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국민학교 소풍은 관촉사로 갔다. 왕전부터 걸어서 걸어서~
중학교때엔 현충사를 거쳐서 용인자연농원으로 갔다.
용인 자연농원(지금 이름은 애벌랜드)에 다다랗을 때,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놀이공원은 정말 만화영화에서나 보던 멋진 왕자님이 살듯한 아름다운 성으로 보였다.
그 땐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놀이기구에 관심이 없던 우리는 그저 잘 꾸며진 공원의 꽃과 건물 구경에 넋을 잃었다.
그 때까지의 내 세상의 반경은 논산까지의 학교가는 길, 어쩌다 가던 서울 큰아버지댁(전철과 회색 집들 외엔 볼거리가 없었다), 대전의 농수산물 시장이 전부였다.
그런 내게 용인 자연농원은 정말 별천지로 보여졌다.
고등학교때에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경주에 갔다.
열차 몇 칸을 전세내듯 우리끼리 타고 갔었다. 가방 올려놓았던 기억과 대전을 지날 즈음, 고향과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한 기억밖에 없다.
경주에서는 유적지를 돌아본 기억보다는 밤이면 돌변하는 친구들을 보고 놀란 기억이 더 선명하다.
어디서 언제 사왔는지 모르는 술병이 왔다갔다 했고,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잘 감추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밤새 춤을 추고 노는 속에서 나도 같이 놀다가 그 와중에 잠이 들어버렸었다.
옆의 여관에서 남학생들이 담을 넘어 우리가 묶던 여관에 기습해 들어왔었고, 그 소란속에서 재미와 스릴을 맛보았을 친구들과는 달리 난 잠만 자고 있었다.
방 배치는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 친한 친구들끼리 같은 방을 쓰라고 하셨었는지, 선생님께서 임의로 정해주셨었는지....
다만 우리 방 친구들은 무척이나 활발하고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일은 다 하는 아이들이 모인 방이었다.
그래서 밤마다 정말 재미있게 잘 놀고, 낮엔 여기저기 끌려다니듯이 경주구경을 하고~
난 그런 친구들 속에서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꼈었다.
2박 3일의 일정중 마지막날 새벽엔 잠도 덜 깬 아이들을 불러내어 토함산까지 오르게 했다.
그 시절엔 걷는 것도 싫고, 산도 싫었는데, 무엇을 보러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일어나서 가라니까 갔다.
뭘 봐야 하는지도 모르고 올라간 토함산에서 구름 사이로 올라오는 햇살을 보고는 내려가라니까 다시 숙소로 내려왔다.
일출을 보라고 했나보다 했었다.
나중에서야 석굴암을 봐야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생각없이 봐서는 안될 경주를 생각없이 여행했지만, 그래도 참 추억어린 수학여행이었다.
요즘엔 경주에는 주로 초등학생이 수학여행을 간다.
미리 사전 안내는 물론 자세한 안내가 들어있는 소책자까지 만들어 쥐어주고는,다니면서 인상깊었던 내용도 기록할 수 있게 한다.
유적지에 갈 때엔 문화재 가이드가 한 분씩 배치되어 구수한 입담으로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
그야말로 수학여행이다.
교사들은 밤새 아이들의 무단외출 지키기, 같은 방 친구들끼리의 동태 살피기, 다른 방 친구들과 지나친 장난은 치지 않는지 등을 살피느라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선다.
아이들은 밤새 잠을 자지 않는다. 내 친구들이 밤새 재미있게 놀았던 것처럼~. 새벽녁에야 지쳐서 잠든 녀석들의 모습은 말 그래도 파김치이다.
아침 식사때까지 그 녀석들의 눈거풀은 1/3이상 열리지 않는다. 이동하려고 버스에 타면 그대로 다시 꿈나라~.
그래도 유적지에 도착하면 나름 열심히 쫑긋하면서 열심히 기록도 한다.
때론 무척이나 반항아적인 시기의 아이들이지만 진지할 땐 진지한 모습이 기특한 소년소녀들이다.
교사들에겐 하나라도 더 배워가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학생들의 안전에 긴장되고 피곤한 여행길이지만,
그래도 펄펄 뛰는, 제기 넘치는, 상큼발랄한 아이들과의 2박3일 밀착 생활로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초등학생도 빡빡하고 바쁘게 사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경주는 수학여행은 초딩때에 다녀야 한다.
중고딩생은 대입준비에 시달려 그 시간만이라도 쉴 수 있게 수학여행이 아닌 관광을 간다.
느슨하게 설악산투어, 제주도여행~
그들은 안내용 책자를 들지 않아야 한다.
내 고딩시절처럼 경주로 가지 않고,
그저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게, 보기만 하는 수학여행으로 바뀐 것은 학생들 입장에서 좋은 변화일 듯 싶다.
수학여행 이야기가 나오니, 지금이라도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다.
너무 바쁠 때엔 가고 싶은 곳도 무척 많았는데, 바쁘지 않을 때엔 마음이 먼저 거실 바닥에 드러눕는다.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
어떤 이는 철저한 사전 준비 및 계획에 따라 계획된 여행을 하는가하면, 어떤 이는 발길 닿는대로 여행하는 것이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 동안 전자에 해당되었다.
철저한 사전 준비, 계획된 여정, 사전에 볼거리, 알아야 할 것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
이제는 그런 내게서 벗어나고 싶다.
발길 닿는대로, 눈길 가는대로 떠나고 싶다.
그러나 오늘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내 울타리를 벗어날 용기가 없는가보다.
멍석 깔아놓으니,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난 게으른 사람인가 보다~
첫댓글 고등학교때 교장선생님 말씀이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그 시절 어른들 기준으로봐서!) 요즘 공익광고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나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 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
자녀들에게는 진정한 자유가 필요하지
우리 애들은 내 말이 맞다고 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