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탁 터진 너른 들판에 길을 내놓고선
마음으로 지은 감옥을 마음으로 허물어 가는 것이 공부다.
그러나 마음으로 세로 긋고 가로 그어서 거기에 얽매이고 있으니
가로 그으면 가로 그은 대로 자기가 걸려들고,
세로 그으면 또 그대로 자기가 걸려서 빠져 나오지도 못하고
여여하게 나아가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서남북이 탁 터져 있다.
누가 서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동쪽은 막혀 있다고 하는가.
내 마음이 막혀 있다고 믿으면 막힌 것이요
가서는 안 된다고 하면 못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얽매임이 없다면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게 그대로 법이다.
누구나 가능성을 1백% 가졌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자율적으로 자유롭게 무심중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내기 전에 들판엔 따로 길이 없었다. 내 발길이 닿는 대로
가로 지르면 그게 길이요 세로 그으면 그게 길이였다.
어제 걸었던 길도 길이요 오늘 걷는 길도 길이다.
누가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해서 그걸 따르는 게 아니라
내 발걸음 내가 내딛는 대로 길이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때인가
사람들이 길을 내고부터는 그 길로만 다녀야 했다.
그것만이 길인 줄 알고
그리로만 다녀야 길을 갈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길 밖에 없다는 식으로 생각이 묶이고 몸이 묶였다.
애초에 들판엔 길 아닌 길이 없었는데
그만 몇 가닥 길이 생기고만 것이다.
사람들은 그 길을 서둘러 가려고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고
그 길에서 벗어나게 될까봐 걱정을 하게 되었다.
혹은 길을 못 찾을까봐, 혹은 길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발걸음 내딛는 자유는 사라지고
스스로 길에 묶이는 신세가 되고만 것이다.
어느새 자유롭게 뛰놀던 들판에 대한 기억도 멀어져 갔다.
마음에는 길이 없다. 문도 없다.
그러나 마음이 길에 묶이면 없던 길도 생긴다.
마음이 문에 묶이면 없던 문도 생긴다.
그리고 나면 꼭 그 길로 가야하고
꼭 그 문으로 들어서야 한다고 믿게 된다.
그야말로 마음대로인 마음은 사라지고
꼭 막힌, 꼭 묶인 마음을 쓰며 살게 된다.
이리 가도 길, 저리 가도 길인데,
이리 가도 문, 저리 가도 문인데
길 찾느라 애쓰고 문 찾느라 애쓰게 된다.
실은 문이 너무 많아 무문(無門)이요
길이 너무 많아 길 아닌 길이라 했거늘
사람들은 마음대로인 제 마음을 믿지 못하고
정해진 길, 정해진 문만 찾으려 한다.
길은 좀 더 편하자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문은 안팎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걷기 위해 내가 길을 내도 된다.
내가 드나들기 위해 내가 문을 내도 된다.
남이 만든 길, 남이 뚫어 놓은 문이 있든 없든
내 발길 내키는대로 내가 길을 내면 그게 길이다.
그렇게 마음이 트이면 길도 트이고 문도 열린다.
그러나 마음이 오무려 들면 길도 끊기고 문도 좁은 문이 된다.
마음이란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장애든 넘을 수 있다.
사방 어디에도 걸림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토록 위대한 마음을 지닌 사실을 잊고
아예 엄두도 낼 생각을 않는다. 항상 가난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옷에 묻은 먼지를 툴툴 털어버리듯 마음으로
걸리는 것들을 툴툴 털어내면
마음은 언제나 충만하여 태양처럼 빛을 발할 수 있다.
내 마음의 힘은 어느 누구도 꺾지 못하며 막지 못한다.
꺾고 막는 것은 나 자신이지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니다.
오직 길이 정해져 있고 문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내 좁은 마음만이 나의 정신을 꺾고 내 몸을 막을 뿐이다.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