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짓기 첫걸음
김상은
제 2 강 평시조의 율격을 잘 터득하라
시조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일정한 형식, 즉 외형율이 있다. 그래서 시조를 일러 정형시라고 한다.
그 정형이란 바로 이것이다. 즉,
초장 ( )
3 음절 4 음절 3(4) 음절 4 음절
제 1 음보 제 2 음보 제 3 음보 제 4 음보
제 1 구 제 2 구
중장 ( )
3 음절 4 음절 3(4) 음절 4 음절
제 1 음보 제 2 음보 제 3 음보 제 4 음보
제 1 구 제 2 구
종장
3 5 4 3
제 1 음보 제 2 음보 제 3 음보 제 4 음보
제 1 구 제 2 구
위와 같이 평시조는 3 장으로 구성된다. 제 1 장을 초장이라 하고, 제 2 장을 중장이라 하고, 제 3 장을 종장이라 한다. 초장은 2 구 4 음보로 구성되고, 제 1 음보는 3 음절, 제 2 음보는 4 음절, 제 3 음보는 3(4) 음절, 제 4 음보는 4 음절로 구성된다. 중장은 초장과 같다. 종장은 초장, 중장과 같이 2 구 4 음보로 된 점은 같으나, 각 음보의 음절수가 다르다. 즉 제 1 음보는 3 음절, 제 2 음보는 5 음절, 제 3 음보는 4 음절, 제 4 음보는 3 음절로 구성된다. 이렇게 해서 시조는 3 장 6 구 12 음보로써 시 한 수(首)가 완성된다.
시조의 율격은 음보율로 되어있다. 장마다 4 음보의 규칙을 갖고 있다. 각 음보의 음절수는 융통성이 있어서 약간의 변화를 허용하고 있다. 가령 초장이나 중장의 제 1 음보의 음절수는 3 음절로 되어 있으나 1 음절을 줄이거나 1, 2 음절을 늘일 수도 있다. 시작(詩作)을 함에 있어서 시어의 선택이나 문맥의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전체적인 율독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 음보의 음절수에 약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단 종장의 제 1 음보는 3 음절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종장 제 2 음보는 5 음절보다 적을 수는 없고 5음절보다 1~3음절정도 더 늘일 수는 있다. 이는 시작 현장의 묵계로 되어 있다.
위에서 필자는 ‘율격(律格)’이란 말을 사용했다. 이 말은 쉽게 말하면 시작에 있어서의 규칙이다. 시조의 율격을 음보율이라고 하는 이유는 3 장으로 구성된 시조의 각 장이 4 음보라는 규칙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을 따름으로써 정형시로서의 시조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 ‘4 음보의 규칙’을 일러 시조의 율격이라고 한다. 그리고 각 음보는 각기 해당하는 음절수를 가지고 있다. 이를 숫자로 나타내면 초장은 3 ‧ 4 ‧ 3(4) ‧ 4, 중장도 3 ‧ 4 ‧ 3(4) ‧ 4, 종장은 3 ‧ 5 ‧ 4 ‧ 3이다. 이를 일러 ‘음수율’이라고 한다. 시조는 음보율을 본래적 율격으로 가지면서도 또한 이 음보 속에 음절수가 절로 따라 있어서, 때로는 시조의 율격을 음수율로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수율은 어느 정도 가변적이기 때문에 엄격히 따지면 시조의 외형율이라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당신이 처음으로 시조를 짓고 싶다면, 이 음보율과 음수율의 개념을 잘 터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첩경이다.
그러면 시조의 율격을 잘 지켜 지은 시를 한 수 소개한다. 이 시를 다음의 시조 율격(음보율과 음수율)과 대비해보자.
시조의 율격(음보율 및 음수율)
초장 3음절 ‧ 4음절 ‧ 3(4)음절 ‧ 4음절---음수율
제1음보 제2음보 제3음보 제4음보--음보율
중장 3음절 ‧ 4음절 ‧ 3(4)음절 ‧ 4음절---음수율
제1음보 제2음보 제3음보 제4음보--음보율
종장 3음절 ‧ 5음절 ‧ 4음절 ‧ 3음절---음수율
제1음보 제2음보 제3음보 제4음보--음보율
위의 율격은 정격(正格 - 음보의 자수율까지 들어맞는 경우를 이름)으로서 통하고 있다.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초장)
3음절 4음절 3음절 4음절
제1음보 제2음보 제3음보 제4음보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중장)
3음절 4음절 4음절 4음절
제1음보 제2음보 제3음보 제4음보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게 젖힌 이 가슴.--(종장)
3음절 5음절 4음절 3음절
제1음보 제2음보 제3음보 제4음보
⎯조운의 <石榴>
어떤가? 시조 율격에 딱 들어맞지 않은가? 시조를 처음 배우려는 사람은 시조의 율격(음보율과 음수율)에 따라 시를 짓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시조 율격의 정격(正格)을 잘 지킨 시조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의 시는 정격을 조금 벗어난 시조이다.
불볕이 호도독호독 내려쬐는 담머리에
한올기 菜松花 발돋움 하고 서서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 빨가장히 피었다.
⎯조운의 <菜松花>
밑줄 친 부분을 잘 보라.
초장 제 2 음보는 4음절이 아니라 5 음절로 되어 있다.
중장 제 2 음보는 4 음절이 아니라 3 음절로 되어 있다.
종장 제 2 음보는 5 음절이 아니라 6 음절로 되어 있다.
위의 시는 시조 율격의 음보율을 잘 지키고 있으나 그 음보가 지닌 음절의 수, 즉 음수율이 조금 벗어나 있다. 이와 같이 시조의 음수율은 다소 열려있는 융통성의 형식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좀 더 벗어난 시조를 소개한다. 이번에는 독자 자신이 밑줄 친 부분의 음보의 음절수가 정격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지적해보자.
벌써 가을이 진다, 古宮은 가을이 진다.
노오란 소낙비로 으능잎 가을이 진다.
바람도 조각난 가을, 소슬한 가을이 진다.
⎯김상옥의 <銀杏잎>
이제 독자는 시조의 율격을 잘 터득했으리라 믿는다. 초보자는 시조 율격의 정격에 충실해야 한다. 명심하기 바란다.
다음 시조를 아래의 예시와 같이 음보와 음보 사이에는 /로, 구와 구 사이에는 //로 표시해보자.
오오래/바닷가에//외따로/살아오며
자나깨나/물소리만//귀에 익혀/들었거니
바람 잔/고요한 날엔//가슴 도로/설레라.
⎯김상옥의 <물소리>
내 앓고 누웠으면 밖에도 안 나가고
기침이 좀 늘어도 참새처럼 재재기고
남남이 겨운 그 情은 내게 이러하도다.
⎯김상옥의 <안해>
불현듯 일어서도 어디고 갈 데 없다.
날도 가을도 다 저문 이 하늘에
잎잎이 헛것이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김상옥의 <凋落>
정정1 : 통권 제55호, 187쪽, <삼천년에/한 번 피는//우담화 꽃/이울 듯>에다 밑줄을 그어주십시오.
정정2 : 통권 제47호, 268쪽, <신탁통치 앞장서고>를 <신탁통치 반대하고>로 정정함을 사과드립니다..
-'월간 한비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