 누룩이었고 누룩으로 술을 빚는 방법은 일본에 전해져서 일본술의 발달을 크게 진보시키기도 하였다.
3. 백제시대 사람 인번(仁番)이 일본을 가르쳐...
중국의 유명한 시인 이상은(李商隱)같은 사람도 신라주를 찬양하는 시를 읊었다고 하니 이미 삼국시대에 곡식을 가지고 만든 곡주에도 막걸리가 아닌 청주가 있었던 것 같다. 일본의 고사기(古史記)에 보면 응신천황(應神天皇,AD27~312)때 백제의 인번이란 사람이 새로운 방법으로 미주(美酒)를 빚었기 때문에 그를 주신(酒神)으로 모셨다고 한다.
4. 일본인이 자랑하는 청주 그 뿌리는 한국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증보리(贈保利)형제가 새술의 창시자로 그들은 기록하고 있는데, 이 새로운 방법이 곧 누룩을 이용한 양조법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인들이 자랑하며 자기들의 술이라는 청주가 실은 그 뿌리를 찾아보면 우리나라의 청주인 것이다.
5. 고려시대의 술
고려시대에는 송.원대의 양조법이 도입되었으며, 전래의 주류 양조법이 발전되어 국(누룩)의 종류도 소맥국(小麥麴)과 미국(米麴)으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주품(酒品)도 다양해졌다. 고려사에 의하면 고려 문종(1046년)때 왕이 마시는 술은 양온서(釀?署)를 두어 빚어졌는데 청주와 법주 두종류로 구분되어 질항아리에 넣고 명주로 봉하여 저장해 둔다 하였다. 청주(淸酒)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맑은 술로서 탁주(濁酒)인 흐린 술과 크게 대별된다. 동국이상국집의 시 속에 『발효된 술덧을 압착하여 맑은 청주를 얻는데 겨우 4~5병을 얻을 뿐이다』라 하였고 고려도경에서는『왕이 마시는 술은 양온서(釀?署)에서 다스리는데, 청주(淸酒)와 법주(法酒)의 두 가지가 있어서 질항아리에 넣어 명주로 봉해서 저장해 둔다』고 하였다. 따라서 고려시대에는 발효된 술덧을 압착하거나 걸러내어 맑은 술을 빚었고 이미 덧술법도 사용하여 알코올 농도가 제법 높은 청주를 빚었을 것이다. 즉 발효가 끝난 술덧을 잘 걸러 내어서 부드럽게 마실 수 있고 맑게 한 술이 청주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6. 조선시대의 술
(1). 조선시대의 대표주 : 우리나라 주조사상 주목할 일은 조선시대에 오면서 지금까지 유명주로 손꼽히는 술들이 이 시기에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술은 고급화 추세를 보여 제조 원료도 맵쌀 위주에서 찹쌀로 바뀌고 발효 기술도 단(單)담금에서 중양법(重釀法)으로 바뀌면서 양보다 질 좋은 술들이 제조 되었는데, 이때 양주(良酒)로 손꼽히던 주품들은 삼해주,이화주,부의주,하향주,춘주,국화주 등이었다. 특히, 증류주는 국제화 단계로 발달하여 대마도를 통하여 일본,중국 등에 수출이 빈번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자가제조가 허용되어 자유로이 발전되었으나 중국에서는 국가가 제조를 관장함에 따라 우리술의 수출이 용이하여 더욱 발전되었던 것 같다. 조선 후기에는 지방주가 전성기를 맞이하는데 지방마다 비전(秘傳)되는 술들이 맛과 멋을 내면서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때의 명주로는 서울의 약사춘,여산의 호산춘,충청의 노산춘, 평안의 벽향주,김천의 청명주 등이 유명한 술들이다.
(2). 조선시대에 유입된 외래주 : 조선시대에는 다채로운 술들이 개발되었고 적지 않은 외래주가 공존하였다. 이 시대에 유입된 외래주로는 천축주(天竺酒),미인주(美人酒),황주(黃酒),섬라주(暹羅酒),녹두주(綠豆酒),무술주(戊戌酒),계명주(鷄鳴酒),정향주(程香酒) 등이다. (3). 조선말기의 술 : 19세기 조선말에는 국제화시대로 접어들게 됨에 따라 외국과의 정보교환이 쉬워지면서 양주문화가 도입되었으며, 주세법이 생기기 이전에 자가제조 및 판매가 자유로웠던 관계로 술도 다양화 되고 주세법 창설 당시 제조장수는 무려 155,632개소나 되었다. 1907년 7월에 조선총독부령에 의한 주세법이 공포되었고 같은해 8월에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전래주는 잠적하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밀주가 성행하게 되자 1916년 1월에 주류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모든 주류를 탁주,약주,소주로 획일화시켰다. 1917년 부터는 주류제조업의 정비가 시작되면서 자가양조는 전면적으로 금지되었고 1920년을 기점으로 신기술이 도입되어 재래식 누룩을 사용하던 방법에서 흑국,황국의 배양균을 사용하는 입국법이 활동됨과 동시에 전통주는 대부분 맥을 끊기게 되었다.
