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이는 부리를 오물거리며 흙 속의 누군가에게 무언가 먹이고 있는 듯한 그때마다 작은 등이 움찟거리는 듯한
죽은 새의 등에 업혀 있는 것 아직 많다
- 김선우 시집「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에서-
어려서 맛난 걸 보고는 식탐이 발동해 마구 먹어대다가 자주 체하곤 했다. 소화제를 먹고도 불편해하는 나를 보신 외할머니는 “그러게 좀 천천히 먹을 일이지….” 타박을 하시면서도 내 등을 한참동안 토닥토닥 두드리고 쓱쓱 문질러 주곤 하셨다. 그러면 얹힌 게 쑤욱 내려가는 듯 트림이 나오면서 속이 편안해졌다. 덩달아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죽어서도 여전히 어미의 본성을 잊지 못해 흙 속에 머리를 박고 누군가를 먹이고 있는 듯한 새. 죽은 새는 아직도 등에 업혀 있는 게 많다고 시인은 말했다. 그럼 죽은 새의 무거운 등은 누가 토닥이고 누가 쓸어내려 줄까? 어쩌면 외할머니 같은 분이 없어서 저 혼자 두 날개를 최대한 등 쪽으로 뻗어 얹고서 어떻게든 등을 다독여 보려던 건 아니었을까. 실은 저도 업혀 있는 것들을 모두 털어내고 훌훌 날아가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