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카피라이터 박웅현 씨가 한 말입니다.
그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이 있습니다.
1997년 미국 유학 시절,
첫 수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강의실 문이 열리고 60대 백인이 들어 왔습니다.
당연히 교수인 줄 알았는데 학생이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장이 그 수업과 관련된 주제가 궁금해서 강의를 들으러온 것이었습니다.
60대 아저씨가 자기와 같은 학생이라는 사실에 우선 놀랐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잠시 후에 30대 동양인이 들어 왔습니다.
강단에 서더니 스스로를 Professor Wang라고 소개했습니다.
교수였습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카피 문구가 탄생했습니다.
저는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저한테는 나이가 절대 숫자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론 좋은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불편합니다.
10시만 되면 자리에 눕는데 통 잠이 오지 않습니다.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가도 쉬 깹니다.
자다 말고 화장실에도 다녀와야 합니다.
중간에 깨고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수두룩합니다.
또 있습니다.
소화 기능도 예전과 다릅니다.
전에는 과식을 했다 싶어도 한두 시간 지나면 멀쩡해졌는데
이제는 점심에 과식을 하면 오후 내내 불편합니다.
그런데 또 과식을 했습니다.
사연이 이렇습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 뭐해요?”
“왜?”
“독감 예방주사나 맞으러 가죠.”
친구 처남이 의사입니다.
그래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자는 것인데
병원이 천안인 것이 함정입니다.
다른 친구에게도 연락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 부부가 독감 예방주사 번개를 했습니다.
암사동에 있는 친구 교회에 모여서
승합차 한 대에 같이 타고 천안으로 출발했습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누군가 추천한 식당으로 옮겼습니다.
오리집이었습니다.
3-4인 세트 메뉴 두 개를 시켰는데
로스구이와 훈제, 주물럭에 이어 탕까지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포화상태입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천안 방문 기념으로 호두과자까지 먹었습니다.
저녁은 무조건 패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