★. 소주의 변천과정 : 우리 나라의 소주 제조는 고려시대를 비롯하여 이조시대를 지나는 동안 약간 변천되었으나 양조과정이나 방법에 있어서 뚜렷한 발전없이 재래식방법으로 가정용 솥과 시루와 솥뚜껑을 이용하여 소주가 제조되었으며 판매목적으로는 "고리"라는 증류기를 이용(토고리,동고리,철고리 등)하여 만들어졌다. 1916년 일제가 주세법을 공포, 시행함에 따라 일본인들이 많은 자본으로 소주 제조장을 기업화하기 시작하여 종래의 단식증류기에서 연속증류기로 소위 신식(당밀소주)을 대량 생산함에 따라 치열한 판매 경쟁이 벌어지게 되어 1916년경에는 소주 제조장이 무려 28,416개소(남북전체)나 되었던 것이 1933년경에는 430개소로 대폭 도태되었다. 1927년에 이르렀을 때는 주정과 물을 희석한 희석식소주가 상당한 진전을 보여 희석식소주의 개화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종식으로 인하여 양조업체가 한국인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양조용 양곡사용 제한의 철폐로 활기를 되찾았으나 국토가 남북으로 양분되고 정치적 혼란을 틈타서 소규모의 밀조주가 성행하게 되었으며, 그 후 1950년 6.25사변의 반발로 주류제조장이 피해를 당하였다가 1953년 휴전 이후 안정을 되찾기에 이르렀다. 1965년 1월부터 시행된 양곡관리법 시행으로 소주의 원료 대체가 불가피하게 됨에 따라 전국의 수많은 증류식소주 업체들이 희석식소주로 전환하여야 하는 진통속에서 곡류원료의 증류식소주는 제조금지되었다. 세제도 1968년에는 종량세제에서 종가세제로 변동되었으며, 필요이상으로 난립상태였던 소주제조장을 1970년도에는 합동제조할 수 있도록 통합방침을 세우고 당시 기업화된 대업체(5개 내외)를 제외하고 280여개(1.8ℓ) 생산업체로 규격 미달의 저질 생산주류와 치열한 판매경쟁으로 유통질서가 극히 문란하게 되어 당국은 5개 제조장 이상으로 자진합동 할 때에만 됫병소주 제조를 허용하도록 강력히 통합을 유도한 결과 60개소로 합동체계를 갖추고 집약제조 형태를 유지하여 운영하였으나 부실한 경영 상태는 여전하였다. 그리하여 국세청은 1973년 4월부터 3개월간에 걸쳐 주류관련 규정으로서 주류관리 규정을 마련하여 주조법에 대한 통폐합으로 대단위화하고 차제에 부실업체를 정비할 목적으로 주류제조 통폐합정책을 수립하고 1973년 7월부터는 본격적인 통합작업에 착수하여 제조장 시설기준, 제조장별 제조비율제, 주원료 배정제(가배포함) 및 자가병 사용 등을 제도화하고 현대화된 위생적인 시설을 갖추도록 하여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건전기업으로 육성발전 하도록 지원함으로써 현재 10개 소주업체가 각도에 1사씩 존속하고 있다.
7. 1960년대 이전
60년대까지 국내주류업계의 제품은 탁주,약주,청주,맥주가 주종을 이루었으나 소득향상에 따른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대응하여 각종 고급주류가 개발되므로써 탁주와 청주의 수요는 점차 줄고 소주와 맥주는 상대적인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기간 중에는 6.25사변 후 복구와 5.16 후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필요한 재정수요의 충족을 위하여 세수증대 목적에서 주세행정이 추진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주세의 비중이 상당한 것이었기 때문이다.(66년도 주세의 총내국세 점유비 9.1%,총간접세 점유비 18.8%) 이를 위하여 주류규격제,제조장시설기준,기준석수제,주세납세증지제 등을 실시하고 밀조주 등 부정주류 단속이 강력하게 실시되었다.
