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일 법원에 제출하는 분석결과 따라 생사(生死) 결정
'감원' 노조반발도 문제지만 히트차(車) 내놓아야 살길 열려
법정관리중인 쌍용자동차가 2600여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쌍용차의 향후 생존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쌍용차의 구조조정안 처리 결과는 국내 자동차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쌍용차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9일 "삼일회계법인이 내달 6일까지 법원에 제출하는 쌍용차 분석 결과에 따라 존속 또는 청산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구조조정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가 법원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 8일 생산직 45% 등 전직원 37%를 감원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 '독자 생존' 또는 '파산'의 갈림길에 서 있다.
◆노조반발 해결이 급선무… '일방적 해고' 후유증 줄여야
쌍용차가 일단 존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임을 증명하려면 이번 구조조정안을 확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생산직 2명 중 1명을 내보내는 이번 인력감축안이 잘 실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노조는 9일 대의원 대회를 열어 고용보장을 위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곧 조합원 5100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따라서 노사 전면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쌍용차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쌍용차의 구조조정 방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완성차 4개사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쌍용차 문제는 노조가 주장하는 '일자리 나누기'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한참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는지가 생존을 위한 첫 시험대이며,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 ▲ 지난 8일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경기 평택공장에서 회사측의 감원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로이터뉴시스
쌍용차가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아무리 줄여도 판매가 회복되지 않으면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판매 회복을 위해서는 '팔리는 신차'가 반드시 필요한데, 8일 쌍용차가 내놓은 신차 계획으로는 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2013년까지 5개의 신차를 내놓겠다고 했다. 문제는 기존 SUV의 대체 모델 3개와 아반떼급·그랜저급 신차를 언급했는데, 이는 '자살행위'라는 시각이 적지않다. 기존 SUV 중심 체제를 유지해서는 판매 증가가 불가능하고, 연산 10만대 규모의 쌍용차가 현대·기아차와 같은 형태의 세단 승용차를 만들어 경쟁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승산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아반떼급 승용차는 현대·기아차처럼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만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자동차 담당은 이번 구조조정방안에 대해 "경영진이 무능하거나, 혹은 실행 의지가 없는 대외 홍보용 계획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는 쌍용차가 단독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제로(zero)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매수자가 흥미를 끌 만한 '메뉴'를 만들어낸다면 회생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제대로 못하고 있는 분야를 찾아 집중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소형 전기차 같은 아예 새로운 개념의 차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국내외 지자체나 민간 투자자를 연결해 초기 시장과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는 사업수완을 발휘해 볼 수 있다는 것. 또 일본 경차(輕車) 업체와 제휴해 국내에 일본 경차의 CKD(반제품조립) 공장 사업에 참여해 볼 수도 있다.
BMR컨설팅의 이성신 대표는 "일본 스즈키처럼 틈새시장을 노려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며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움 너머에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