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문제를 이해하기
나를 비롯한 우리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그렇지 않은 운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듯한 주변인을 한두 명씩은 알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는, 진절머리 나는 인간성을 보이는 그 친구는 원래부터 그렇게 못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외에도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정서적인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소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각자의 정서적인 문제를 지고 산다.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학교나 직장에서 조직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겉도는 이들은 어떤 정신적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정상적 범주에서 벗어나 보이는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 생명을 끊으려고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그리 힘들어서 그런 것일까?
“현재 문제의 태반은 과거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이름없는 누군가는 주장했다. 정서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런 여러 종류의 사회적 부적응, 관계적 문제, 심리적 행동적 불안정성은 대개 그 사람이 경험했던 크고 작은 기억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우리는 트라우마라고 한다.
#영화 속 트라우마 이야기 :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8
아일랜드 이민 후손으로 어린 시절부터 양부의 학대를 받으며 성장한 주인공 윌은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런 재능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쓰레기’같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동네의 건달들과 어울리며 아무런 꿈과 희망이 없이 살면서 상습적으로 사기, 도박, 폭력전과로 감방을 제집 드나들듯이 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의 천재성은 수학과의 램보 교수의 눈에 띄게 됩니다. 폭력사건으로 윌이 감옥에 가야 할 처지에 놓이자 교수는 감옥에 가는 대신 자기와 함께 수학공부를 하면서 상담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윌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치료자들 머리 위로 기어올라 오히려 그들을 비웃으며 조롱합니다. 마음의 벽은 너무나 견고하여 누구도 쉽게 열지 못합니다. 드디어 램보 교수의 학창시절 라이벌이자 친구이던 숀 맥과이어 교수(로빈 윌리엄스 분)에게 오게 된 윌은 전과 같이 행동을 하지만 숀 교수는 다른 치료자들과는 달랐습니다. 이혼한 부인에 대해 윌이 자극하자 화를 내며 멱살을 잡기도 하고 그렇게 분노를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윌을 치료하겠다고 합니다. 마지막 상담시간입니다. 숀 교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윌과 마찬가지로 숀 교수도 학대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망치와 허리띠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양부의 질문에 허리띠를 선택했다고 숀 교수가 덤덤하게 말하자 윌은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 흥분하여 소리칩니다. 그때 숀 교수는 윌에게 이야기 합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인용 : 김준기 저,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시그마북스, 2009)
사람은 누구나 정신적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정신적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현재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피부에 상처를 입거나 다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피부에 난 가벼운 상처는 소독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면 금방 낫는다. 그리고 흔적도 남지 않는다.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회복력 덕분에 그렇다. 그렇지만 상처가 큰 경우, 예를 들어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복부에 수술자국이 남게 마련이다.
정신적 상처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시절 무수히 야단맞고 많이 혼나고 해도 대부분은 저절로 회복되어 마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경험은 마치 수술자국처럼 마음에 자국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그 자국은 현재의 행동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다.
이것을 ‘트라우마(trauma)’라고 한다. 원래 몸에 난 상처 즉, 외상을 뜻하는 의학용어지만, 심리학에서는 ‘정신적인 외상’ 혹은 ‘정서에 영향이나 장애를 남기는 충격’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 트라우마가 정서와 행동에 간섭을 하여 여러 문제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타인의 트라우마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만약 주변 사람이 다음의 문제를 보이고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주변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분명 과거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나에게 피해가 돌아온다면 그들이 좋게 보일 리는 없다. 지금의 행동은 분명 그들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고,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과거에 심리적 상처를 입은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과거의 상처가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고 지각할 수 있다면 현재의 문제 행동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같이 있으면 분명 편안한 사이는 아니니까. 그러나 싫어하기 전에 그들의 상처는 과연 무엇이었을지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다. 다만 말 못할 어떤 상처를 가진 이들의 고통의 몸부림으로 이해한다면,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앞으로 좀 더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