8. 1970년대
1960년대 이전까지는 제조 및 판매업의 면허가 특별한 자격요건이나 기준없이 부여되었다.그러다보니 영세한 제조.판매업체의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업계가 파산되고 주류유통질서가 문란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무질서상태를 정리하기 위하여 1973년부터의 주류제조장 통폐합과 신규제조면허 불허,1976년 주류도매장 통합 및 신규도매면허 불허를 강력히 추진하였고, 이러한 주류제조 및 판매업 면허는 80년대까지도 그기반이 유지되고 보완적인 범위내에서 운영되었다.
9. 1980년대
1970년대의 주류제조 및 판매업 면허의 정비로 주세행정은 대외적으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므로 80년대에는 내부적인 행정체계 정비에 중점을 두었다. 그 이전의 주류관리규정,주정관리규정,주류 및 발효제면허관리규정,주류유통에관한규정,주류업단체허가규정을 통폐합하여 1980년 3월 주세사무처리규정으로 제정하고 각종 예규를 정리하여 1982년 2월 주세기본통칙을 제정 시행하였다. 아울러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개최 등에 따라 유흥업소들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 무자료 주류유통이 증가하자 주류유통질서 확립을 위하여 주류도매업체의 유통과정 조사와 무자료주류 단속이 강화되었다.
10. 1990년대
1980년대 말부터 자율화,개방화,국제화 추세가 시작되자 범정부 차원의 행정규제완화위원회가 설립되었고 주세행정은 규제완화의 주요대상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미국 및 EC와의 무역관련 협상에서도 주류시장 개방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이러한 시대상황에 따라 국세청의 주도로 발전적인 개선을 추진하여 왔으나 일부는 관련부처의 요구에 부응하여 수용된 경우도 없지 않았으며 이 경우에도 단계적 개방 및 사후관리대책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위한 국세청의 노력이 경주되었다. 이 기간 중에 추진된 주요 업무로는 1990년도의 주류도매면허 개방,1991년부터의 제조면허의 단계적 개방,1992년 자도소주 판매제 폐지,1993년 약주공급구역폐지와 소주용 주정배정제 폐지가 있었으며 위스키,포도주 등 거의 대부분의 주류가 단계적으로 수입개방되었다. 1995년 주세법개정에 따라 자도소주 50% 의무구입제가 부활(1996.12.위헌결정 폐지)되었고 1997년에는 종합주류 도매면허제도를 인구수와 판매량 증가에 따라 신규면허를 허용하는 제도(지역별 T/O제)도입하였으며,1998년부터는 탁주신규도매면허도 전면 개방하게 되었고 국민의 정부 출범과 더불어 추진된 규제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주류 부분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규제개혁이 이루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11. 향후 발전 방향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적인 대중주라 할 수 있는 탁,약주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탁,약주제조업자의 영세성으로 시설투자 및 주질개선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제조장의 대형화로 주질개선을 하여야 하고 수입주류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하여야 한다. 장기간 탁주면허 동결로 인한 기존 도매업체들의 독점폐단을 해소하고 사양되고 있는 탁,약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1997.12.20. 도매면허를 개방하고 99.1.부터는 특정주류도매면허로 통합하였는바, 이는 행정규제를 철폐하고자 하는 정부시책에도 부합되는 것으로서 탁주제조자들은 도매면허 개방취지에 따라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타 주류와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전통주의 분류
미작문화권인 우리 나라의 술은 거의 전부가 쌀을 사용한 술로서, 쌀과 누룩으로 발효시킨 술밑을 맑게 여과한 것을 약주라 하고, 술밑을 증류한 것을 소주, 약주를 거르고 난 찌꺼기에 물을 섞어 거른 것을 탁주라 한다.
갑작스런 인구증가로 식량이 부족했던 조선시대의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에는 금주령이 시행되었는데, 다만 질병을 치유하는 데 사용하는 약용주는 예외로 허용했으므로 술을 만들어 마시기 위한 편법으로 청주를 약주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까지 전통청주 또는 모든 술을 약주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의 주세법에서는 일본식 청주를 '약주류 중 청주', 전통청주를 '약주류 중 약주'라고 분류하고 있다.
2) 중국, 일본 청주와 전통청주의 차이점
서양에서는 대부분 麥芽(엿기름)을 사용하여 술을 빚는 반면 동양에서는 대부분 누룩을 사용하여 술을 빚는다. 따라서 동양 3국의 술은 누룩과 곡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비슷하며, 따라서 3국의 청주는 대체로 유사한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누룩에는 크게 나누어 밀을 껍질채로 타개어 메주처럼 덩어리지어 띄운 막누룩과, 쌀알에 곰팡이를 띄운 쌀알흩임 누룩이 있다. 바로 이 누룩의 종류에 따라 그 맛과 성질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껍질을 벗긴 쌀알을 쪄서 흩어놓은 채로 띄우면 오리제라는 곰팡이가 잘 자라며, 밀을 타개어 단단하게 디딘 막누룩에는 라이조프스라는 곰팡이가 잘 자란다. 따라서 오리제 곰팡이를 사용한 일본식 청주는 독특한 맛을 가지고 데워 먹을 때 더 맛이 좋으며, 막누룩에는 라이조프스, 유산균, 효모 등 다종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하여, 복잡하고 미묘한 맛이 나게 되며, 차게해서 마실 때 제맛이 난다. 또한 쌀알만을 가지고 만든 일본식 청주는 단순하고 경쾌한 맛을 가지는 반면, 단백질, 지질 및 여러 가지 무기질을 포함한 껍질을 그대로 사용하여 여러 가지 미생물이 자란 막누룩으로 만든 전통약주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맛을 가지게 되어 수백가지의 전통약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른 고대문화의 이동 경로에서처럼 일본식 술도 백제의 주조기술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美人酒(입으로 씹어서 담근술)에 머물러 있었다. 이윽고 백제의 수수보리가 일본에 주조기술을 전하였는데, 이때의 누룩은 남방계통의 흩임누룩이었다. 결국 신라계의 막누룩과 백제계의 흩임누룩이 함께 일본에 전해졌으나 일본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쌀이 흔한 탓에 막누룩은 사라지고 흩임누룩이 일본술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
중국청주도 막누룩을 사용하는 점에서는 전통약주와 거의 유사하며, 전통청주는 일본청주보다 중국식 청주와 좀 더 가깝다고 봐야할 것이다. 다만 추운 북방은 물론이고 남방에서도 기름진 음식과 함께 하기에 좋은 증류주가 발달하여, 상대적으로 청주의 발전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중국식 청주는 老酒라고 하여 누룩냄새가 많이 나고, 오래 묵혀 진한 맛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 전통청주는 누룩속에서 자생하는 유산균에 의한 젖산발효를 유도하여, 산미와 감미가 강한 것이 다르다.
근대화 이전의 전통술들은 상업적인 판매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가양주의 형태가 대부분이었으므로 현대적인 의미의 브랜드(상표)가 형성되지 않았다. 또한 같은 이름의 전통술이라 하더라도 제조방법은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허다하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운 것이라도 유사한 제조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전통약주의 종류를 "임원식육지(1827년)의 분류법에 기준하여 다음과 같은 규칙을 가지고 분류해 볼 수 있다.
1) 전통약주의 특성에 따른 분류
임원십육지(1827년)의 분류법에 따라 특성별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이때 구분의 요체가 되는 것은 제조방법 및 주질의 특성이다.
① 淸酒 또는 지주 : 대중적 약주로서 3번 미만 덧술하였거나 숙성기간이 길지 않은 약주류로서 일반약주, 백하주, 향온주, 부의주, 소곡주, 녹파주, 벽향주, 청명주, 석탄주, 동정춘 등이 있다.
② 淸酒 : 3번이상 덧술하였거나 적절한 냉장 저장기간을 거친 고급약주 일반적으로 저장기간을 100일을 넘지않음. 호산춘, 삼해주, 백일주, 약산춘, 사마주, 법주등이 있다.
③ 홍주 : 홍국을 사용한 술로서 누룩이 특이하다. 천대홍주가 있다.
④ 이양주 : 특이한 방법으로 담근술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수냉식 저온 발효법으로 담근 청서주, 생대나무속에서 발효시킨 죽통주, 생소나무속에서 발효시킨 와송주등이 있다.
⑤ 가향주 : 꽃잎이나 방향성 식물을 사용하여 민자약주를 만드는 방법과 유사하나 향미를 내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도와주(복숭아꽃), 송화주(송화), 송순주(송순), 하엽청(연잎), 두견주(진달래)등이 있다.
2) 전통약주의 용도에 따른 분류
전통주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① 상용주 : 년중 상시 음용하는 술로서 대부분의 약주가 포함된다.
② 약미주 : 약효를 도모하고 약재의 효능과 맛이나 향이 주질 특성의 중요한 차별점인 술이다.
③ 기능주 : 목욕술, 맛술등 특이한 목적에 이용되는 술이다.
④ 세시주 : 세시풍속에 따라 담그는 술로서 대보름의 귀밝이술이나 청명주, 단오날의 창포주 등이 있다.
이밖에도 행사나 기념으로 한정적으로 판매되는 것을 기념주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3) 원방 또는 확립되어 있는 주조법에 따른 분류
법주방, 내국향온주방, 소곡주방등과 같이 전통제조법중 특징있는 방법이나 널리 확립되어 있는 주조법을 밝혀주는 분류법이다.
4) 바람직한 전통주 분류법
첫째 - 원방을 밝혀주고 둘째 - 용도를 밝혀주고 셋째 - 특성상 분류명을 부여한다.
결국 "소곡주방 상용청주"와 같이 분류하여 지칭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명(Brand)은 별도로 부여한다.
우리의 전통약주는 확립된 제조방법과 Brand가 형성되기보다는 일정한 유형의 제조법을 가전시키면서 각 주조자의 개성과 창의를 부여하여 무궁무진한 변종을 탄생시킨 데에 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방, 용도, 특성을 함께 밝힌 3단계 분류를 명시하고 Brand명은 각자의 창의에 따라 새롭게 부여하는 것이 우리 문화적 특성에도 부합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현대의 미식가들은 와인의 맛을 즐기는 간단한 방법을 많이들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전통약주의 맛을 즐기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첫째-자세히 살펴본다.
전통약주의 색깔은 대체로 황금색을 띄며 엷은 색깔에서 짙은 담갈색을 띄는 것까지 황금색의 농도가 다르다. 색깔이 옅을수록 담백한 맛을 갖고 색깔이 짙을수록 진한 맛이 나며 오래된 술이다. 좋은 전통약주는 맑고 황금색을 띄는 것이 좋으며 단, 약재등 곡물이 아닌 원료가 들어간 경우 원료의 색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술은 오래된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곡물을 사용한 발효주는(맥주, 일본식청주) 만든지 100일이 지나지 않는 것이 좋은 경우가 많다.
둘째-냄새를 맡는다.
전통약주에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의 향이 있다. 하나는 누룩의 독특한 향으로써 대개 구수한 느낌의 냄새이다. 누룩향에 익숙치 않은 현대인들은 짙은 누룩향을 좋아하지 않으나 적당한 누룩향은 품격높은 전통약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이다. 따라서 누룩향의 다과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다. 둘째로 과실향이 있다. 과즙을 전혀 사용치 않았는데도 잘 발효된 전통약주에서는 사과향이나, 수박향 등의 과실향이 난다.
이 과실향은 누룩의 밀기울(밀껍질)성분이 발효되면서 생성하는 향기로서 대개 저온숙성시킨 전통약주에서 볼 수 있다. 방향을 즐기는 사람은 이런계통의 약주를 선택하고 드라이한 취향의 사람은 방향이 적은쪽의 약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셋째-맛과 향을 함께 음미한다.
전통약주에는 6가지의 맛이 있다. 단맛, 신맛, 떪은맛, 구수한맛, 쓴맛과 매운맛, 청량미가 그것으로써 일반적으로 좋은 약주는 6가지 맛이 두드러지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 좋은 약주이다.
① 단 맛 : 와인의 경우에는 발효를 일찍 끝내어 포도당의 잔류량에 따라 Sweet에서 Dry까지 단 맛의 강약을 조절하지만 약주의 경우에는 덧술법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누룩효소에 의해 생성된 포도당을 효모가 알콜로 분해해 감에 따라 단 맛이 줄어들면 발효가 점차 멈춘다. 이때 또 한번 쌀을 보충해 주거나 쌀과 누룩을 함께 보충해서 재차 발효가 일어나게 하는 법을 덧술법이라고 하며 이때 일정한 알콜농도를 지나게 되면 포도당 생성량이 알콜 분해속도보다 앞서서 단맛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발효를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경우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자연적인 덧술법으로 단 맛을 유도하는 약주의 감미는 매우 과학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라 하겠다. 단 맛의 정도에 따라 약주를 선택할때는 반드시 인공적인 감미료에 의한 것인지, 덧술법에 의한 것인지 또 몇 번의 덧술을 거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같은 감미의 정도라 하더라도 여러 번 덧술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신 맛 : 약주의 신 맛은 누룩속의 미생물 조성과 발효경과에 따라 젖산 또는 구연산 등 다양한 유기산에 의해 생기는 자연산미이다. 다만 오래된 김치냄새 또는 식초냄새가 나는 경우는 상한 술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신 맛을 음미할 때는 반드시 향과 함께 음미하여야 한다. 전통약주의 가장 큰 특징이 구연산, 젖산, 호박산 등의 자연 산미와 어우러진 달콤한 맛임을 기억하되 Dry한 취향의 사람은 감미와 산미가 조화된 상태인가를 음미하여 제품을 선택하여야 한다.
③ 떫은 맛 : 떫은 맛은 도토리, 생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맛으로 미각신경이 마비되어 일어나는 맛이므로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약주의 약간 떫은 맛은 젖산에서 나온 맛으로 적절한 경우 고기안주와 어울린다.
④ 쓴 맛과 매운 맛 : 약주의 매운 맛은 기본적으로 알콜성분에 의한 것이다. 별도로 약미약주의 경우에는 사용된 약초류의 쓴 맛이 영향을 주기도 하며 효모 자체가 내는 쓴 맛이 있다. 적절한 쓴 맛은 식욕을 돋우는 긍정적인 맛이기도 하다. 전통약주의 알콜도수는 11%에서 18%까지로 다양하나 약주를 선택할 때 주정도수보다는 조화로운 맛에 기준을 두어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개 세 번이상 덧술하여 오래 발효시킨 것일수록 주정도수가 높으며 중후한 맛을 가진다.
⑤ 구수한 맛 : 이 맛은 약주에서 매우 중요한 맛이다. 곡물 발효주의 특징적인 맛으로써 곡물 특히 곡물의 피질에 많은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나는 자연스러운 맛이다. 특히 한국인의 입맛에 중요한 요소이다.
대체로 이 구수한 맛은 술이 숙성되어 가면서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지나치면 묵은 술로서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룩의 사용량이 많은 술이나 일반적으로 짙은 빛깔의 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보다 경쾌한 맛을 원하는 사람은 옅은 색깔의 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⑥ 청량미와 온도 : 청량미는 약주의 온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는 단 맛은 감소하고 신 맛은 증가하며 알콜의 자극성은 낮아지고 구수한 맛은 감소하며 청량감은 증가한다. 조선시대 식품서인 "규합총서"에는 "밥먹기는 봄같이하고 국먹기는 여름같이하고 장먹기는 가을같이 하고 술먹기는 겨울같이 하라"라고 하는 말이 있다. 따라서 섭씨 6℃에서 15℃사이에서 선택하되 Light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은 가능한 차게해서 마시고 다소 무겁고 복잡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15℃부근으로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결국 전통약주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온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전통약주 즐겁게 마시는 법
전통약주는 식사와 함께 반주로 즐기거나 안주없이도 즐길 수 있는 술이다. 반주로 전통약주를 마시고 대접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① 온도 약주를 마실때는 온도를 앞에서도 설명하였듯이 8℃ 부근으로 차게 하여서 마시는 것이 좋다. 이때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다 차게, 다소 무거운 맛과 향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다 덜 차게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다만 마시는 동안 온도가 변화되지 않도록 포도주처럼 얼음그릇에 두고 마시면 더욱 좋을 것이다. 겨울에는 취향에 따라 오히려 따끈하게 데워 마시면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으나 전통약주는 차게해서 마시는 것이 법도에 맞는 것이다.
② 잔 전통주기에서 잔과 배가 있어서 잔은 배에 비해서 비교적 작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온도를 줄이기 위하여 도자기 잔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유리잔을 사용할때는 포도주잔과 같이 손잡이가 있어 체온이 술의 온도를 높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③ 병을 열때 술병을 열자 마자 술을 따르지 말고 술병 마개를 연후 잠시 기다려 병속에 차있던 미량의 가스를 날아가게 한 후 조용히 잔에 술을 따라야 한다.
④ 음식과 알맞는 약주의 선택 전통약주는 대개 단맛과 신맛이 다른 술에 비해 강하다. 비교적 Dry한 약주가 식사와 함께하는 약주로 좋다. 예로부터 반주란 식사전에 한두 잔의 약주를 마심으로써 식욕을 돋구고 소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식사전의 반주로 적합한 약주는 감미가 많지 않고 조화로운 산미가 다소 있는 것이 좋다.
식사 중이나 식사 끝에 담소하며 즐기는 약주는 어느것이나 개인의 취향에 따르면 되겠으나 음식의 종류에 맞는 약주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역별 전통주 분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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